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나오세요” _전정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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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나오세요”

 

< 전정식 장로, 남포교회 >

 

“아내에게 충고를 들을 때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으로 고마움 느껴”

 

 

다양한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다보면 가끔 엉뚱한 일을 만나기도 합니다. 대학병원을 정년퇴임하고 작은 여성병원에 근무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입니다.

 

오후 진료가 거의 끝날 무렵 한 엄마가 6세 된 여아를 데리고 급하게 들어왔습니다. 환아는 2일 정도 감기 증세가 있다가 오전부터 수시로 토한다고 했습니다. 환아를 진찰해 보니 우하복부의 압통을 보이는 맹장염 소견이 있어 서둘러 초음파 검사로 확인한 후, 소아외과가 있는 병원에 연락을 하고 보냈습니다.

 

작은 병원에서 근무하다보면 수술이 필요하거나 응급조치가 필요한 환자는 큰 병원으로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 그런 환자가 오면 무척 바쁘고 번거롭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 다른 병원에 보낸 환자가 어떻게 되었나하고 궁금하지만 많은 환자들을 보다보면 곧 잊습니다.

 

한 3개월이 지난 후 그 엄마가 손에 책 한권과 과자 한 봉지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그때 환아는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잘 받고 후유증 없이 잘 나았다고 합니다. 그 엄마가 말하기는 환아가 진료 받고, 수술 받고 퇴원했던 것이 너무 순조로워 어린이의 맹장염은 다 그렇게 쉽게 진단되고 치료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가 맹장염이 걸린 경우 어린이는 병의 경과가 어른과 달리 전형적이 아니기 때문에 진단이 매우 어렵습니다. 요즈음은 초음파 검사가 보편화되어 진단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도 많은 경우, 복막염 같은 합병증이 생긴 이후에나 진단되고 있어 고생하는 환아를 쉽게 만납니다.

 

환아의 엄마는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 엄마는 교회 친구들과 아기 키우며 아이들이 아픈 이야기를 하다가 한 집사님으로부터 「3분」이라는 책을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고 읽어 보았다고 합니다. 그 엄마는 책을 읽고 몸에 전율을 느꼈다고 합니다.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아울러 제 생각이 나서 한번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엄마는 고마운 마음에 그 책과 함께 엄마가 다니는 교회의 안내책자를 저에게 선물로 주며 교회에 나오라고 권유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 해졌습니다.

 

“나보고 교회에 나오라고 하다니, 믿음의 경력이 얼만데, 그리고 한국교회에서 말씀 좋기로 유명한 교회의 장로인데…”

 

그러나 다음 순간 또 가끔 생기는 자책감이 엄습했습니다.

 

“얼마나 사는 모습이 아니면 교회에 나오라는 말을 들을까?”

 

그래서 지체하지 않고 그 엄마에게 선물 고맙다고 하고 교회에 다니고 있다고 말을 잘랐습니다. 그 엄마의 얼굴에 잠깐 쑥스러운 표정이 지나갔습니다.

 

저녁에 퇴근하고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다 한 번 더 머리가 ‘멍’ 해졌습니다.

 

아내와 저는 가끔 저녁식사 후 동네에 있는 탄천 길을 산책하고 있습니다. 산책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내로부터 위안을 받고 하루 피로가 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아내가 저에게 예수님을 영접하고 뜨거운 마음이 생기면 누구나 아무하고도 교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잘 알면서 왜 교회에 다니고 있다고 말을 자르고 그 엄마를 쑥스럽게 했느냐고 타박을 주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참 무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나이가 되고 이만한 위치에 와 있으니 제 주위에서 저에게 충고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아내에게 충고를 들을 때면 무안함이 있으나 아직도 나는 더 훌륭해 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고맙습니다.

 

* 「3분」: 미국의 한 시골교회 목사님의 4세 된 아들이 맹장염에 걸렸으나 합병증이 심해진 다음에야 진단되어 어렵게 수술을 받고 회복한 후, 혼수상태의 환아가 자신이 보았다고 하며 들려준 천국 이야기를 아버지가 정리하여 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