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혁을 방해하는 거짓 증언들_이윤호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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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개혁을 방해하는 거짓 증언들

이윤호_‘선교지평’ 발행인

“무고한 사람들 죽였던 과거사 아직도 생생해”

112문> 제9계명에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내가 어느 누구에게도 거짓 증언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왜곡하
지 않고, 뒤에서 헐뜯거나 중상하지 않으며, 어떤 사람의 말을 들어보지 않
고 성급히 정죄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성급히 정죄하는 데에도 참여하지 
않기를 원하십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무서운 진노를 당하지 않기 위해 본질
적으로 마귀의 일인 모든 거짓과 속이는 일을 피해야 합니다. 법정에서나 기
타 다른 경우에도 나는 진리를 사랑하고 정직하게 진실을 말하고 고백해야 
하며, 할 수 있는 대로 이웃의 명예와 평판을 보호하고 높여야 합니다.

제9계명은 법정의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판결을 하는 사람과 받
는 사람 그리고 증인이 있습니다. 증인의 말은 공정한 판결과 부정한 판결 
모두의 원인이 되므로 하나님은 이웃에 대한 거짓 
증거를 엄히 경고하고 있
습니다. 

잘못된 판단의 빌미 제공하지 않아야

이 계명은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이웃의 명예를 보호하는 것과 관련 있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웃에 대해서 거짓 내용을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왜곡하고 중상하는 것, 다른 사람을 성급히 판단하는 것, 다른 
사람의 잘못된 판단에 참여하는 것들까지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금지 사항들이 공공연히 행해지던 역사의 한 장면을 기억합니다. 바
로 ‘스페인의 종교 재판’입니다. 스페인은 유럽의 여느 국가들과 다른 역
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슬림과의 치열한 공방으로 인한 것입니
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발흥한 이슬람 세력이 북아프리카를 거쳐 이베리아 반도
에 발을 디딘 이래로 스페인은 7백여 년에 걸친 분쟁 속으로 휘말리게 되었
습니다. 전쟁은 스페인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그렇지만 1492년 이슬람의 마지막 거점인 그라나다를 점령한 스페인의 통치
자들은 그들이 싸워야 할 또 하나의 대상을 발견했습니다. 이질적인 종교와 
사상이 그것이었습니다. 사상적 다양성이 존재하는 한 강력한 통일국가로 성

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통치자들은 다른 종교를 신앙하거나 상이한 이상을 품은 사람들을 찾아 종
교 재판에 회부하여 엄하게 다스렸습니다. 이슬람 신앙을 완전히 버리지 못
한 사람들과 유대인들의 희생이 이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종교 재판의 실제 
역할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이 점차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것
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들을 거짓으로 정죄함으
로써 부당한 죄값을 치르게 했던 것입니다.
그들의 중상(中傷)은 개혁주의 신앙을 가진 네덜란드의 성도들에게까지 미쳤
습니다. 1556년 스페인의 왕이 된 펠리페 2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문인 
합스부르크가(家)의 자손으로 스페인과 네덜란드 일대를 상속받았습니다. 그
는 종교개혁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여 가톨릭교회를 지키고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할 임무를 자각했습니다. 
그의 네덜란드 영지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교회개혁의 움직임에 대한 해결책
은 기존 스페인 통치자들이 그들의 정적들에 대해서 해 왔던 방법 속에 있었
습니다. 즉, 개혁주의 신앙이 표방하는 바를 왜곡하고 신실한 성도들을 부당
하게 
정죄함으로써 종교 개혁을 방해하려 한 것입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교회를 섬기던 기도 드 브레(Guido de Br�)의 기록에서 이러한 정황의 일부
를 알 수 있습니다. 
펠리페 2세에게 보내는 그의 서신에는 개혁교회 목사로서의 항변이 적혀 있
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개혁주의 신앙을 가진 성도들을 국가의 권위에 도전
하는 반역자로 왜곡하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항변이었습니다. 그의 벨직
신앙고백서 말미에는 장래 하나님으로부터 위로받을 성도들이 현세에서 겪
는 고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참 성도들이 재판관과 권력자들에 의
해 이단자로 정죄 받고, 사악한 자들로 오해를 당하는 고난이었습니다. 
이처럼 권력자들은 개혁주의 신앙의 본질에 대해 정직한 판단을 하는 대신
에, 그들을 억압하기 위한 구실을 찾아 나섰던 것입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
들이 권세자들의 정직하지 못한 판단에 동참하였습니다. 
그들 중에는 기존 체제를 통해 이미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
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반면에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여 자신의 의도와
는 무관하게 이웃을 정죄하는 일에 동참한 사람들도 적지 않
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고의로 혹은 우연적으로 단지 어떤 이의 명예를 훼손했겠지만, 결과
적으로 교회의 온당한 개혁을 방해하는 모략에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16세기 스페인의 가톨릭 옹호자들이 했던 것과 같은 무서운 재판들이 오늘날
에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부분적으로 그 관행을 답습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 역시 이웃에 대해 경솔하게 판단할 때가 
적지 않고, 이웃의 명예를 보호하고 높이는 대신 뒤에서 헐뜯기 십상이기 때
문입니다. 

우리 이웃들의 명예 보호하고 높여야

제9계명에 대한 요리문답의 가르침을 쉽게 범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합니
다. 그리고 우리가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할 역사의 한 장면을 기억합니다. 어
떤 사람의 말을 분별없이 왜곡하거나 성급히 정죄함으로써 온당한 교회의 개
혁을 방해했던 한 종교 집단의 모습이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