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크신 은혜 내려 나를 항상 돌아보고”
< 추둘란 집사, 수필가, 홍동밀알교회 >
“하나님은 일상의 작은 부분 하나까지 다 신경 쓰고 해결해 주시는 분”
1월 중순,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축구팀을 예로 들면서 “자기가 제일 잘 한다고 설치는 그 한사람 때문에 시합에 지고 공동체가 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제일 잘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제일 많은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남편과 나는 그 말에 좌절하고 낙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젠 너희 두 사람 필요 없으니 알아서 교회 떠나라” 하는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모질게 마음먹고 아무 사역에도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예배 시간에 목사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고 새벽기도에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나는 개인적으로 원예치료사 공부를 하기 위하여 서울을 오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하나님은 올 한해 내게 ‘안식’을 가르치시려고 일부러 그렇게 모진 방법으로 사역에서 손을 떼도록 하신 것 같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교회와 집만 오고가며 일에 미친 사람처럼 일만 하고 있는 나를 딱하게 보셔서 이제 일 좀 놓고, 쉬고 누리고 즐기라고 서울을 오고갈 기회를 주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칼날 같은 목사님 설교를 듣고 강제적으로 사역에서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나는 틀림없이 무슨 일인가를 다시 붙들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작정하고 나를 인도하신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감사했던 것이 신발이었습니다. 한 3년 전에 받은 10만 원짜리 구두 상품권으로 학교 옆에 있는 상설할인매장에서 반값 할인하는 샌들 한 켤레를 사서 신었습니다.
신고 보니 얼마나 감사하고 좋은지 구름을 타고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하철 계단 오르내릴 때 발만 쳐다보며 다녔습니다. 하나님이 올해는 내게 이렇게 꽃신을 다 신겨주시는구나 감동이 되었습니다.
그 꽃신 신고 다니며 원예치료사 자격증 과정을 다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 꽃신 신고 사역자 컨퍼런스도 다녀왔습니다. 목사님과의 관계는 여전히 서먹했지만, 컨퍼런스만큼은 몇 년 전부터 꼭 다녀오고 싶었기에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컨퍼런스를 가기 몇 주 전에 지인 한 분이 집 주고 직장 줄 터이니 김포로 올 수 있겠냐고 하시는데, 정말 그 유혹이 달콤했습니다. 집이 너무 작고 불편해서 계속 기도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집주인도 집을 비우라고 말한 참이었기에 김포로 가는 것이 주님의 응답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믿음이 자라기 시작하는 구역 식구들을 두고서 차마 떠날 수 없어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컨퍼런스에 가기 하루 전까지 인근 마을을 다 뒤져도 집을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돌아본 집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새 집이 있었는데 그 집 주인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원래 전세를 주려던 사람이 정해져 있던 집이라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더러 2년 후에 꼭 사겠다고 하면 그 조건으로 전세를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홀가분하게 컨퍼런스에 다녀오라고 하나님이 새 거처를 주셨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컨퍼런스 첫 프로그램을 위해 강당에 들어섰습니다. 지정된 테이블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김포로 떠났더라면 못 왔을 자리가 아닌지요? 내 이름이 누락되지 않은 것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시골 작은 교회에 다니는 내가 무엇이라고,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는 이곳에서 주님만은 나를 알아보고 내려다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찬양을 하는 내내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2박 3일 컨퍼런스에서 같은 조에서 만난 조원들이 너무나 열정적으로 영혼 구원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비로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내 안에 있는 내 모습조차 다 보지 못하면서 목사님과 사모님의 단점만 보고 다른 교인들의 허물만 보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구원해 주신 것도 감사한데, 영혼 구원 사역에 쓰겠다고 우리 부부를 불러주시고, 오늘날까지 변화시키시고, 다독이시고, 불평도 원망도 다 들어주시고, 집이 불편하다고 하니 새 집도 주시고, 미친 사람처럼 일하지 말고 좀 즐기면서 살라고 꽃신 신겨서 서울로 유학도 보내주시면서 온 우주를 돌아보며 큰일을 하시는 하나님이신데도 나의 작은 부분 하나 하나까지 다 신경 쓰고 해결해 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목사님과 사모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교회로 갔습니다. 떠나기 전까지 목사님을 보면 냉정하기 그지없는 분 것 같았는데 그날 서재에서 목사님을 뵈니 세상에 둘도 없는, 예수님처럼 인자한 모습이었습니다.
이제야 왜 하나님께서 8개월 동안 쉬게 만드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한두 달 끌다가 대충 해결되었으면 아마 우리는 몇 년 후에 이 방황을 다시 반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은 두 번 다시 허송세월 하지말고, 한번으로 끝내라고 그토록 긴 시간을 건너게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무엇이라고 주님께서 이렇게까지 생각해주시며, 내가 무엇이기에 주님께서 이렇게 돌보아 주시는지 찬송이 절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