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된 사회 속의 교회_ 조석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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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된 사회 속의 교회

 

< 조석민 목사,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교수 >

 

 

“비민주적인 한국교회의 오만과 독선은 개선되어야”

 

 

국제적인 인권 자유 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가 최근 발표한 ‘2011 언론자유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언론자유국’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강등됐다.

 

한국은 세계 언론자유도 조사 결과 196개국 중 70위를 기록하였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가 1980년대 군사정권 시대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프리덤하우스가 밝힌 이유는 “정부의 검열 증가와 함께 언론매체의 뉴스와 정보콘텐츠에 대한 정부 영향력의 개입이 확대된 것”과 “최근 몇 년간 온라인상에서 삭제되는 친북 또는 반정부 시각의 글이 늘었고, 정부가 언론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형 언론사의 고위직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의 동료들과 함께 대형 방송사의 경영에 개입해 온 것”을 지적했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언론자유가 퇴보하고 민주화가 뒷걸음질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혹독한 시절과 80년대의 전두환-노태우의 무자비한 군사정권을 거치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정권 교체 속에서 상당히 민주화된 나라로 변화되었다.

 

한국 개신교는 이런 정치적 민주화 속에서 많은 변화를 함께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모습은 교회의 직제와 관련하여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각종 연구 발표와 세미나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2011년 1월 바른교회 아카데미는 ‘교회의 직제론’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표자들은 로마가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 개혁교회, 감리교회, 침례교와 회중교회의 직제에 대하여 집중 토의하였고, 그 결과에 대하여 ‘한국교회 직제 개선을 위한 제언’이라는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직제 개선을 위한 제안 중에서 한 가지는 “우리는 성경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교회는 개인의 임의적인 결정보다는 집단적인 협의와 합의를 통한 결정(집단지도 원리)과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하고 행하는 것보다는 이미 합의되고 세워진 규범에 따라 결정하고 행하려고(법치주의) 노력해왔다고 확인하며, 교회가 이 두 원리를 굳건히 붙들 것”을 제안하였다. 이 제안은 교회 안에서도 민주적 합의와 절차를 따라야한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개혁교회 네트워크가 5월 22일에 개최한 제6회 ‘이런 교회 다니고 싶다’ 세미나는 정치적 민주화 속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성도들의 시각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 세미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세미나 발제자의 한 사람인 최우돈 장로가 ‘함께 세워져가는 교회’라는 발제에서 교회의 민주적 운영을 강조한 부분이다.

 

최 장로는 목회자가 제왕처럼 군림하는데서 교회의 모든 문제가 비롯된다고 지적하면서 목회자와 평신도는 서로 역할만 다를 뿐 대등한 자격으로 교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동역자라고 말했다. 민주화된 사회 속에서 한국 개신교 성도들이 더 이상 목사의 전횡과 독점적인 지위, 오만과 독선을 두고 보지 않는다는 암시이다.

 

예수는 좋지만 교회는 싫다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비리와 부패, 비민주적인 교회의 상황 속에서 오만과 독선으로 지탄받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음전도가 어려운 것은 예외로 치더라도 오히려 실망한 교인들이 교회를 등지고 있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한국교회의 어두운 미래를 예견하는 것 같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마틴 루터(Martin Luther)가 가르쳤고 현재까지 모든 개신교의 교회론에서 매우 중요한 교리가 된 만인제사장주의는 교회 안에서 일반성도들을 배제한 독선적인 가톨릭사제주의로부터 성경적으로 민주화된 교회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루터의 가르침은 베드로전서 2장 4-10절에 근거하여 가르친 교훈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베드로전서 2장 5절, “너희도 산 돌 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와 9-10절,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너희가 전에는 백성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전에는 긍휼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긍휼을 얻은 자니라”가 핵심이다.

 

베드로가 ‘왕 같은 제사장’을 언급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적 정체성’으로 제사장으로서의 기능인 제의적 기능이다. 제사장은 신분적으로 거룩함을 유지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구약성서에서 제사장이 하나님 앞에서 희생의 거룩한 제사를 드리는 상황을 배경으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공동체적으로 ‘왕 같은 제사장’이라고 부른 것이다.

 

하지만 목사 중심의 개교회(個敎會)로 변질한 한국 교회는 실제로 만인제사장주의가 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더욱이 성도들 중에는 목사, 장로와 같은 교회 직제를 계급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다.

최근 한국교회 탐구센터가 설문조사한 350명의 직분자 중 상당수는 직분자 사이의 위계서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직분자들은 ‘직제는 영적질서’(83.9%)이고, ‘명예’(60.3%)이자 ‘서열(55%)’이라고 대답했다. 무언가 잘 못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직제는 단지 직무와 기능이 다를 뿐 신분이 아니다. 민주화된 한국 사회 속의 교회 회원들이 민주적 합의와 절차를 무시하는 교회를 언제까지 그냥 두고 볼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