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떨어지게 해 주십시오”
유 화 자 교수/ 합신 기독교교육학
어느 교회의 새벽기도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입시생들을
둔 가정이나 교회에서 자녀들의 대학입학 합격을 위한 기도가 한창이던 무
렵, 담임 목사는 새벽예배 후 각자 개인 기도 시간에 이상한 기도를 듣게 되
었다. ꡒ하나님 아버지, 우리 딸 OO대학에 떨어지게 하여 주십시오. 절대로
그 대학에 합격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ꡓ라는 기도를 듣게 된 것이다.
며칠동안 같은 내용의 기도를 듣게된 목사는 너무 궁금하여 하루는 그 집사에
게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 집사는 자기 딸이 어려서부터 공부를 아
주 잘하여 지금까지 계속 일등만 하였으며, 학교나 주변에서 틀림없이 OO대학
교에 합격할 것이라는 말들을 하고 본인도 그렇게 자신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 딸은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충족되는 생활을 하여 왔으며, 또 학교 성적도 특
출하여서 계속 칭찬만 들으
며 실패를 모르는 생활을 해왔단다. 그런 과정에서 이 딸은 매사에 자신만만
하고 교만하여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신밖에 모르는 아주 이기주의적 성격
의 소유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딸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일류대학까지 합격을 한다면 부모 입장에서 볼
때 인성이나 성품, 대인관계, 신앙 등 여러 면에서 안하무인격으로 잘못될 가
능성이 아주 높다고 하였다. 그래서 대학 불합격의 경험을 통하여 실패의 아
픔을 체험하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겸손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 같
아서 그런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패를 위한 기도’는 그리 쉽게 듣거나 접할 수 있는 기도제목이 아니다.
사람들의 기도는 대부분 어떤 마음의 소원을 하나님께 아뢰면서 그 소원성취
를 위하여, 혹은 심각한 어떤 인생문제들 앞에서 그 문제 해결을 위한 기도
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ꡐ실패를 위한 기도ꡑ라니 기도제목 자체가 참
진기하다. 그러나 자녀를 위하여 그런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신앙의 아름다운
모습과 이야기가 참 신선한 충격으로 가슴에 다가온다.
인류 대
학을 졸업한다는 것은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 첫 출발이나 일생
내내 좋은 인생 조건으로 특권과 기득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보다는 딸의 인성이나 사람됨, 대인관계,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더 중요시하는 지혜로운 어머니의 기도는 일류대학 합격을 위해
자녀들의 주일예배 참석마저도 한시적으로 보류시키는 있는 현실 속에서 듣
는 이의 마음을 시원스럽게 하며 잔잔한 감동을 안겨 준다.
인간의 인품과 성격, 능력과 가능성 등 한 사람을 평가하는데는 여러 가지 평
가기준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에 지능지수인 IQ (Intellectual Quotient)
와 감성지수인 EQ (Emotional Quotient)가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평가 기준
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지능지수인 IQ는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 학교와 직
장, 사회 등에서 한 사람의 능력이나 가능성, 잠재력 측정에 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기식, 주입식 교육과 경쟁이 주요 교육 방식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우리
의 교육현실 속에서 서로 돕고 이해하면서 더불어 발전하고 각기 다른 개성
의 다양성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가는 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머리가 되어야 한다는 경쟁의
식에 따르는 극도의 개인주의가 지적 만능주의 교육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셨을 때 하나님은 인간의 지적 요소에 어떤 편중적
인 강조점을 결코 두시지 않으셨다. 감성과 정서, 마음, 인품 등의 여러 요소
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전인적인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땅 위의 삶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누리도록 하셨다. 그러나 인간들이 자신의 죄악된 본성
에 따르는 어떤 취향이나 기질, 또 그들이 몸담아 살고 있는 시대의 문화적
성향에 따라서 조화를 상실한 잘못된 인간상을 역사 속에서 계속 산출해 내
고 있다
새벽기도회에서 딸의 대학입시 실패를 위한 기도를 드리고 있는 이 어머니의
모습은 바로 이런 조화로운 인간상과 삶의 중요성을 인식한 지혜로운 기도라
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칫 학벌제일주의에 빠질 수 있는 크리스천 부모들에
게 중요한 인생 교훈을 주고 있다.
삶의 과정 속에서 체험하게 되는 우리의
실패는 그 실패 속에 하나님이 계시
고 또 그것이 신앙을 위한 실패라면 그것은 결코 실패로 끝나지 않을 것이
다. 성경과 역사 속의 많은 위대한 인물들이 실패를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며
겸손을 배웠고, 그 실패 속에 깊숙이 묻혀 있는 인생의 보화들을 발굴하게 되
었다.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ꡐ만사형통ꡑ이 항상 복일 수 없다는 귀한 진리를 깨닫
고 신앙을 위한 실패라면 그 실패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크리스천 부모들이 이 땅위에 가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