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싸움_ 최에스더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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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싸움

 

< 최에스더 사모, 남서울평촌교회 >

 

“우리의 동포를 향해 하나님께서 크신 긍휼 보여주시기를”

 

 

서울시 효자동에는 옥인교회라고 하는 교회가 있다. 그 옥인교회 정문에는 작은 무대와 텐트가 두 개 설치돼있고, 붉고 검은 글씨로 여러 장의 구호가 적힌 글들이 나붙어 있어 누가 봐도 농성 중인 어떤 일이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일이 교회 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그 교회 교인들이 교회를 오고 갈 때 얼마나 심란하고 불쾌할까, 교회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교회 앞에서 진을 치고 앉아서 그냥 농성도 아닌 단식 농성을 할까 궁금해지면서 그 일을 보는 우리들 마음까지 두근거리게 되지만, 사실 이 농성은 그 교회를 향한 농성이 아니라 그 교회의 길 건너편 정면에 자리 잡고 있는 중국대사관을 향해서 하는 농성이다.

 

중국 정부는 탈북난민을 강제북송하지 말라는 한국 기독교인의 뜻을 전하기 위해,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 부르짖음을 들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저녁 7시에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찬양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기도를 한다. 어제 저녁 우리 부부와 자발적으로 같이 가겠다고 나선 교인들과 함께 그 현장을 한 번 찾아가 보았다.

 

신문이나 TV를 통해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마음속으로 ‘그 사람들을 다시 돌려보낸다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중국정부가 외면하다니 너무하다’ 이렇게 소극적으로 생각하고 ‘주여~!’ 하는 소리가 내 입에서 습관처럼 나왔을 뿐이다. 내 한숨이 기도가 되기를 바라는 이 얼마나 지극히 소극적이고 개인적인 크리스찬의 모습인가.

 

그런데 이번 부활절을 앞둔 고난주간 집회 때, 우리가 부활소망을 가지고 예수님의 고난 받으심을 묵상할 뿐 아니라 지금 우리 교회가 우리 몸에 채워야 할 그리스로의 남은 고난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노숙자 사역, 장애인 사역, 난민 사역을 하는 분들을 모셔서 그들의 증언을 듣고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가운데에서 난민 사역을 소개하러 오신 외국인 난민, 탈북 난민을 돕는 NGO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로부터 이 사연을 듣고 알게 된 것이다. <피난처>의 겉모양은 NGO로 되어있지만 소개되고 알려지기를 원하기는 한국 교회의 헌금으로 지원되고 후원되는 100% 기독교단체였다.

 

생명의 위협을 피해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난민의 지위를 얻게 되어 본국으로 강제소환 할 수 없다는 국제법의 보호 아래 살 길을 찾아 우리나라까지 온 난민들에게 생명을 얻게 하는 복음을 전해야하지 않겠냐는 사명과 함께 특별히 우리의 동포 탈북난민들이 중국에서 겪는 갖은 고생, 그들이 강제북송 당한다면 벌어질 일들, G2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이 이런 식으로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마땅히 중국에 요구할 수 있는 일, 이 모든 일들을 바탕으로 통일은 준비될 것이며 그 꿈을 함께 꾸자고 하는 메시지에 우리 교회는 함께 울었고, 함께 기도했다. 그래서 어제 같이 기도하고 싶어서 그 곳을 찾아가본 것이다.

 

그런데 그곳은 정말 외로운 곳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고독한 싸움을 하는 곳이었다. 교회 앞을 빌려주고 말없이 서있는 소박한 옥인교회당을 보고 있자니 주일예배를 마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한국교회 교인들의 거대한 무리가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이곳의 극소수와의 극심한 대조 때문에 현기증이 일 정도였다.

 

그 곳은 외면 받는 곳이었다. 동정 받지 못하는 곳이었고 ‘저러다 말겠지? 저러다 말기를!’ 바라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외치는 소리는 마치 꿈을 꾸는 소리 같았고, 그곳에서 갖고 있는 확신은 갖고 싶을 뿐, 이루어질 수 있을까, 믿기가 쉽지 않았다. 자세히 듣고 이해하고 있는 내가 그렇게 느껴지는데 별 관심 없는 한국 교회의 이목을 어떻게 끌 수 있을까?

 

이런 의심이 드는 바로 그 때 복음이 바로 그렇지, 예수님의 말씀이, 구원의 복된 소식도 얼마나 차갑게 외면 받아 왔던가. 그렇다면 이곳에서 이렇게 외롭게 외치는 이 소리도 바로 광야의 그 소리가 아닐까 생각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가슴이 뻐근하게 아파왔다.

 

서울시 효자동 중국대사관 건너편 옥인교회 앞에서는 매일 저녁 7시 탈북난민 북송반대를 위한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이들이 부르짖음이 하늘에 사무치도록 함께 가서 부르짖기를 한국 교회에 부탁드린다. 이들이 아파할 때, 주리고 벗었을 때, 매 맞고 병들었을 때, 옥에 갇혀있을 때 외면하지 말아야할 이유를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한국 교회가 힘으로 뭉쳐 덩치를 키워서 우리가 모이기만하면 이 정도라는 것을 보여주자, 본때를 보여주자, 간담을 서늘하게 하자는 소리가 아니다. 죽음 앞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우리의 동포를 향해 하나님께서 긍휼을 보여주시기를 바라는 그 현장의 사람들이 적어도 외롭지 않도록 한국 교회가 관심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셔야 함을 알기에 기도로 싸우고 있는 그들을 우리가 돕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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