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랑” 이강숙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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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랑”

이강숙 집사_순천제일교회

녹음의 초록 향연이 펼쳐지고 있던 들판이 어느새 여기 저기 가을이라 말하
듯 황금빛으로 누렇게 바뀌어가고 있다. 그동안 농부들은 땅에게 씨앗을 뿌
리고, 뜨거운 햇빛에 온 몸을 맡기고, 머리에는 수건하나 두르고 호미질로 
잡초 거두어내며 고랑마다 손길로 사랑을 묻어 두었다. 

농부들의 사랑에 응답하듯 곡식들과 열매들은 한여름의 열기와 쏟아지는 빗
줄기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견디어 내었다. 벼이삭들은 겸손히 고개 숙이고 
있다. 감나무 잎사귀들은 말라가며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들을 자랑한다. 붉
은 고추는 껍질이 두껍게 제 멋을 내며 대나무 지지대에 기대어 태양초가 되
어 간다. 

하지만 작년 대파 값이 좋았다고 올해에도 여기저기 대파를 심어서인지 그
만 밭에서 뒤집어 버리고 맘만 상해하는 농부들의 마음 속에는 척박함만 더
해가고 있다. 열매 맺어 자식 키운 행복감을 동시에 느끼기도 
하지만 세상사
에 약지 못한 일손들이 당하는 배신감에 땅을 두드리며 애통해하는 농부들
의 마음을 누가 알아주기나 하겠는가.

우리는 주위에서 농사를 짓고 시절을 따라 나오는 곡식과 과일을 풍성히 먹
으면서도 정작 그 물건들을 살 때는 한푼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만 한다. 뉴
스 보도에서 나오는 것처럼 밭에서 썩는다는 양파가 상점에서는 왜 이리 비
싸냐고 원망도 곧잘 하곤 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농부들의 노고를 돌아
보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사랑을 마냥 땅에 쏟아 붓는 농부들의 땀방울과 
그들의 둔탁한 손길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가 가장 지저분하다고 느끼는 것이 음식물 쓰레기이다. 
이 음식물 쓰레기를 우리 아파트에선 일년 전부터 모 업체에서 수거를 해 가
고 있다. 가축들 먹이는 사료로 쓰인다는 목적이 있어 더욱 마음 편히 버리
고 있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을 내면서부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릴 때와는 달리 그 양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만큼 음식물 쓰레기
를 많이 버려 왔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보면 이틀에 한 번 꼴로 바뀌는데 내
가 제일 
먼저 버릴 때는 기분이 아주 좋다. 왜냐하면 누구의 손길인지 모르지만 정갈
하게 청소가 되어 있어서 쓰레기를 버릴 때 전혀 역겨움을 못 느끼기 때문이
다. 어느 분이 이렇게 깨끗하게 닦아내고 소독을 해 줄까 하는 생각에 미안
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담는 작은 통도 고
무장갑을 끼고 마지못해 겨우 닦는데 이렇게 큰 쓰레기통을 닦아내려면 얼마
나 많은 수고를 해야할지 짐작이 간다.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차량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차량 표지
엔 순천을 나타내는 로고와 가을이 익어 가는 감 따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정감어린 느낌이 들지만 그 기사들과 보조하는 분들의 표정을 보면 인상도 
쓰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그리고 언제나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며 그 날 해
야 할 일을 다 해 내는 모습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하나, 하나 열
거하진 않아도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사랑을 나누어주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아름답고 더 성숙한 삶이 되어 갈 것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가

는 이 가을에 우리도 더 멋지게 보이지 않는 사랑의 주인공들이 되면 좋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