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픔”
< 윤순열 사모, 서문교회 >
“정성 쏟은 성도의 변심에 더 없이 고통을 느껴”
지난 토요일 오후 휴가를 앞두고 카메라 건전지를 사러 홈플러스에 갔던 남편이 와서 한참 후 말문을 열었습니다.
“여보 나 홈플러스에서 박 집사 내외를 만났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마음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어두움과 무거움이 밀려왔습니다. 아니 분노라 해야 맞을 것입니다. 남편도 그래서 오자마자 말하지 않고 한참 후 말문을 연 것 같습니다.
그들은 18년 전에 제가 아들을 등에 업고 다니며 전도하면서 만난 전도의 첫 열매로 만난 인연들입니다.
당시 부인은 교회 다니다 쉬는 중이었고 남편은 전혀 교회에 와 본적이 없는 문외한이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방문하면서 부인은 어렵사리 교회에 나와 일대일 양육 제자 훈련 과정까지 마치며 신앙을 키워갔습니다. 그러면서 불신자였던 그 남편까지 전도해 새신자 양육 제자훈련까지 마친 전도의 첫 열매들인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그분들은 안수집사와 권사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늘 어두웠던 그 부인은 마음에 변화가 심해 제 마음을 늘 불안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집에서 기분이 좋지 않아도 교회에 와서 그 기분을 거침없이 드러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1년 동안 기분이 좋은날이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저에게 상한 감정을 많이 표현하며 뾰루퉁한 표정을 하여 저희 마음이 몹시 괴로웠습니다. 저는 그를 보면서 왜 나는 저를 기분 좋게 하지 못하고 기분을 상하게 하는 존재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유난히 음식솜씨가 좋아 주방에서 인기가 좋았습니다. 당연히 주방의 권한이 그에게 쏠렸습니다. 냄비 하나 프라이팬 하나도 그의 허락없이는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주방구석에 있는 헌 프라이팬을 고물인 줄 알고 시장에 가지고 가서 새 프라이팬으로 교체해 놓았다가 호되게 질책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왜 물어보지도 않고 쓸 만한 프라이팬을 갖다 주었냐면서 난리였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그는 자기 허락 없이 물건을 처분한 것에 대해 대단히 불쾌해 하며 소동을 벌였습니다. 이 어이없는 일들이 개척교회 안에서는 비일비재 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 보다 더 한 일들도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개척교회 사모들의 서글픔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회의 모든 일에 사사건건 불만이 많았던 그 부부는 그 후 몇 년을 더 섬기다가 이웃의 큰 교회로 교회를 옮겼습니다. 그러나 교회를 옮긴 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 또 다른 일이 발생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를 옮긴 후 그분들은 우리교회 성도들에게 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 오니 너무 좋다, 말씀이 은혜롭다 아이들 교육이 너무 좋다, 특히 일이 잘 풀린다, 결혼적령기에 이르는 외동딸이 당회장 목사님 아들과 사귀게 되어 결혼 날을 받아놓았다, 너무 큰 복을 이곳에 와서 받았다 등등 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혼 상대 사윗감이 목사후보생이라는 말이 저에게는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다가 왔습니다.
혼란에 빠진 성도들은 결국 그분들의 전화 설득에 몇 가정이 그분들을 따라 교회를 옮기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사건을 통하여 교회는 몇 개월 동안 큰 혼란에 빠졌고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마음 밑에 깔려있던 커다란 응어리가 올라오는 느낌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그 사랑하는 딸과 사위도 힘든 목회여정을 겪으며 살겠지요. 우리를 힘들게 했던 만큼이나 어려운 고비를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는 알게 되겠지요. 그 길이 얼마나 힘들고 어이없는 일들 앞에서도 항거할 수 없는 것인지를 어느 집사님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하나님이 그분들에게 그 아픔을 느끼게 하려고 사랑하는 딸을 그 길로 보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 말을 들으며 마음이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