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고사리 축제 중_김혜연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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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고사리 축제 중

 

< 김혜연 사모, 한라산교회 >

 

“고사리 한 개 꺾으면 12개의 형제들을 또 꺾을 수 있어”

 

 

“사모님, 우리 교회는 고사리 꺾기 대회 안함수꽈?”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가져오는 복, 제주의 고사리 철이 돌아온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기발한 내용의 공익광고를 보았다. 방자, 심청, 심봉사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기 계발의 균등한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들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재미있지만 사회고발적인 내용의 광고를 보고 남편과 나는 천혜의 자원 제주의 고사리를 생각했다.

 

고사리를 꺾는 데는 빈부귀천,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고사리철 두어 달 간은 온 도민에게, 그리고 육지에서 원정 온 사람들에게까지 균등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다. 내가 꺾으면 내 것이 된다. 그래서 내 고사리 밭은 남편에게도, 며느리에게도 안 가르쳐 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우리나라 남쪽 끝 제주에 4월이 오면 온 도민들이 삼삼오오 들로 산으로 나간다. 제주 벌판에 만발한 노란 유채꽃이나, 한라산 철쭉이나, 가파도 온 섬을 초록빛으로 넘실대게 하는 청보리 때문이 아니다. 말라비틀어진 억새 풀밭이나 키 작은 꽝꽝 나무 밑이나 이름 모를 잡초 속에 머리만 내밀고 숨어 있는 고사리를 꺾기 위해서다.

 

“사모님, 고사리는 열 두형제가 이신디, 하나를 꺾어양, 그라믄 그 자리에 열 두 개가 나불써.”

“꺾어서 뭐해요?”

“볶아도 묵고, 국에도 넣고, 톳이랑 된장에 무쳐도 묵고 — 팔기도 허고.”먹을 것 없던 오지 제주에 보릿고개를 넘기게 해 준 하나님의 선물이었던 모양이다.

 

따가운 햇볕을 가려줄 챙이 큰 고사리 모자, 앞주머니가 크게 달려 있는 고사리 앞치마, 뱀이나 해충으로 부터 보호해줄 목이 긴 장화까지 갖추고(이 모든 것을 도내 오일장에서 이만 원이면 구입가능) 한 계절 잘 꺾으면 일 년 연세(제주도는 주택 임대시 전세나, 월세보다 연세로 계약한다)가 빠지니 저소득층에게는 한 해 벌이의 절반은 해결된다. 나머지는 감귤철에 귤 따서 번다.

 

얼마 전까지 도내 학교 중에는 일주일간 ‘고사리 방학’을 하는 학교도 있었단다. 감귤철의 감귤 방학과 함께 육지 학생들이 부러워 할 만한 것이다. 서툴러 열심히 하면 백만 원 넘게 벌기 때문에 생활비 걱정이 없는 사람들도 짭짤한 부수입이 생겨 좋고, 심심하던 차에 소일거리 생겨 좋고, 고사리 꺾다가 쑥도 뜯어 좋고, 두어 시간 산으로 들로 건강에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교회마다 고사리 꺾기 대회를 한다. 야외예배를 나가서 시간을 정해 놓고 각자 꺾은 고사리 무게를 달아 1등, 2등 — 상품도 준다. 함께 꺾은 고사리는 모아서 교회 점심 식사 때도 먹고, 팔아서 여전도회 기금으로도 쓴다.

 

하루에 고사리를 400개만 꺾는다고 해도 400번 허리를 굽혔다 펴는 수고를 해야 한다. 믿지 않는 사람에게 말씀을 전하기 위해 400번의 수고를 했다면 그 영혼은 반드시 하나님께 돌아오리라 생각한다.

 

고사리 한 개를 꺾으면 12개의 형제들을 또 꺾을 수 있다. 한 영혼이 전도되면 그를 따라 하나님께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까? 그러나 그 한 개의 고사리를 꺾지 않고 놓아두면 금방 쇠져서 먹지 못하게 된다.

 

마침 우리 한라산교회도 한 사람이 열두 사람을 마음에 품고 기도하는 ‘열두 제자 전도’를 하고 있다. 하나님이 해마다 ‘고사리’를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부활절이 지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고사리철’이 내게 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