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고 또 받으니, 넘치고 넘쳐서_추둘란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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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고 또 받으니, 넘치고 넘쳐서 

추둘란 집사_수필가, 홍동밀알교회

“섬김의 기회,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새벽기도에서 돌아오자마자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초등학교에서 민속촌 관람
을 가는 날이기에 김밥을 싸야하기 때문입니다. 민서 혼자 먹을 김밥만 싼다
면야 바쁜 일도 아닌데, 직장에 가져갈 것까지 좀 넉넉하게 준비하려니 마음
이 조급해집니다. 

김밥 때문에 분주해진 출근 시간

남편은 벼를 추수해야겠다고 일찌감치 논으로 나갔으니 하릴없이 혼자 다 챙
겨야 합니다. 김밥을 말면서 한편으로 두어 줄 툭툭 썰어 아이들 아침식사
로 차려주고, 물병을 챙기고 여벌옷을 챙기고 그만 먹겠다는 아이들에게 양
치질과 세수를 시키고 그러면서 제 자신의 출근 준비도 서두릅니다. 출근 시
간 5분 앞당기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오늘은 20분 일찍 집에서 나서야 하니 
아침 내내 종종걸음입니다. 
‘직장에는 뭐 하러 김밥을 가져 가? 바쁜 아침이니 아이들 먹을 만큼 서
너 
줄만 싸면 될 것을…’ 마귀는 계속해서 내 마음에 속삭여대는데, 별것 아
닌 것이라도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섬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가 않습니다. 
제 직장은 면소재지에 있는 고등학교입니다. 이곳에서 특수교육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작은 사립학교이다 보니 교사실이 한 공간에 있지 않고 건
물마다 흩어져 있는데 저는 나이가 비슷한 선생님 서너 분과 같이 있습니
다. 나이가 고만고만한 선생님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어린이집 이야기, 육
아 이야기, 집안 정돈 이야기, 요리 이야기와 같은 공통의 관심사가 많아 화
기애애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아침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출근하기 때문에 1
교시 시작 전에 차를 마시거나 간단한 주전부리를 먹습니다. 주전부리라야 
집집이 조금씩 가져오는 빵과 비스킷, 과일 따위인데 오늘처럼 김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날은 특식을 먹는 날이 됩니다. 속을 든든히 채우고 1교시 수
업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니 김밥 도시락 뚜껑을 열 때 모두들 행복한 얼굴
이 되곤 합니다. 아침에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이런 행복을 나눌 수가 있기
에 김밥을 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으레 넉넉하게 준비를 합니다. 
지난 추석에는 친정에서 온 마른 멸치와 인터넷에서 구입한 아이들 양말을 
선생님들에게 선물로 나누어주었습니다. 멸치는, 친정이 통영이다 보니 부모
님께 사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비록 여럿이 나누어서 양은 많지 않지만 충
청도에서는 보기 드문 최상품의 멸치를 선물로 받은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감
탄사를 터뜨렸습니다. 아이들 양말은 다섯 켤레씩 세트로 된 것을 선물하였
습니다. 
“아이들 것까지 챙기셨어요? 우리는 이런 것 생각도 못하고 사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그 이유를 말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마을 어르신들이나 교회 성도님들이 주시는 것을 받
기만 했어요. 계속해서 받다 보니 이제 다른 아이들을 보면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선생님들도 그냥 받으시고 나중에 저와 같은 마음이 생기면 
그때 다른 아이들에게 선물하시면 되는 거예요.” 
그 말 그대로입니다. 민서를 등에 업고 다닐 적, 소풍이나 운동회 때가 되
면 무슨 동네 잔치마냥 집집에서 김밥 먹으러 오라는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
리고 그 때나 지금
이나 명절이 되면 우리 가족 수대로 챙긴 양말 선물을 꼭 
받게 됩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할 수 있고, 은혜를 받아본 사람이 은혜를 나
눌 수 있다고 하던가요? 하나님이 이웃과 성도들을 통하여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물을 주셨는데, 처음에는 그 선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되
갚을 생각을 전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받고 또 받으니, 
어느새 넘치고 넘치는 그 은혜를 실감하게 되었고, 드디어 다른 사람에게 
그 은혜를 나눠주게 된 것입니다. 
매달 받는 월급으로 따지면 제 월급은 다른 선생님들의 삼분의 일, 사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월급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를 따지자면 제
가 받는 은혜는 무한대의 은혜이므로 다른 선생님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습
니다. 
그 큰 은혜 받고 사는 사람이 멸치 한 봉지, 김밥 몇 줄, 양말 몇 켤레 나눈
다고 하여 궁핍해지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압니다. 오히려 더 섬길 수 있는데 
시간 없다 하여 기회를 놓치고, 피곤하다 하여 기회를 놓치는 제 자신이 한
없이 부족하게 여겨질 뿐입니다. 
물질뿐만 아니라 영혼에 부어주시는 영적인 선물도 깨닫
게 되니 나만을 위하
여 기도하던 사람이 전도 대상자들의 영혼을 마음에 품고 기도하게 되었습니
다. 자신을 위하여 기도할 줄도 모르는 연약한 영혼들을 위해 그들을 구원
해 달라고, 섬길 기회를 달라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께서 벼락처럼 큰 은혜를 한꺼번에 쏟아준 것은 아니
었습니다. 눈에 띄지도 않을 작고 작은 섬김들을 이웃들의 손을 빌어 제게 
꾸준히 채워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섬김의 은혜를 오랜 세월 받고 또 받으
니 이제 그 은혜가 넘치고 넘쳐서 다른 이웃에게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받은 은혜 이웃들에게 나누어

내가 할 수 있는 섬김도 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누군가 막고자 하여도 막
을 수 없는 섬김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누군가는 시나브로 그 은혜를 
깨달아 예수님께로 돌아올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