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목회편지(65)-믿음에서 떠나는 사람들(딤전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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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전 4:1) 믿음에서 떠나는 사람들 

조병수 교수/ 합신 신약신학

언젠가 잘 아는 여집사님으로부터 자기의 남동생을 꼭 한번 만나서 상담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동생은 어느 잘못된 종교단체에 발을 들여놓았는
데 결국은 지부장까지 되어 자기로서는 더 이상 그를 빼낼 수 없는 실정에 이
르렀다는 것이다. 여집사님의 간곡한 부탁을 따라 약속한 날에 나는 그 남동
생을 만났다.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나를 만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그는 노트 크기의 종이 몇 장에 자신이 믿고 있는 내용을 빼곡이 정리해서 가
지고 왔다. 나에게 설복을 당하기는커녕 도리어 나를 설복시키고 말겠다는 심
사가 한 눈에 보였다. 어쨌든 이야기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나의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다. 자기도 적지 않은 세월을 기독교에
서 보낸 적이 있었노라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는 지성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덕
망이 높은 사람이 어처구
니없이 허무맹랑한 사이비종교에 쉽게 빠져드는 것이
다. 조금만 생각을 해보아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가당치 않은 이론을 제
시하는 거짓된 종교단체들이 허다하게 많이 있다. 대체로 그런 것들은 윤리적
으로 볼 때 사람들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론도 부실하고 도덕도 부재하는 이런 헛된 종교단체
에 학문이 빼어난 사람들과 사회를 선도하는 사람들이 버젓이 소속되어 있다
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런 종교단체에 속해있다고 공공연하
게 떠들어대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다 찾아내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기 정말로 어려운 것은 이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당혹
스럽게 여기는 것은 기독교인이 한순간에 믿음에서 떠나 이단으로 가버리는 
것이다. 이런 변절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나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
다. 그리고 한번 이단에 빠져들면 그것이 가르치는 헛된 이론과 거짓 생활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잘도 따른다. 이렇게 되면 이단의 가르침을 비판해 줄수
록 역반응이 일어나 더욱 이단에 밀착하고 만다. 

소위 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 부서 저 부서에서 활동도 해
보고 지도자의 직분을 받았던 신자가운데 이런 이단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신앙생활의 연륜이
나 교회활동의 경력, 직분의 종류 이런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것
들은 사람이 믿음에서 떠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
다도 이런 종교단체가 내미는 유혹의 손이 매우 끈끈하다는 것이다. 이단들에
게서 전형적으로 발휘되는 달콤한 언변과 화사한 미소, 그리고 강력한 자기선
전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약점을 파내어 거미줄처
럼 조이며 들어오는 압박은 가공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외부의 유혹만으로는 사람이 이단에 빠지기가 쉽지 않다. 실상
은 사람의 내부에 사이비종교의 유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어떤 요소들이 있
다. 그 내부적 동기는 물질적인 것일 수 있고, 심리적인 것이나 육체적(성적)
인 것일 수 있다. 어떤 것이든지 마찬가지이다. 사람에게는 파우스트처
럼 외
적인 유혹에 자신을 개방하려는 내적인 충동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신자가 믿음에서 떠나 이단에 빠지는 데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사
도 바울은 신앙에서 탈선하는 일의 배후에는 영적인 세력이 있다는 것을 감지
하고는 그것을 가리켜 “미혹하는 영과 귀신의 가르침”이라고 불렀다. 신자
가 갑자기 이단에 빠지는 것을 어떻게 단순히 사회적인 현상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신자를 삼키기 위하여 악한 영들이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는 표식이 아닌가? 

사도 바울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신자가 경건의 비밀과 신앙고백을 확실하
게 소유하고 있다면(3:15-16), 미혹하는 영들이 아무리 세게 공격한다고 해
도 넉넉히 이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믿음에서 떠나는 사람들의 문제
는 확실한 신앙고백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