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의 기도처럼_김영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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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야의 기도처럼

김영자 사모_채석포교회

“성도 한 사람 느는 것처럼 큰 감동도 없어”

붉게 물든 담쟁이덩굴이 높게 뻗은 소나무와 잘 어울리는 가을의 풍경이 우
리들의 눈을 풍요롭게 합니다. 

뜻하지 않게 하나님의 사랑 느끼기도

가을이면 나무들은 저마다 자기 색깔의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만 나무 입장에서 보면 낙엽은 겨울을 나기 위한 식물의 생존전략의 일종이
고 가을부터 철저한 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아름답다
고 생각하고 계절이 바뀌면 또 다가오는 계절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
다. 
며칠 전에 외출해서 돌아오니 택배가 배달되었습니다. 포장되어 있는 것으
로 보아 책 같아서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니 본인도 모른다는 표정을 하고 있
었습니다. 가끔씩 원치 않는 택배가 배달되어 되돌려 보내는 경우가 있어서 
편치 않는 마음으로 포장을 풀어 보니 짧은 글과 함께 몇 권의 책이 들어 있
었습니다. 

리 부부를 잘 아는 내 친구가 보낸 책이었습니다. 잊혀질 만하면 가끔씩 
책을 보내면서 우리를 잊지 않고 기도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
하고 행복했습니다. 영혼의 갈급함을 느낄 때마다 보내주는 책으로 목마름
의 갈증도 해갈되고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교회마다 구역예배를 여러 모양의 조직과 형태로 모이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지역 환경에 맞게 금요일 밤에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안수집
사님들이 인도했으나 금년부터는 목사님과 내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신앙 재충전을 위해 제자훈련 교재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
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은혜와 각자에게 주신 사명을 이해하고 그리
스도인의 복된 삶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농어촌 교회의 실정처럼 우리 교회는 전교인 거의 집사님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 번 집사는 영원한 집사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일
년 열두 달 중에 금어기 때 두 달과 일이 없는 겨울에만 예배 참석하는 성도
도 있습니다. 그래도 구역예배 때는 젊은 성도는 나이든 성도의 가방을 어깨
에 메고 손을 잡고 참석합니다. 때로는 
주일 예배에 참석하지는 못해도 이웃
들이 모이는 구역예배는 빠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봅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즐거움이 있습니다. 손가락을 오므렸다 펴면서 예수님
의 열두 제자를 외우기도 하고, 모르는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성경목록
가를 부르면서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 내 준 숙제도 검
사 받아야 합니다. 숙제는 성경요절 암송입니다. 더듬거리면서 요절을 외우
는 연로하신 집사님들의 소녀 같은 미소는 참 아름답습니다. 
85세가 넘은 여자 집사님이 계시는데 김 집사님입니다. 작은 키에 허리는 많
이 굽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차에
서 뛰어내릴 정도로 건강합니다. 작은 텃밭을 손수 일구며 각종 채소를 심
고 가꾸어서 철따라 제일 좋은 것으로 골라 저희에게 선물합니다. 며칠 전에
는 한 알 한 알 껍질을 벗긴 땅콩과 참기름 한 병을 목사님 손에 들려주셨습
니다. 목사를 사랑한다는 표현입니다. 
김 집사님 댁은 교회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 외딴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대문까지는 밭고랑 사이에 난 좁은 길을 꽤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김 집
사님을 바래
다 드릴 때는 깜깜한 길목에 자동차를 세우고 집으로 들어갈 때
까지 불빛을 비춰줍니다. 뒤에서 비추는 불빛을 통해서 목사님의 사랑을 느
낀다고 합니다. 일전에 성경구절을 외우시기 위해 헌 종이에 연필로 몇 번씩
이나 써 보았던 것을 보여 주실 때는 주님을 향한 사랑에 마음이 뜨거워지
고 눈시울이 젖어옵니다. 
예배가 끝나고 나면 상 가득 먹을 것이 풍성합니다. 나이가 많으신 집사님일
수록 더 풍성합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음식으로 준
비하여 상을 차립니다. 음료수 한 잔만 주시라고 하면 “누가 늙은이 집에 
이렇게 찾아 주겠느냐”면서 즐거워하십니다. 
지난 주 금요일 구역예배는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성도 집에서 예배를 드렸
습니다. 걸어서는 갈 수 없어 구역 식구들이 교회 차를 타고 갔습니다. 맨 
끝에 만원이 된 자동차를 타면서 “하나님께서 내 소원을 들어 주셨다”고 
중얼거렸습니다. 목사님이 큰 소리로 “집사님, 무엇이라 하셨어요?” 하니
까 그저 웃기만 하셨습니다. 
기도한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집사님께서는 구역예배 때 잘 보이지 않았
던 얼굴들이 자동차 가득 채운 것을 보고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글도 잘 모
르고 농사에 바쁜 생활 때문에 기도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성도 각 사람
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농어촌에서는 교인수가 증가되는 일은 드물고, 연로하신 분들이 장수해서 오
래도록 교회 출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기도의 제목이 되기도 합니다. 그
런데 우리 교회는 금년 후반기에 일곱 명의 성도가 증가되어 성도들 모두가 
기뻐하고 행복해 합니다. 
서울 남문교회를 섬기다가 귀농한 가족과 여자 청년이 결혼과 함께 남편을 
인도하고 그리고 나이 드신 남편 따라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가 있습니다. 놀
랍고 신나는 하나님의 비밀과 계획은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성도들의 기뻐하
는 모습과 적은 숫자지만 일당백인 성도들을 보는 남편은 요즈음 싱글벙글 
입니다. 
목회자의 기쁨은 성도의 기쁨이고 목회자의 시간은 성도의 시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 은혜를 사모하며 쉬지 
않고 기도하여 맺어진 열매를 보면서 즐거워합니다. 글자를 잘 모르고 기도
할 줄 모른다며 부끄러워 입술 한 번 열지 못하지만 그 마음속에 소원이 담
긴 늙고 연약한 
노인의 기도를 하나님께서는 들으셨습니다. 

연약한 노인의 기도 응답에 감사해

엘리야의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서는 늙고 연약한 김 집사님의 기도도 들
으셔서 교회에 기쁨을 주시고, 자동차에 성도들을 가득 채워주시어서 그 마
음에 감사와 기쁨을 선물하신 하나님께 찬양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