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하늘의 빛나는 불빛이 되어… _변세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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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하늘의 빛나는 불빛이 되어…

 

< 변세권 목사, 온유한교회 >

 

“우리는 한국교회 앞에서 진리의 등대 역할을 해야 하는 역사의 동반자”

 

파란 하늘 아래 가을의 높은 햇살이 눈이 부시게 쏟아진다. 폭풍 뒤에 평온함이 있듯이 만남과 이별, 성공과 실패, 승리와 좌절, 칭찬과 절망은 모두 동음이의어일 것이다.

 

어느 것인들 신실하신 하나님의 일하심에 필요 없는 것이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총회임원의 임기를 마치고 교회에 돌아와 보니 그 어느 날보다도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푸근하고 편하기만 하다. 내가 입은 옷이 불편했었나보다. 이번 가을노회에 가서도 발끈해서 발언하지 말고 조용히 앉아만 있다가 와야겠다.

 

어느 것을 해봐도 ‘이것도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어느 때 보다 많이 든다. 누가 뭘 하든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지만 일단 총회든 노회든 봉사하고 싶은 분들에게 기회를 주고 추천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총회의 노회총대들도 교체해서 신선함과 도전을 주면서 선후배 세대가 함께 가는 분위기가 필요해 보인다. 특별한 사명이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는 사람만 가면 감각이 떨어지고 타성에 젖게 되고 기득권에 안주하게 되어 거기에도 죄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죄는 윤리적으로나 명분적으로 틀리지 않는다. 그래서 보수주의, 개혁주의에도 죄는 들어오는 법이다. 그동안 우리 교단이 30년을 지나오면서 교단을 설립한 선배 세대들이 우리 곁을 떠나시기도 하고 세대교체에 많이 들어가 있다.

 

지난 교단의 역사 가운데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합신의 틀을 잘 보호해 주셨고 그 기초를 잘 닦아주셨다. 우리 교단의 나아갈 방향과 목적을 큰 그림으로 잘 잡아주셨다. 어떤 때는 수직적, 전통적 교단의 분위기가 아니라서 때로는 수평적, 개혁적 분위기 속에서 후배들 앞에서 자신감을 상실한 채 마음의 고생도 많으셨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크고 넓은 신앙으로 그 많은 부분들을 감당해 주셨다. 감사드려 마땅하다. 남은 사명의 시간동안도 인간의 가치가 분별에 있다고 할 때 결정해 내는 실력, 지혜의 실력으로 원숙하고 깊어지는 그윽함으로 후배들을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후배세대들은 이러한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선배들에 대한 감사함과 그 은혜를 누림으로 다음 30년, 50년을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들은 남을 비판하고 정죄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 되지 못하고 된 줄로 알았다. 우리는 합신이라는 결벽증에 걸려있었다. 누가 합신이 아니라고 했나? 이런 부분은 타인이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장에서 합신정신으로 목회하며 살아왔는가?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개혁주의 사상에 깊이 젖어 있다 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현상들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괜찮다. 다 하나님나라의 본질과 정체성을 정립하는데 있어서 답답함을 느껴서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선배들의 그 기초 위에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교단의 중심점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한국교계와의 관계성 차원에서는 정치적 기술이 필요하지만 한국교회의 신학적 이슈에 대해서는 합신이 방향과 정체성 차원에서 분명하게 한국교회 앞에 그 답을 제시하는 진리의 등대 역할을 해주어야만 한다.

 

교단도 작은데 신학적 입장이 정치적 상황에 가려지게 되면 그나마 타교단과의 차별성도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들은 나머지 많은 부수적인 적용들을 인생과 인간 역사와 세월 속에서 하나님의 간섭과 훈련을 받으면서 누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시대를 이어가야 한다. 대단한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이 있으면서도 모나지 않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실천을 펼쳐나가는 세대로 이어가야 한다.

 

우리의 신앙 수준은 언제나 진행형이다. 결과야 나아지겠지만 기대했던 것만 못해서 우리는 더 자책이 많은 인생이다. 완벽하고 경건하게 증언하는 것만으로 다 되는 것이 신앙이 아니다. 박영선 목사님은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거스르는 방법으로도 일하신다”고 하셨다.

 

목사는 뭘 잘못했을 때 좌절할 것이 아니라 잘못한 것을 마음에 그 짐을 지고 두고두고 기도하며 가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안심하는 가운데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강할 때는 안 비켜주시고 우리가 약할 때에 길을 비켜 주신다. 누구를 비판해서 자기를 확인하는 사람은 바보인 것이다. 나 보다 못한 사람이나 교단이 있으면 정죄만 하지 말고 그들보다 나은 것을 말할 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은 진리를 지키는 정통하고만 꼭 일하시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옳다고 고집을 피워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신앙을 잘 지킨 자에게만 상을 주시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실패해도 다시 쓰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른 신학사상을 지키되 지금까지의 순교적 차원을 벗어나서 하나님의 은혜와 진리를 우리시대에 부드럽게 적용해서 나아가기를 힘써야 한다.

 

지금까지는 보수의 보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외적으로는 조금 부족해보여도 내용적으로는 대화를 잘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설사 신학적 이슈가 있을 때 맞지 않아도 ‘입장을 같이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신 제가 오늘은 식사대접을 하겠습니다.’ 하는 자세라도 필요하다.

 

선배세대께서 ‘그동안 잘 지냈는가? 보고 싶었네!’라고 말씀하시면 “우리 교회에 오셔서 설교한 번 해주세요. 맛있는 것 대접하려고 좋은 집도 알아놓았습니다”라고 하면 어떨까?

 

합신의 신구세대가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는 일과 기적을 창출하시는 일에 다시 한 번 아름답게 쓰임 받았으면 한다.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을 포함한 앞으로의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어두운 밤하늘의 빛나는 불빛으로 쓰임 받는 하나님의 사람이 될 것이다.

 

부디 하나님의 일하심을 거룩히 지켜내는 교단이 되자. 하나님의 기적이 꽃 피는 복된 사역과 인생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