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단상<22>
정직한 토론과 자유의사(自由意思) 결정
조석민 목사_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교수
최근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
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운 마음
을 숨길 수 없다.
토론대신 쟁취 난무하는 국회
정직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자유로운 의사 결정보다는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소수의 의견들이 묵살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 모든 수단
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필코 쟁취하려는
작태를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국회가 정말 필요
한 것인지,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라고 선출할 필요가 있는지 많은 회의(懷
疑)가 든다.
민주주의가 이 지구상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아닐지라도 현재까지는 대다
수의 사람들이 이상적인 정치제도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핵
심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
만 그 중에 정직한 토론과 그 과정을 거친 후에 자
유로운 의사결정을 통해서 어떤 일들이 결정되고 진행되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활발한 토론을 통하여 동의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을 서로 인내하면
서 합의에 이르려는 노력이 없다면, 그리고 그런 진지한 토론의 결과로 마지
막 합의에 이르러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죽은 민주주의
이거나 껍데기만 남은 민주주의일 것이다.
어느 정당이든지 자신들이 국민을 위하여 새로운 법을 제안한다면 사전에 공
청회를 통하여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들이 우려하거나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
지 귀 기울여 듣고 시간이 걸려도 인내하며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기까지 기
다리며 국회에서 정직한 토론을 통하여 국민을 위한 법안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국회 의사당 안에서 자유롭고 정직한 토론 없이 정당의 정치적이며 현실적
인 이익만을 위하여 수량적 힘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생각만을 관철시키려 한
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1주년 기념일인 2월 25일에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문화
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에서 방송법 일부 개정안 3건과,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 7건 등 모두 22건을 시간을 가지고 진지한 토
론과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른 합의 없이 위원장이 전체 법안을 위원장 직
권 상정이라는 법규를 이용하여 기습 상정했다.
대한민국 국회 의사당 안에서 또 다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야당의 주장이 너무 터무
니 없어서, 국민들이 다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질까봐 걱정 끝에 그런 것일
까? 이런 법안들이 속히 통과되지 않으면 국민들의 경제가 회복되지 못할
것 같아서 일까? 아니면 집권 여당으로서 대통령에게 집권 1주년 기념 선물
보따리가 필요해서 일까?
이번에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또 다시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살아있는지 의
심스럽게 만든 사건이다. 국회의 난장판 모습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국
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 왜 우리나라 국회 의사당 안에서 의원들의 진
지한 토론을 생중계로 볼 수 없는 것일까? 왜 우리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토
론과 의견 수렴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
는 것
일까?
이런 일이 국회에서만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사건들
을 보면서 교회의 일들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교회 안에서는 정직한 토
론과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교회가 민주주의 정치 제도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성도들
의 정직한 토론과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라는 과정은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
고 있다. 더욱이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고 교회는 소수일지라
도 하나님의 말씀인 진리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만 하나님이 어떤 사
람을 통해서 어떤 지혜를 주실지 아무도 모르기에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 사람의 지도자가 아무리 뛰어난 영적 지도력과 올바른 판단
력을 가졌다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불완전한 존재이며 나약한 인간이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계시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올바로 따라가기 위해서는
진지한 토론과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교회 안에서 어떤 일을 위한 토론과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이르기까지는 많
은 시간이 걸리고 여러 가지 종류의 아픔과 상처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무시하면 더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모든 일을 신속히 해치
우려는 생각과 행동에서 독단이 나타나며 바로 그때 다른 사람들의 견해는
무시되고 진지한 토론 없이 어떤 결정들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미명 아래 이
루어지는 것이다.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모든 사람에게 임하신 하나
님의 뜻을 헤아려서 가장 올바른 하나님의 길을 걸어가기 위한 진지한 토론
과 자유로운 의사 결정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교회 안에서도 진지한 토론을 무시하거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무시하면 인
간적인 교만에 빠질 수 있고,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
다.
탁월한 영적 지도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권고를 잘 듣고 시
간이 걸려도 인내하며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함께 모으기 위해 토론하는 과
정을 통해서 일을 결정을 하는 지도자이다.
타인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잠언에서 “미련한 자는 자기 행위를 바른 줄로 여기나 지혜로운 자는 권고
를 듣는다”(잠언 12:15)고 교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