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_조병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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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의 목회편지(110)딤전 6:7

요람에서 무덤까지

조병수 교수_합신 신약신학 

요람과 무덤은 누가 봐도 극과 극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요람은 생명이 나
타나는 곳이며 무덤은 죽음이 자리하는 곳이다. 요람에는 기쁨이 있고 무덤
에는 슬픔이 있다. 요람이 연두색이라면 무덤은 검은색이다. 그래서 어떤 특
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아기가 출생하는 곳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사람이 죽
은 자리에서 미소를 짓는 것은 매우 큰 실례가 된다. 

극단적 대립 관계 보여줘

이것은 무슨 철학적인 사색을 거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어려운 일이 아
니다. 아기가 출생한 집에 심방을 하고 장례에 참석을 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요람과 무덤의 극단적인 대비는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요람과 무덤이 언제나 차이가 나는 것만은 아니다. 이 둘 사이에는 
비슷한 점도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요람과 무덤이 모두 그리 넉넉한 공간
이 아니라는 것부터 그렇다. 특별한 경우에 요람과 
무덤이 예상을 뒤엎는 크
기를 가질 수 있겠으나 보통은 사람의 몸 하나 누일 자리에 지나지 않는다. 
요람이 크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며 무덤이 크다고 해서 사
후세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요람을 보석으로 꾸미는 
것도 부질없는 일이고 무덤을 호화스럽게 만드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다. 사
람들은 때때로 허망한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물질과 시간을 허
비한다. 
그런데 요람과 무덤의 유사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요람에 누이는 아
기가 아무것도 가져오는 것이 없고 무덤에 누이는 사람이 아무것도 가져가
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사도 바울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세상에 아
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할 것이니
라.” 
이것은 일찍이 욥이 고백했던 말이기도 하다(욥 1:21). 그리고 이것은 조금
씩 다른 표현으로 변형되기는 하지만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세상에 현
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인생을 노래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반복했던 말이다. 
사람들은 이 말 앞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또 이 말 앞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
다. 
세상
에서 이 말은 대체적으로 인생이 허망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종교의 기본적인 체계로 삼거나, 철학
의 한 사상으로 만들거나, 시나 노래로 지으면서 인생이 보잘것없다는 것을 
표현했다. 언뜻 보면 사도 바울의 말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것처럼 생각된
다. 
물론 사도 바울에게 인생이 참으로 허망하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
다. 특히 하나님을 떠난 인생이 헛된 것이라는 생각은 사도 바울의 신학 가
운데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신앙 밖에 있는 인생은 아무리 외면적으
로 화려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낫에 베인 풀처럼 허무한 것에 지나지 않는
다. 
하지만 사도 바울이 여기에서 이 말을 사용한 것은 인생의 허무함을 가리키
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도 바울은 자족하는 마음이 경건에 큰 유익이 된다
는 사실을 설명하면서 자족하는 마음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하여 이 말을 사
용하고 있다. 왜 신자들이 자족하느냐 하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
이 없고 아무것도 가지고 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잘 알면 신자는 자족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가져온 것이 없으

니 세상에 사는 동안 부족할 것이 없고, 가져갈 것이 없으니 인생의 과정에
서 불만할 것이 없다. 그리스도인이 자족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출생과 사망을 이해하는 인생관이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리스도인은 자유인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리고 그의 사도들이 여러 차
례 가르쳐준 그리스도인 됨에는 자유의 사상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리스
도인이 자유하다는 것은 물질 소유와 관련해서 보면 자족의 사상에 깊이 뿌
리박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가져온 것도 없고 세상에서 가져갈 것도 
없다는 알고 있기에 자족하며, 자족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물질에 매이
지 않으며, 물질에 매이지 않기 때문에 자유하다. 

자족하기에 자유할 수 있어

그리스도인은 요람을 벗어날 때도 자유하며 무덤에 들어갈 때도 자유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리스도인은 자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