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_신승국 목사

0
23

<살며생각하며>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신승국 목사_태안전원교회

“자원봉사 손길로 본래 모습 되찾고 있어”

태안군 소원면에서 태안전원교회를 개척하여 섬겨온 지 벌써 12년이라는 세
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태안전원교회에서 목회하는 것이 기쁘고 늘 하나님
께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곳은 금빛모래로 유명한 해수욕장들과 기암괴
석 그리고 맑은 바닷물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심신의 시원함을 제공하
고 피로를 풀어 주는 곳입니다.
해마다 많은 교회들이 태안전원교회에 와서 여름과 겨울 수련회를 가지곤 하
였습니다. 이미 어느 교회는 2008년 여름수련회를 예약한 교회가 있을 정도
로 이곳 태안군 소원면은 참으로 바다 경관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해옥으로 유명한 파도리 해수욕장, 몽당돌이 아름다운 어은돌 해수욕장, 똑
딱선 기적 소리로 유명한 만리포 해수욕장,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이 있는 천리포해수욕장, 가족들이 휴양을 하기 좋은 백리포 
해수욕장, 독살
(돌을 막아 고기 잡는 전통방식)로 유명한 십리포 해수욕장, 구름도 쉬어 가
는 구름포 해수욕장 그리고 모래사구의 신비함을 간직한 신두리 해수욕장 등
등은 언제 보아도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자연경관 빼어난 태안

그런데 지난 2007년 12월 7일 오전에 역겨운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
했습니다. 처음에는 폐유를 태우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역겨운 
기름 냄새가 더욱 심하게 나고 있었습니다. 그때 외출한 아내로부터 전화 
한 통화를 받았습니다. “만리포 앞 바다에서 원유 유출사고로 역겨운 기름 
냄새가 난데요.”
전화를 받고 난 후 곧바로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저 멀리 앞
바다에는 커다란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 부선이 부딪쳐 있었습니다. 12월 7
일 오전 7시께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풍랑을 만난 해상크레인 부선
이 마침 정박해 있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했던 것입니다. 
이 사고로 원유 1만 2천 547㎘가 바다로 흘러 나왔습니다. 1995년 ‘씨프린
스호’ 사고 때의 2.5배에 달하는 원유가 태안반도를 휩쓸어 청정 어장 5천
여㏊ 등
이 기름 띠에 뒤덮이는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피해가 발생하게 되었
습니다.

유조선과 부선이 충돌해

다음날에 만리포 해수욕장에 갔을 때는 그만 ‘끝났다’라는 혼자 말이 입밖
으로 새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눈의 초점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맑
고 고운 만리포 해수욕장이 유전 지대처럼 원유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겨
울 바다의 낭만적인 파도는 원유에 눌려서 무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사
라졌으며, 원유로 가득한 만리포는 검은 바다가 되어 있었습니다. 
사구로 유명한 신두리 해수욕장을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곳 역시 그 넓고 아
름다운 해변이 유전지대처럼 보였습니다. 양식을 하는 굴밭은 생기를 잊어버
리고 끈적끈적한 기름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던 게는 
원유 속에서 몇 번의 호흡을 하고 수명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검은 새 가마
우찌는 원유로 온몸을 뒤집어쓰고 힘겹게 몇 번 푸드덕거리더니 이내 쓰려
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들이 사람들의 한순간 실수로 어려움을 당하는
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사고 해변에 있으려니 역겨운 기
름 
냄새로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가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안정을 취하고 
있는 나의 마음은 자꾸 만리포와 신두리 해수욕장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기름 범벅된 생물들 죽어가

태안군 소원면 입구에는 ‘원유 유출사고 기름제거, 국민여러분 도와주세
요’라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소원면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 국
민들에게 간절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기름유출사
고를 접하는 우리 주민들에게는 TV에서 보도한 것보다 참담하고 어두운 그림
자에 쌓여 있었습니다.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대 참사’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쉬움과 원망으로 가득했습니다. 파도리, 어은돌,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구름포 그리고 신두리 등등이 하루아침에 죽음의 
바다가 된 것으로 속이 상하고 또 속이 상하였습니다. 
기도하다가도 눈물이 났고, 찬양하다가도 눈물이 났고, 설교하다가도 눈물
이 났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엎드려 기도를 드려 보았지만 검은 바다는 더
욱더 심각하게 퍼지고 우리 소원면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갔으며, 눈물
은 말라버려서 
그런지 자꾸 먼 하늘만 쳐다보는 사람들만 늘어났습니다.

한 순간의 사고에 원망 가득 

가정의 어려움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와 살아가는 손자는 바닷바람과 
햇볕에 그을린 주름진 할머니 손마디를 붙잡고 “할머니, 죽고 싶다는 말 그
만 하세요. 할머니 돌아가시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고 울부짖었
습니다. 누가 이 할머니와 손자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겠습니까?
바닷가에 가서 하루 벌어서 하루 살아가는 주민들은 앞으로 어디에 가서 하
루하루 살아가는 삶을 누릴 수 있단 말인가요. 복구해서 생업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최소한 3년에서 5년이 걸린다고 하니 그동안 우리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요.
‘기름 유출 사고를 보상받으려면 근거 서류를 확보해야 한다’라는 소식을 
접한 우리 주민들은 억장이 무너집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힘없는 우리 
주민들이 어떻게 근거 서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번 사고로 태안
군 전체의 경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 역시 어업, 상업, 농업 그
리고 관광업 등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도 걱정이 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위기에 처한 태안 주민들

이럴 때 기도밖에는 더 할 일이 없었습니다. “하나님! 저들의 눈물을 씻어 
주시고 일어날 수 있는 있도록 힘을 주세요. 세상의 보이는 것은 이처럼 허
무합니다. 없어지는 꽃이 아니라, 시드는 들의 풀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
의 말씀을 믿게 하여 주세요.” 
기도하면서도 검은 바다와 모래 그리고 돌들을 볼 때마다 한숨을 쉬었습니
다. 하지만 우리 주님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의 손길로 우리 주민
들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아침 8시에 시작하여 오후 5시까지 온 국민의 손
과 발은 기름 한 주먹, 한 주먹을 걷어내곤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온 국민들의 위로와 사랑
의 손길이 구름 때처럼 몰려 왔습니다. 의구심보다 위로는 위대했습니다. 근
심, 걱정보다는 사랑이 위대했고 마침내 회복의 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자
원 봉사의 손길이 줄을 이었고 사고 10일이 지나면서부터 바다는 서서히 본
연의 모습을 찾고 있었습니다. 

자원 봉사자들 몰려와

저 자신도 교인들과 함께 자원 봉사를 하고, 때로는 자원봉사자들을 안내하
면서 사고 당일에 가
졌던 절망과 원망이 사라지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리
라는 희망과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 현장 여기저기에서 “목사
님,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 권찰님, 그리고 OO성도님”이란 호칭을 들을 
때마다 예수님을 믿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감격하였습니다.
여러 교회 목사님들과 성도들이 와서 기도를 해 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은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 그
리고 성도님들 대단합니다. 정말 눈물겹도록 감사를 드립니다. 진심으로 감
사를 드립니다.
우리 태안은 전 국민들과 성도님들의 용기와 사랑에 힘입어 바위가 깨끗해지
고 모래가 빛을 낼 것이고 갯벌은 살아 다시 숨을 쉴 것입니다. 우리 주민들
은 바다로 생업을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그리고 온 국민들은 다시 태안에 
오셔서 심신을 휴식하여 재충전을 받아 힘있는 삶을 살아갈 날이 빨리 올 것
을 의심치 않습니다.

본래 모습 되찾을 것 확신해

그날이오면 ‘원유 유출사고 생태계 회복감사잔치’에 여러분들을 초청하겠
습니다. 그때 꼭 참석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두 ‘참 아름다와라 주
님의 세
계는’이라고 함께 모여서 찬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