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만도 못한 정치인의 도리_변이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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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만도 못한 정치인의 도리

변이주 목사/ 알곡교회

상업을 천시하던 조선시대였지만 상인으로서 그 이름을 후대에 남긴 사람은 
참으로 많습니다.

하늘이 낸 큰 부자라고 불렸던 임상옥을 비롯하여 깐깐하기로 소문난 청나
라 상인들에게 고종 황제의 어음보다 더 신용을 샀던 이덕유 하며, 곤경에 처
한 중국 상인을 구제하여 상인의 도리를 크게 빛낸 전상복 등이 그 대표적 인
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상복은 평양의 상인이었는데 큰 상선으로 중국과 무역을 했습니다. 원래는 
가난한 나무꾼이었지만 근면하고 정직한 그는 나무를 팔아 돈을 모아서 장사
를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어 중국과 무역을 하는 수준에까지 이
르렀습니다. 원래 상업이란 그 특성상 이문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는 
힘써 번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정성껏 돌봐주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중국 상인들이 많이 모여드는 서해 가도라는 섬에서 낙
심천만해하는 중국 상인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중국
인은 상리병이라는 사
람으로 중국 남경 출신 상인이었는데 항해 중 배가 침몰해 물건을 다 잃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물에 빠져 죽고 겨우 3명만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었
습니다. 가도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찾아갔지만 이미 죽었기 때문에 고향으
로 돌아갈 길마저 막힌 딱한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전상복은 우선 따뜻한 음식으로 세 사람을 대접한 다음 상
리병에게 장사할 물건을 주고 돈(은 궤짝)까지 주었습니다. 상리병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 하자 ‘길손은 노자만 있으면 되지만 상인은 밑천
이 필요한 법’이라며 열심히 장사하여 1년 후에 여기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약속대로 1년 후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전상복에게 무수히 치하하며 감사의 
뜻을 표한 상리병은 지난 날 받은 물건값을 셈했을 뿐만 아니라, 은으로 된 
열쇠꾸러미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또 1년이 지났습니다. 대동강에 큼직한 중국 상선이 정박을 하더니 값진 물
건이 가득 찬 상자들을 전상복의 집으로 날랐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고 전상복이 물었을 때 “당신은 이미 이 상자들의 열쇠를 가지고 있
습니
다.” 이것이 상리병의 대답이었습니다.

곧 총선이 치러지겠습니다만 정치하는 사람들이 임상옥이나 이덕유, 전상복 
같은 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며 나라를 위해 걱정한다면 얼마나 좋
겠습니까? 아니, 정치야 이전투구 판이라 치부해버린다 하더라도 성직을 수행
하고 있는 우리 목회자들만이라도 명예와 물질, 그리고 세상 권세에 초연했으
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