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40>
교회에 무엇이 중요한가
이윤호 장로_‘선교와 비평’ 발행인
“믿음 생활의 핵심은 설교와 성례에 있어”
65문> 오직 믿음으로만 우리가 그리스도와 그의 모든 은덕에 참여할 수 있는
데, 이 믿음은 어디에서 옵니까?
답> 성신에게서 옵니다. 그분은 거룩한 복음의 강설로 우리의 마음에 믿음
을 일으키며, 성례의 시행으로 믿음을 굳세게 하십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65문은 우리 교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요소
들에 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교회상(像)과도 연관된 문제입
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교회상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요? ‘선교’와 관련
된 한 가지 문제를 통해 이것을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교회의 표지, 분명히 정립돼야
오늘처럼 선교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때는 역사에서 그리 흔하지 않을 것입
니다. 대다수 교회는 예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선교하는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교회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은 세계 곳곳에서 복음
을 전하고 교회를 세웁니다. 선교사역에서 편안함을 느낄 만큼 상황이 좋은
선교지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선교사는 힘에 겨운 어려움들을 이겨내
는 가운데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복음을 알게 된 성도들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선교의 열기는 비단 선교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선교사들은
때에 따라 파송 교회를 방문하여 선교사역을 보고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
습니다. 이와 같은 선교사와 파송 교회간의 교제는 많은 유익이 됩니다. 선
교사역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성도들에게 이러한 만남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교사의 상세한 설명으로 성도들은 간접적으로나마 그 곳의
형편을 알게 될 것입니다. 성도들은 또한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 앞으로 교회
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 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며 한 가지 짚어볼 것이 있습니다. 선교사는 파
송 교회에 어떠한 내용을 보고하며 성도들은 어떠한 질문을 하는가 하는 것
입니다. 우선 선교사는 해당 지역의 외부적 특성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할 것
입니다. 정치
적 경제적 형편, 그 지역의 특수한 문화 그리고 그 곳 사람들
이 살아가는 생활 모습 등에 대한 설명은 성도들로 하여금 선교지에 대해 보
다 큰 관심을 가지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그러한 형편 속에서 교회
가 세워지고 성장해온 모습을 설명할 것입니다. 어떤 지역에 몇 개의 교회
가 세워졌고 현재 몇 명의 성도들이 모이고 있으며 선교사는 교회의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기억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성도들의 질문은 선교
사의 설명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입니다. 해당 지역에서 사역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 멀리서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질문과 대답들을 통해 앞으로
교회는 어떠한 선교정책 수립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개혁주의의 참교회상(像)을 생각해 볼 차례입니다. 전통적인 개
혁주의 교회는 교회가 갖추지 않으면 안 될 가장 기본적 요소가 무엇인지 선
언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교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들 중 참교회와 거
짓교회로 구분하는 기준
이 되기도 합니다.
벨직신앙고백서에 따르면 참교회임을 드러내는 표지는 말씀 선포와 성례 그
리고 권징입니다. 이 세 가지는 우리 교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방편이 되
며, 우리 교회가 합당한 실천을 위해 분투해야 할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것
은 벨직신앙고백서에서 특별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장로교 표준
교리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개혁주의 교회의 고백을 생각해 본다면 선교사가 선교지에 세워진 교
회에 대해서 보고를 할 때, 그리고 성도가 선교지의 교회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할 때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자연스럽게 제외되어 버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선교지 교회의 다양한 형편을 아는 것은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
지만 그 교회에서 어떠한 말씀이 설교되고 있고, 어떠한 믿음의 근거 위에
서 성례가 시행되고 있으며, 어떠한 모양으로 권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미리 확인되지 않는다면 다른 모든 것들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 우리 교회들이 추구하는 교회상에 대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성
도들이 믿음 생활을 잘 하는 교회를 생각할 때 기준
으로 삼는 것이 있을 것
입니다. 예컨대 다양한 성경공부 프로그램, 뜨거운 기도회 모임, 성도들이
큐티(QT)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 등을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개혁주의 교회의 일원이지만 개혁주의의 기본
되는 원리에는 익숙하지 않는 것이 그 원인일 것입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
문답에서 우리에게 말하는 믿음 생활의 핵심은 설교와 성례이기 때문입니
다.
설교를 통해서 믿음이 일어나고 성례의 시행으로 믿음이 굳게 된다는 사실
은 오늘 우리에게 그리 익숙한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성례를 통해
믿음이 굳건하게 된다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내용
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요리문답 문항에서 성례의 의미를 확인
해 나갈 것입니다.
성례는 믿음을 굳게 하는 은혜
기독교강요의 한 부분을 생각해 볼 때(4.14.14), 성례를 행한다는 자체가 우
리에게 유익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믿음과 관계없이 받아들인 성례는
교회를 가장 확실하게 멸망시키는 것이다’라고 칼빈은 경고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