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눈물
< 김영숙 사모, 새하늘교회 >
“우리는 모두 주님 안에서 한 형제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돼”
얼마 전 필요한 책이 있어 교회에 들러 서재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데 남편이 우편물을 하나씩 펼쳐 보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편지를 펼쳐 보던 남편의 얼굴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무슨 편지이기에 저럴까 생각하고 있다가 눈가가 붉어진 그의 모습을 보고 덜컥 겁이 났습니다.
‘아니 무슨 편지이기에……. 혹시 누가 돌아가신 것인가?’
그를 울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생일 카드였습니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A 장로님이 보낸 것이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A 장로님은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목회할 때 같은 교회를 섬기던 분이셨습니다. 그 장로님으로 인해 시작된 갈등은 결국 우리가 교회를 사임하고 나오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 장로님이 이미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남편에게 생일카드를 보낸 것이었습니다.
“목사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가족 외에는 잘 모르는 남편의 음력생일을 기억하시고 그 날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항공우편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정확하게 그 날 도착하지는 못했지만 그 장로님의 자상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그분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누가 그 문제로 말하는 사람도 없는 데 주소를 수소문하고 생일까지 기억해서 카드를 보내는 일은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일을 그 분은 하셨습니다. 그 장로님은 그 카드를 눈물로 쓰면서 한편 기뻐하며 행복해 했을 것입니다. 남다른 생일 카드를 받고 눈가가 붉어질 것을, 그리고 행복해 할 목사의 얼굴을 이미 상상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오랜 세월이 지나 이미 빛바랜 앨범처럼 잊혀진 이야기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 아직 상처로 남아 있을지 모를 그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싶은 그 분의 마음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 분은 또 이렇게 썼습니다.
“목사님, 우리 온 교우들은 목사님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제 나이가 들어 철이 났는지 자꾸 목사님 생각이 나네요. 목사님, 언제 한 번 오실 수 없을는지요.”
두 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하나님이 보시고 계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 같았습니다.
“얘들아, 잘 했다. 너희들은 다 형제간이야. 깨물면 안 아픈 손이 없듯이 난 너희 모두를 사랑하기 때문에 너희들이 아픈 마음으로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단다. 하늘나라에 오면 너희들은 영원히 같은 집에 살게 될 거야. 하루 종일 서로 얼굴을 보며 살게 될 걸! 그러니 세상에 사는 동안 용서하며 더욱 사랑하며 살아라.”
그런데 그 카드를 보고 가장 부끄러운 사람은 바로 나였습니다. 그 장로님과 갈등이 있을 때 조용히 기도하며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한 마음이 앞섰으니까요.
“여보! 교회가 분열되기 전에 조용히 이곳을 떠납시다. 우리가 떠나야 성도들이 두 편으로 갈라지지 않을 것이고 주님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 테니까요.”
말은 아주 신사적이고 그럴듯해보였는데 그것은 다분히 인간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남편은 계속 기도하며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더니 성도들의 마음을 잘 안돈시킨 후에 결국 사임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교회를 떠나오던 날 혼자 앉아 엉엉 소리 내어 울던 남편의 모습은 사역하는 동안 가장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에 어려움을 주지 않고 조용히 사임하고 나와서 우리 만족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교회는 그 이후로 부흥이 되지 않은 것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그때 그 성도들을 생각할 때마다 늘 가슴이 찡해지고 마음이 아리도록 그리워집니다.
주님! 저희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습니다. 하나님이 값주고 사신 자녀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하나님의 양이고 하나님의 교회인데 마치 저희의 양인 것처럼 착각을 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얼굴을 들 수 없지만 다시 한 번 주신 사명 겸허히 순종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감사드리는 것은 두 남자가 하나님의 은혜로 화해하고 용서하고 회복되게 하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물론 천국에 가서도 그 장로님과 기쁨의 악수를 나누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주님 안에서 한 형제자매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