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 세계 바라보기
이윤호 집사_‘선교와비평’ 발행인
14문> 어떠한 피조물이라도 단지 피조물로서 우리를 대신하여 하나님의 의를 만족시킬
자가 있습니까?
답> 하나도 없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죄책 때문에 다른 피조물을 형벌하
시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둘째, 어떠한 피조물이라도 단지 피조물로서는 죄에 대한 하
나님의 영원한 진노의 짐을 감당할 수도 없고, 다른 피조물을 거기에서 구원할 수도 없
습니다.
15문>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중보자와 구원자를 찾아야 합니까?
답> 참 인간이고 의로운 분이시나 동시에 참 하나님이고 모든 피조물보다 능력이 뛰어
나신 분입니다.
우리가 세상 살아가는 동안 곳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심지어 겉모습이
우리와 달라 선뜻 다가서기 힘든 외국인들조차도 그들의 심성을 어느 정도 알고 나면
그들의 사람 됨됨이에 매료되곤 합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도 그러합니다. 계
절마다 모습을 바꾸는 자연을 볼 때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 감탄합니다. 특별한 것이라
고는 없어 보이는 사막이나 바다 같은 곳에서도 특유의 조화로움과 아름다움을 발견합
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해 왔습니다.
돌아보면 아름다운 것 많아
이처럼 피조세계는 아름답기만 한 존재일까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사람이 착하건, 그의 인격이 고귀하건 간에 모든 사람은 유죄판결을 선고받
은 죄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죄인되었을 때 자연과의 원래의 관계도 파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최초의 사람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습
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더러운 사람, 불의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즉 하나님의 정하신
법칙을 위배했으므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입니다.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 낙원의
질서 역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사람이 뱀과 대화를 나누
고 동산의 실과를 즐겼으나 이제는 서로를 증오하고 땀을 흘리는 수고를 해야만 생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바로 죄에 물든 피조세계의 본질입니다.
이와 대조적
으로 하나님은 의로우시며 철저하게 죄를 미워하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죄에 대하여 진노하시는 분입니다(롬 2:5, 8). 칼의 날을 갈고 계신 분입니다(시 7:12-
13). 이러한 공의의 하나님 앞에서 죄의 본성을 지닌 피조세계에 속해 있는 우리가 유
죄판결로 인한 형벌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14문은 죄악된 모든 피조세계는 아무리 좋은 방법을 사용한
다 하더라도 그 본질적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악한 피조물이 다른 피조물을 결코 대신할 수 없지만 구약시대에는 다른 피조물을 이
용해서 속죄제사를 드렸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통해서 죄씻음 받을 것으로 생각했
던 것 같습니다. 히브리서의 저자가 그것이 아님을 또렷한 어조로 말하고 있는 것을 보
면 말입니다(히 10장). 그것은 구원의 실체에 대한 그림자를 보여 줌으로써(히10:1) 하
나님의 백성이 그것을 소망하며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죄악
된 피조세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상으로부터 계획되어지고 주어지는
구원을 소망하도록 했습니다.
하나님은 제사를 원하
지 않고 순종을 원하신다고 하셨습니다(삼상1 5:22). 그것은 유
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파괴된 피조세계 속에서 아무리 하나님께 무엇인가 해 드리려
해도 의를 이룰 수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의를 위해서는 하늘로부터 정해진
뜻에 순종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편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피조물 회복은 오직 하나님 뿐
오늘날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동물을 바치는 제사를 행하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다른 사
람의 죄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피조물 사이의 사랑, 평
화, 존경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서도 피조물이 새롭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의 교훈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죄악된 피조물이 새로운 피조물이 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으며(고전 5:17) 우리는 피조물보다 능력이 뛰어나신 한 중보자만
을 소망해야하기 때문입니다(15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