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하나님 사랑의 통로” 민경희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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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하나님 사랑의 통로”

민경희 사모_평안교회

실내에 작은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끄적이고 있던 터라 
무심히 있다가 너무 오래 우는데 누군가 어른이 달래주는 소리가 들리지 않
아서 돌아봤더니 옆자리 뒤쪽자리에 돌쯤 되어 보이는 딸을 안은 엄마랑 세 
살이나 된 듯한 남자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나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며 
거의 의자에서 떨어질 듯이 울고 있는 거다.
돌아앉아서 “아가 왜 그러니? 왜 그렇게 속이 상했지?” 묻자 아이는 더 
큰 소리로 울고 엄마는 한 숨을 한 번 쉬고 “아직 말을 잘 못해서요” 하
며 아이를 아주 한심하다는 듯이, 사실 솔직히 말하면 ‘저런 못난 놈’ 하
고 무시하는 표정으로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아무 일도 없는 듯 무심하게 말
한다.

한참동안 울고 있는 아이

아이가 거의 비명을 지르듯이 울어대니 그대
로 돌아앉을 수도 없고, “아
가, 할머니가 종이 줄까? 그림 그리고 싶니?” 하고 말을 건네본다. 그러나 
아이는 이제 거의 기절하지 않나 싶을 만큼 걱정스럽게 울어대고 그제서야 
엄마는 나를 흘깃 보면서 “거기 … 아줌마 드시는 거 … 주스 먹고 싶다고 
그래요.”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서 주스 한 잔을 사다가 아이에게 주었다. 
물론 아이에게 ‘엄마가 사다줄게’라거나, ‘기다려라’거나 아무 말도 없
이 작은 아이를 옆 의자에 덜컥 내려놓고 벌떡 일어났다. 그 사이 낯선 할머
니 앞에서 두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었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테이블에 탁 
소리가 나게 주스를 놓았고 아이는 흑흑 숨을 들이쉬면서 눈물은 아직 볼을 
타고 내렸지만 울음소리를 그치고 먹기 시작했다.
아이 앞에 쭈그리고 앉았던 나는 언제 일어서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지가 
사이다를 먹겠대서 사줬으니까 … 그리고 남의 것을 달래니까 … 그런 건 
안 된다고 가르쳐야지요” 하는 것이었다. “아~! 그랬군요” 하면서 나는 
고개를 그냥 고장난 목각인형처럼 끄덕이며 천천히 내 자리에 와서 앉았다. 
제법 긴 시간동안 그 가족은 말 한마디 없이 먹고는 
내 옷깃을 스치면서 말
없이 나갔다. 큰 유리창 밖으로 엄마 손을 잡지도 못하고 뒤따라가는 아이
가 사람들 틈에 묻혀서 사라졌다.

그 가족은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져

그냥 아이를 낳기만 하면, 우리 딸 생각대로 아기가 사람이니까 그대로 두어
도(방치해도) 저절로 사람들이 쓰는 말을 하게 되기는 한다. 그러나 엄마, 
아빠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수도 없이 옹알이를 하면서 연습을 한
다는 것을 모르는 젊은 엄마들이 있다. 아기가 말의 뜻을 몰라도 옹알이에 
계속해서 대꾸하고, 아기의 배냇 웃음에도 화답해서 웃고, 아기를 부드럽게 
만져주면 아기는 외부의 자극을 지각하고 그 자극이 좋고 나쁜 것을 알게 되
고 예민한 감각과 섬세하고 풍부한 감정을 가진 아이로 자라간다.
자녀들을 훈련하고 교육하려는 책임감 때문에 어린 자녀들과 힘겨루기를 하
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아빠가 보는 신문을 주먹으로 치고, TV
를 가리고 서거나 TV를 꺼버리면 부모는 리모콘을 들고 다시 켜고, 몇 번을 
거듭하다가는 “안돼, 안 된다고 했지? 아빠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지? 
응? 다시 한 번 그러면 너 맞는다”고 하
면서 아빠가 근엄한 표정으로 TV를 
다시 보면, 한 번 더 시도하고 매를 맞는 아이가 되거나 아빠의 관심을 포기
하고 곁을 떠나 혼자 놀 것을 찾거나 괜히 동생을 때리고 화를 잘 내는 아이
로 자라거나 한다.

부모자식 사이에 점점 단절되는 대화

딸 친구네는 네 살짜리 아들이 떼를 잘 쓰는데 한 번 울면 두 시간은 울어
서 아빠는 야단을 치다가 때리고 문밖으로 내쫓기도 하는데, 이에 속상해하
던 친구가 “뭐, 하나님이 그 아버지에게 맡기셨으니까”라고 생각했다고 한
다.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겠지’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라서는 
아니지만 자녀들을 교육시킬 책임 이전에 부모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하
는 사랑의 통로여야 한다. 하나님의 공의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 해도 선물
로 주신 자녀들, 하나님이 만드신 아이들을 상처내고 구겨놓을 권리가 부모
들에게 없다는 것을 모르는 부모들이 안타깝다.
세 아이들을 위해서 오랜 세월 기도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해주시고, 이런 모
양 저런 모양으로 만드셔서 하나님께 영광 돌릴 훌륭한 아이들이 되게 해달
라고 기도하지는 않는다. 엄마 아빠를 닮았으면서도 서로 
다른 아이들이 신
기해서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래서 아이들의 모습
이 어떻게 자라갈지 기대를 가지고 지금도 설렘으로 아이들과 인도하시는 하
나님의 손길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