성경만을 사랑했던 정암 박윤선
< 김민철 전도사, 한솔감리교회 >
|성경과 나의 생애(박윤선, 1992, 영음사)|
“이제라도 성경을 읽는 일과 성경원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는 감리교단 소속 목회자입니다. 그리고 목사님들의 자서전이나 목사님들의 삶을 기록한 책들은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이 책은 지금의 제 모습을 하나하나 들추어내며 저를 헤집어 놓았습니다. 때로는 읽기 싫을 정도로 괴로울 때도 있었습니다.
고 박윤선 목사님께서 성경을 대하시는 자세, 기도하시는 모습, 교회를 사랑하시는 모습, 설교자로서 강단을 사랑하시는 모습, 성경주석 집필을 위해 40여 년 동안 끝까지 애쓰셨던 모습,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사시는 모습 등 그 분께서 믿고 고백하시는 대로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내가 지금 목회를 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라는 회의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저를 점검해 볼 수 있었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또한 목회자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지를 제시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박 목사님께서 성경을 대하시는 자세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성경으로만 알게 된다”(p.45), “성경의 대답이 절대적 진리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성경 말씀이 최고의 진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p.57), “나는 모든 성경을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것으로 믿고, 성경을 주석하는 중에 어떤 난해 문구나 난해 부분을 만났을 때에도 불신앙적인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p.85), “나는 항상 성경을 묵상하면서 이제까지 살아왔고, 내 마음은 성경을 주석할 의욕으로 언제나 불이 붙고 있었다”(p.161). 이 외에도 박 목사님께서 성경을 사랑하시는 모습은 곳곳에 많이 나타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당신께서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하시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죄와 허물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죄의 속성상 그 죄를 숨기고 싶고, 변명하고 싶은 것일진대 목사님께서는 교회에 공고백을 하신 것뿐만 아니라 책에 기록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그 죄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하셨다는 점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 앞에서도 진실하고자 하시는 목사님의 성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도 신사참배를 했으므로 회개하는 심령으로”(p.89), “나도 단 한 번이지만 신사참배를 한 범과가 있으므로 나는 언제나 그 일로 인하여 원통함을 금할 수 없었는데, 이때에 그 죄를 회중 앞에 공고백하였던 것이다”(p.106), “필자는 오늘까지도 그 일에 대하여 장로회 치리법에 의하면 공범죄를 지은 것이라고 생각한다”(p.139).
전체적으로 박 목사님의 인생을 보면 박 목사님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보게 됩니다. 그 분도 한 인간이었고, 이 책에 다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그 분의 삶에 공도 있을 것이고 과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박 목사님을 들어 쓰셔서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나가시는 하나님의 열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지난 한 해 선물 받거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 분께서는 제게 원어 성경과 원어 사전을 선물하시고, 목회자의 자세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돌직구를 날려주셨습니다.
성경을 읽기는 하지만 설교를 위해 읽은 적이 많고, 성경을 대하는 자세가 나태해지기도 했었으며, 제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였는데 이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받은 선물이라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실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박 목사님께서도 이 책을 통해 제게 겸손한 자세로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말씀을 준비하는데 전력을 다하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참 세밀하신 분이고 저를 많이 사랑하시는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두렵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순간에도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이제라도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을 생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성경을 읽는 일과 성경원어 공부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올해는 원어로 성경을 읽는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정말 두렵기도 하고, 상당히 어렵기도 합니다.
올해동안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고, 당장 눈앞에서 결과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소망을 가지고 해보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박 목사님을 인도하셔서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시는데 사용하셨던 것처럼 저도 인도하실 것을 기다리고자 합니다.
어떠한 모습이든지 간에, 드러나지 않아도 좋고, 이름도 빛도 없이 죽어도 좋습니다만 하나님을 증거하고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을 이 땅에 이루어 가시는 데 사용되어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