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자원천골편지<28>
회귀본능
유화자 교수_합신 기독교교육학
연어라는 물고기는 큰 바다에서 성장한 후 자신이 태어났던 강물을 찾아 올
라가서 그곳에 알을 낳고 그곳에서 자신의 생애를 마친다. 철새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일정한 코스를 돌면서 지구를 이동하며 살아간다. 동물들의 이
런 본성적인 능력을 회귀 본능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도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과거에 집요한 애착을 갖는 회고 심리가
있다. 인간의 이 망향 정서와 과거의 사물에 대한 강한 집착을 나타내는 회
고 감성은 동물들의 회귀 본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활
동적이고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이 회고 심리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
나 이 회고 본능은 인간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다. 젊은 시절이나 청년들에
게는 젊음이라는 역동적이고 활력 넘치는 삶의 주기가 이 회고 본능에 자신
을 맡기고 그 속에 침잠할 만큼 삶이 한가롭지 못하며, 또한 청년기는 많은
것을 회고하며 인생을 살 만큼 살아온 인생
의 연륜이 길지 못하다.
“청년은 미래에 살고, 노인은 과거에 산다”라는 말이 있다. 젊은이는 비전
(vision)과 꿈(dream)을 가슴에 안고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면서 그 미래
를 향하여 힘차게 전진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남은 인생이 살아 온 날들보
다 훨씬 짧은 노인들은 살아 온 길고 먼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 무수한 나날
들 속에 새겨지고 서려 있는 과거의 추억과 기억을 회상하고 반추하면서 인
생을 살게 된다.
철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 마을, 그 곳에서 함께 살았던 사람들, 무수
한 희로애락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고향 산천과 많은 시간을 더불어 보냈던 사
람들이 그리워지고 그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깊어진다. 그래
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기 자신들의 나라와 민족의 명절에 고향을 찾는 사
람들로 하늘과 땅, 바다를 통하는 교통 수단이 인산인해를 이루게 된다. 한
국의 추석이나 설 명절, 서양의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때의 사람들의
대 이동이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특별히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반세기가 훨씬 넘는 6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삼팔선 때문에 고향과 부모
형제, 친척, 친구를 목메이게 그리워하
며 생애를 마친 사람들이 많다. 또 아직도 고향에 대한 소원과 한을 가슴에
품고 그리움의 질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 중에는,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어떤 정해진 ‘숙
명’이나 ‘팔자’ 같은 것이 있어서 인간이 아무리 노력하고 몸부림쳐도
그 숙명과 팔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하
나님의 은혜와 사랑 안에는 절대 불변의 숙명이나 팔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그의 피조물인 인간들이 언제든지 하나님께로 돌아와 하나
님과의 바른 관계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속에서 복된 인생을 살
기 원하신다. 그래서 하나님은 다른 어떤 피조물보다 더 큰 회귀 본능을 인
간에게 주셨다. 곧 인간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종교성이 바로 그것
이다. 하나님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 속에서라도 인간이 하나님께 돌아
오기만 하면 언제라도 기쁨으로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신다.
성경은 많은 곳에서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회귀 본능을 촉구하는 말씀을 우
리에게 주시고 있다. 그 대표적인
실례가 누가복음 15장 11-24절에 나타난
탕자의 비유이다. 이 말씀 속에는 아버지 집을 떠나 방탕한 생활로 자신에
게 주어진 인생의 모든 보화를 잃고 짐승의 지경에까지 이른 아들의 귀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아버지의 애절한 모습이 나타난다. 그러다 마침내 돌아온
몰락한 아들을 맞이하여 기쁨의 잔치를 배설하는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하
나님께 향하는 인간의 회귀본능을 기다리고 계시는 우리 하나님의 안타까운
심정이 가슴 뜨겁게 전달되어 온다.
많은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급박한 상황에 휘돌리면 무의식 중에 “하나
님!”이라고 외치게 되며 또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치고 운명한 어른들의 죽
음을 일컬어 “돌아가셨다!”라고 표현한다. 무심하게 듣고 흘려버릴 수도
있는 이런 표현들 속에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성이 암시되고 있음을 간과
할 수 없다.
생명의 근원이시며 주인이신 하나님, 우주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역사의 주인
이신 하나님께서는 미물인 연어와 철새들에게도 그 생명 원리 속에 필요한
회귀 본능을 주셨다. 그래서 그 회귀 본능을 따라 그들의 생명이 질서 정연
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물인
이런 피조물들도 하나님의 창조 원리와
생명의 법칙을 따라서 잘 살아가고 있는데,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대로 창조
된 하나님의 최고의 걸작품(masterpiece)인 인간들은 왜 이리도 하나님을 향
한 이 회귀 본능에 그렇게도 무심한 것일까!
“하늘이여 들으라 땅이여 귀를 기울이라 … 내가 자식을 양육하였거늘 그들
이 나를 거역하였도다”(사 1:2)라고 하늘과 땅을 향하여 통곡하시는 우리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안을 기독교인들이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