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목회편지(61)-하나님의 집 (딤전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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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전 3:15) 하나님의 집

조병수 교수/ 합신신약신학

“교회는 하나님의 은총 안에 있어”

집은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도 집은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을 가
리킨다. 거주공간은 사람이 굳이 힘을 들여 만들지 않고 천연적으로 형성된 
것으로부터 시작해 흙과 나무를 사용해서 만든 친환경적인 건물과 더불어 최
신식 공법에 기반을 두고 세워진 매머드 건물에 이른다. 그러나 집은 이런 물
질적인 성격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집은 인간의 관계를 의미한다. 넓게는 한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 
형성된 사회적인 관계를 말할 수 있겠으나, 보통 집이라고 부를 때는 특히 부
모와 형제로 이루어진 혈연관계를 염두에 둔다. 그래서 만일에 참 좋은 공간
이 마련되었다 손치더라도 그곳에 혈연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이나 최소한 사회
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지 않는다면 집이라는 말을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비록 공간이 협소하고 부실하지만 거기에 인격
적으로 
통하는 사람들이 함께 산다면 그것은 달콤한 기쁨이 깃들은 집인 것이다. 

집 안에는 사람이 살고 있어야

사도 바울이 교회를 하나님의 집이라고 불렀을 때 그 의미의 함유량은 엄청
나다. 하나님의 집이 단순히 건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점에서 이미 초대기독교는 성전을 하나님의 집으로 신앙하
던 유대교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유대교가 초대기독교를 그토록 심하게 
핍박한 배경에는 성전을 하나님의 집으로 믿는 유대교의 신앙이 공격받았다
는 사실이 있다.
그러나 초대기독교는 유대교로부터 심각한 핍박을 받으면서도 하나님의 집
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했다. 하나님의 집은 더 이상 성전과 같은 건물
이 아니라 이 땅에 흩어진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아버지의 은총아래 성령의 
능력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몸을 이루는 관계라는 것이다. 이 관
계는 인격적인 것이며, 신앙고백적인 것이며, 영적인 것이다. 이 관계는 한 
마디로 말해서 신적 가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교회는 하나님의 집이다. 이것은 교회를 가정적인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다. 
마치 가정이 이익에 바탕을 두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바탕을 두
고 존재하듯이, 교회는 이익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있는 것이
다. 교회는 단체가 아니라 가정이다. 마치 가족이 사회적 관계로 형성되는 것
이 아니고 혈연적 관계로 형성되듯이,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성 때문이 아니라 
신앙 때문에 결합된다.

교회는 신앙으로 결합된 가족

그리스도인은 회원이 아니라 가족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서로간에 교우라고 
부르기보다는 형제라고 부르기를 좋아하는 것은 이 때문이며, 동역자라고 부
르기보다 식구라고 부르기를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수
평적으로 서로간에 신앙을 고백함으로써 세상의 어느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영적인 공동체를 이룬다. 
그런데 여기에 결코 놓쳐서는 안될 것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교회는 하
나님과의 관계에서만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
다. 교회는 하나님이 소유하시고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그래서 아무리 그리스
도인들 사이에 수평적인 관계가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과 신앙고백적
으로 영적인 관계를 확립하
고 있지 않다면 교회가 존재한다고 말하기가 어렵
다.
교회의 근원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다. 근원을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에
게 두는 기독교적 집단은 협회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교회는 될 수 없다. 
교회를 지탱하는 것은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이다. 하나님의 은
총을 버리고 사람의 노력을 따르는 것은 경영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목회
는 될 수 없다. 교회는 사람의 영광을 목적으로 삼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을 
목적으로 삼는다. 하나님의 영광 대신에 사람의 영광을 추구하는 자는 사업가
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목회자는 될 수 없다. 

교회의 근원은 하나님

교회는 하나님의 집이다. 교회는 집이기에 자유롭고 편안하고 행복하다. 그
것은 가족과 식구와 형제와 함께 사는 가정에서 누리는 자유와 편안과 행복보
다도 훨씬 더 큰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집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집이기
에 신성하고 은혜스럽고 영광스럽다. 그것은 어느 종교에서 느끼는 신성과 은
혜와 영광보다도 훨씬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