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어요!”_유화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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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골에서 보낸 편지

“너무 힘들어요!”

한 젊은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여섯 살 된 이 아들
은 손가락들의 살갗이 벗겨질 정도의 심한 습진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이 꼬
마의 손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던 의사는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심한 습진 걸린 아이의 손

“언제부터 습진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까?” 이 꼬마의 아버지는 “아들
이 엄마 아빠와 떨어져 탁아소와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부터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어린 꼬마와 둘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눈 의사는 이 아이의 습진 발생과 그 
증세 악화의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어린 아들은 엄마 아빠의 직장 생
활 때문에 많은 시간을 부모와 떨어져서 탁아소와 할머니 집에서 보내야 했
다. 엄마 아빠와 헤어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어린 꼬마는 엄마 아빠가 3일간 휴가 여행을 떠난다는 대
화를 듣고 아주 기뻐하였다. 엄마 아빠가 당연
히 자신을 데리고 갈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아이의 꿈은 산산이 깨어지고 말았다. 
이 젊은 부부는 휴가 여행에 아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으며 따라오려 떼를 쓰
는 어린 아들을 뒤로 한 채 황급히 현관문을 닫고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다. 
현관문을 붙잡고 이 어린 아들은 울부짖으며 멀어져 가는 부모의 뒷모습을 
절망적으로 지켜보아야만 하였다. 
이 어린 아들이 붙잡고 있었던 현관문의 창살은 고무와 금속 제품이었다. 그
런 사건이 있은 몇 달 후 이 아들은 고무와 금속에 대한 심한 알레르기 반응
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 알레르기는 손의 습진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하였으
며 계속 심한 습진에 시달리게 되었다. 
한국에서 한창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던 시절 어느 가난한 시골 아가씨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공단에서 일을 하였다. 이 어린 소녀는 유
년주일학교 출신이라 공단 가까이에 있는 어느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 시
간이 허락하는 대로 새벽기도회와 금요 철야기도회 등 열심히 교회 생활을 
하였다. 
적은 월급이지만 동생들의 학비와 부모님의 가난한 시골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
쁨으로 피곤함도 잊은 채 이 소녀는 열심히 일을 하였다. 이런 
소녀의 성실성과 신앙 생활에 교인들도 사랑을 아끼지 않았으며 목사님도 특
별한 관심을 소녀에게 기울이게 되었다. 이 소녀는 금요 철야기도회를 위하
여 다른 사람보다 일찍 교회에 나와서 목사님을 돕기도 하고 목사님의 잔심
부름을 기쁨으로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소녀는 그 교회 목사에게서 깊은 상처를 입게 되었다. 한
번 그런 일이 있은 후 그 분은 계속 이 소녀를 상습적으로 괴롭히게 되었고 
마침내 이 소녀는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 
목회자는 자신의 행위와 책임을 전적으로 부인하였고, 목회자의 체면과 진로
를 염려하게 된 그 교회 일부 중진급 교인들도 이 소녀를 불량소녀로 몰아세
우며 교회를 떠나게 하였다. 
쫓겨나다시피 그 교회를 떠나야 했던 이 소녀는 몸은 무거워지고 더 이상 일
을 할 수 없었으며 고향에 돌아갈 형편도 못되었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이 소녀가 갈 수 있었던 곳은 당시의 사회 제도나 경제 여건상 한 
곳 밖에 없었다. 
절망적으로 삶을 포기하다시피 한 이 소녀는 그 후 여성으로서 밑
바닥 인생
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소녀는 교회의 종소리를 듣거나 십자가, 성경
책, 목사, 교인이라는 말만 들어도 심한 분노와 반발심에 사로잡히게 되면
서 정신질환증세를 나타내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성을 주셨다. 다양한 마음
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감성’은 냉철한 ‘이성’ 못지 않게 인간의 삶
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쁨과 슬픔, 즐거움, 분노 등의 다양한 감성들은 
인격(人格)을 가진 인간에게 필요한 요소들이며, 이런 감성들이 적절한 한계
를 벗어나지 않도록 절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인 냉철한 ‘이성’(理性)
을 하나님께서 함께 주셔서 인간이 이 두 성정(性情)의 조화를 잘 이루며 살
게 하셨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감성 중 어느 하나가 절제와 조절 불가능의 한계에 달하
면 인간은 자제력을 잃고 몸과 마음의 조화가 깨어지면서 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게 된다. 먼저 어린 아이의 경우는, 부모를 그리워하고 부모를 따
라가고 싶은 열망이 무참히 짓밟히는 절망감 속에서 몸과 마음의 조화가 깨
어지면서 습진이라는 심한 고통으로 발전된 것이다. 
시골 아가씨의 
경우는 가슴속에 쌓인 강자(强者)들에 대한 분노와 의지할 
곳 없는 비참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감이 강자 입장에 있는 기독교에 대
한 극도의 분노와 정신질환을 유발하게 된 것이다. 
무심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행하는 우리의 언행(言行)이 어린이나 약자
(弱子)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살인무기가 될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식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격(人格)과 감성(感性)에 좀 더 섬세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타인에게 섬세한 반응을 해야

하나님께서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한 생명(生命)을 뉘라서 감히 경시하
며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