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나는 너를… _이영란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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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나는 너를…

이영란 사모_좋은소식교회

“마음의 문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젠 활짝 열려”

요즈음 우리 부부는 한 아이 때문에 기쁨이 크다. 1년 전 교회 아래층에 있
는 슈퍼마켓 앞에서 만난 아이이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오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위층에 있는 교회로 데리고 왔다. 
그 아이는 6학년이었다. 보통 키에 몸무게 70Kg을 웃도는 아이이다.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 집에도 가보았다. 너무 열악한 환
경에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했다. 동네 아줌마가 그 집안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부부가 헤어져 살고 있으며, 엄마는 식당에 나가 일을 한단다. 겨
울에는 내복만 입고 나와 돌아다니기도 했단다. 
돕고 싶은 마음이 급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요즈음 우리가 그 아이로 인
해 큰 기쁨을 얻고 있다. 그 아이를 통해 하나님의 세계에 눈을 뜨고 있다.
처음에는 기쁘게 다니더니 한 발자국 가까이 가려고 하면 마음을 닫았다. 집
에 
가서 부르면 꼼짝 안 하기도 했다. 고민하다가 기도 중에 학교에 나가 
그 아이를 만났다. 간식을 먹으면서 공휴일에 야외로 나가자고 했다. 몇 아
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점심도 먹고 하루를 보냈는데 그 때 많이 가까워졌
다.
어느날 집사님이 책장 정리를 하시다가 우연치 않게 책장 사이사이에 숨겨놓
은 자살스토리 메모들을 발견하셨다. 나는 우리교회 아이 것이 아니라고 했
는데 후에 그 아이가 쓴 것임을 알게 되었다. 충격이 컸다. 그 아이 깊은 곳
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두렵기까지 했다.
몇 달이 지나면서 토요 전도 때 아이가 따라 나오기 시작했는데 한 날은 얼
마나 거칠고 산만한지 정신이 없었다. 숨겨진 그 아이의 다른 면을 보았다. 
나는 전도를 그만두고 그 아이를 껴안고 속삭이듯 말했다. 이미 주님을 영접
한 아이지만 다시 하나님의 사랑과 주님의 십자가를 전했다. 그리고 하나님 
닮게 그를 만드셨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교회로 데리고 왔다. 
간식을 먹으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었고 성적을 물어보는 나에게 구구단
을 아직 못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전 과목이 밑바닥이라고 했다. 나는 너무 
놀랐다. 그 부끄러운 
이야기를 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 말 한마디로 아이에 대해, 특히 초등학교 생활에 대해 한눈에 다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부터 거의 모든 초점이 그 아이에게 맞춰졌다. 성경을 같
이 읽을 때나 공작을 할 때나 설교를 할 때나 하나님의 사랑과 놀라운 계획
이 있다는 것을 심어주었다. 교사들과 성도들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쌀과 김치를 보내주기도 했고 헌금도 해주셨다. 아끼던 책들과 교구들도 보
내주셨다. 
졸업식에 갔는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일일이 엽서를 주었다. 아이의 엽서
를 읽는 순간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너를 생각하면 너무 답답하구나! 그
러나 점점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네가 너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누가 너
를 대우해 주겠니…” 
나는 그 선생님이 왜 그렇게 썼는지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면
서 하나님의 심정이 절실히 다가왔다. 활발하고 자신감 있고 멋진 아이들 속
에서 그 아이를 보게 되었다. 그날 공교롭게도 타 교회 집사님이 교회 저녁
식사를 준비해 주셨다. ‘축 졸업’이라고 그 아이 이름과 함께 써 붙이고 
갑작스럽게 축하 이벤트를 가지게 되었다. 모두 돌아가면서 축하의 
말을 했
다. 주님이 그 아이를 얼마나 축복하시는지를 느꼈다. 
집에 돌아가는 아이에게 어린이 성경으로 말씀을 읽어주는데 나도 모르게 목
소리가 떨렸다. “네가 나의 말을 지키면 네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네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 칭찬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잠 3:5,6). 반드시 성공
할 것이라고 확신을 주었다. 아니 하나님이 나에게 확신을 주셨다. 
어느 때부터인가 이 아이가 교회에 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상
한 만화책들을 한 아름 빌려와서 읽더니 점점 교회에 구비된 책을 읽었다. 
빌려가기까지 했다. 특히 만화성경을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오면 꼭 화초
에 물을 준다. 가끔 유아방 책 정리도 한다. 
사모님이 좋아하니까 하는 것이면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것이 아니란다. 
또한 청소도 하겠다고 한다. 목사님의 작은 방에 드나들면서 목사님과 대화
도 많이 한다. 아이들과 밥을 먹으면서 하루에 있었던 좋은 일과 어려웠던 
일을 돌아가면서 나눌 때는 매우 좋아하고 자못 진지하기까지 하다.
한 날은 설거지를 하겠다고 해서 싱크대에서 같이 일하는데 “너 나중에 크
면 훌륭한 사람이 될텐데 그 때 ‘TV는 
사랑을 싣고’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
면 목사님과 사모님을 찾을 거지?” 아이는 꼭 그러겠다고 한다. 지금 잘하
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가노라면 후에는 거북
이처럼 승리하게 된다고 말해주었다. 예수님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의 친구
가 되셨고 그들이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나는 행복해 하는 
인호의 표정을 보며 말할 수 없는 포만감을 느꼈다. 
두 달 전부터 학습지 선생님의 진단을 받고 세 자리 수 덧셈부터 시작하고 
있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모른다. 늘 혼자 컴퓨터와 TV에 빠져있을 그 아
이를 걱정하며 남편은 자주 전화를 넣어준다.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 남편은 
영어 알파벳을 가르쳤다. 자기 동생도 지금 붙들어 주지 않으면 자기처럼 된
다고 남편에게 말했단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타교회 성도님이 이 상황을 알게 되었는데 대
학 다니는 딸을 전화로 즉시 오게 했다. 그 때부터 일주일에 두 번 영어를 
가르치러 온다. 또한 그 딸이 매주 토요일 교회에서 하는 어린이 전도모임에
서 피아노 반주를 해주고 있다. 그분들이 주일학교예배에 참석해서 예배드

며 반주도 해주시고 있다. 그리고 본교회로 가신다. 대형 교회 목사님이신
데 개척교회를 그렇게 섬기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소원을 주시면 개
척교회를 섬기라고 하셨다니 정말 감사한 마음이 하늘까지 닿을 것 같았다.
며칠 전 해질 녘에 호숫가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 아이가 걸으면서 
엄마이야기를 했다. 엄마가 자주 아프시다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엄마
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런 마음이 있을까 싶었다. 옆에 있는 큰 교회 건물을 보더니 돈을 벌어서 
목사님에게 교회를 사드리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호수에 떠있는 배를 스케치하는 아이의 뒤에서 나도 모르게 그 앞에 펼쳐질 
하나님의 놀라운 세계를 내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 아이를 도와야 된다고 생
각했는데 오히려 이 아이를 통해 눈이 열리게 되었다. 
“주님. 당신은 어떤 분이십니까. 어떤 분이시기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고
개 숙인 이 아이를 이렇게 찾아 머리를 들게 하십니까. 지극히 작은 이 아
이 하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