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감동_유화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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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감동

유화자 교수/ 합신 기독교교육학

여러 이유로 어느 때보다 분주하고 힘들었던 가을 학기가 끝나고 겨울 방학
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교수 세미나, 일주일 동안의 입학생
들 면접 전형, 학기말 시험과 성적 처리, 졸업생들 논문 지도 등 계속되는 
학교 일정으로 잠시도 쉬지 못한 채 피로가 누적되어 지쳐 있던 지난 1월말
쯤 어느 날 오후에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전화 음성에서 전달되는 정
중하고 예의 바른 중년쯤으로 느껴지는 한 신사 분의 전화였다. 이 신사 분
은 전화를 받는 필자의 신분을 먼저 확인한 후 전화를 하게 된 연유를 아주 
간략하면서도 정중하게 설명하였다. 

금년 2월이면 졸업하게 되는 학생들이 1학년이었을 때, 그러니까 지금부터 
3년 전 스승의 날 필자는 빛깔도 곱고 모양이 아주 예쁜 가죽 열쇠고리를 여
학생들로부터 선물 받게 되었다. “교수님, 열쇠고리가 없으신 것 같아서 저
희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 준비했습니다. 이것 잃어버리
지 마시고 오래 오래 
사용하세요!”라고 말하면서 선물을 건네는 여학생들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
이 가슴에 전달되면서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바이올렛 칼라(color)의 열쇠고
리가 마치 귀중한 보석처럼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열쇠고리 자체가 예쁘기도 하였지만 그 속에 담긴 제자들의 정성과 사랑이 
너무 따뜻하고 고마워서 정말 소중하게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혹시 잃
어버리고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염려에 열쇠고리 안의 여백
에 이름과 전화 번호를 밝히고 주인에게 돌려주시라는 부탁을 곁들인 메모
를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 두었다. 이런 연유로 두 번이나 잃어버릴 뻔했던 
열쇠가 그 메모 때문에 주인에게로 되돌아오는 행운을 누리기도 하였다. 그
런 일이 있은 후부터 이 열쇠고리는 더욱 소중하고 특별한 의미를 필자에게 
부여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에도 수없이 3년 동안 계속 그 열쇠고리만을 사용하다보니 그 
중 일부 고리가 망가져 버렸다. 그러나 아직도 예쁘고 고치기만하면 얼마든
지 더 사용할 것 같은 소중한 열쇠고리를 그냥 버릴 수 없었다. 제자들의 사
랑과 정성이 담긴 이 열
쇠고리를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열쇠고리를 샀다는 백화점 핸드백 매장을 찾아갔는데 그 브랜드
의 매장이 더 이상 그 곳에서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섭섭함과 아
쉬움에 발길을 돌리려던 필자는 이웃 핸드백 가게의 주인에게 그 사연을 이
야기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그 가게 주인은 
일단 맡겨두고 가라고 하면서 열쇠고리를 받기는 하였지만 큰 기대를 하게 
하는 표정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그 열쇠사건을 일단 마무리 한 채 잠시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며
칠 후 어떤 남자 분의 전화를 받게 된 것이다. 그 신사 분은 자신 회사의 사
정상 전국 백화점들에 개점되어 있는 P핸드백 매장을 축소하는 긴축 정책을 
쓰면서 수원점이 철수를 하게 되어 죄송하다는 정중한 사과를 먼저 하였다. 
그리고 “망가진 열쇠고리는 본사에서 책임지고 고쳐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자동차 키(car key) 고리의 동일한 컬러(color)가 없어서 전화
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만일 손님께서 원하신다면 보이지 않는 내부이니 다
른 빛깔로 바꿔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 그것을 여쭤보려 전
화 드렸습니다”라고 전화를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처음 통화를 시작할 때부터 대화를 맺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중하고 친절하
게 대화를 이어가는 그 신사의 차분하고 정성이 담긴 전화 음성이 신선한 충
격과 깊은 감동을 필자에게 안겨 주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철저한 책임 의식과 사소한 부분에 이르기까
지 고객을 배려하여 서울 본사에서 한 지방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정중하게 
고객의 의사를 타진할 수 있는 그런 기업과 기업인들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
이 너무 놀랍고 감동적인 충격으로 필자에게 다가왔다. 마치 탁한 실내 공기
에 갇혀 있다가 창문을 활짝 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껏 시원한 공기
를 만끽하게 된 그런 기분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삶이 이루어지고 있는 생활현장 곳곳에서 상식이나 타인에 대한 기
본 배려가 이루어지지 않아 무의식중의 당연한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느끼
는 실망감과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또 그런 체험이 거듭될수록 대
인 기피증의 증세까지 나타날 수 있는데 외국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이 귀국
했을 때 겪게 되는 경험
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부 사람들에게
는 이 대인 기피증이 심각한 정신장애로까지 발전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찬사를 오랫동안 받아 왔던 한국에서 이런 무례와 
잘못된 삶의 방식들이 자칫 부정적 국민성으로 경직되어 버리지 않을까 안타
깝고 염려스럽다. 건강한 책임의식과 봉사정신을 가진 기업인과 기업들. 그
리고 남을 배려하면서 자신의 일에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그런 정직하고 성
실한 삶의 풍토의 조성은 우리 모든 사람들의 바램일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 여러 어려움으로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한줄
기 생수와 같은 이런 시원한 삶의 청량제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