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신학 배경 (III) 정승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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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신학 배경 (III)
정승원 조직신학 교수

헤겔 (G. W. F. Hegel, 1770-1831)
현대 신학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인물로 칸트외에 또 한 인물이 있다면 그 사람
은 바로 헤겔일 것이다. 비록 헤겔은 슐라이어막허와 동시대 사람이었지만 후
대 많은 현대 신학자들에게 칸트못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하겠다. 그래서 
현대 신학자들을 진단할 때 칸트 아니면 헤겔의 영향을 받았다 해도 거의 틀
림이 없을 것이다. 헤겔 역시 칸트와 마찬가지로 계몽주의의 합리주의에 의
해 거부된 기독교의 초월적 계시와 초자연적 세계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
시했다. 그러나 칸트와는 달리 헤겔은 좀 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려고 했
다. 그의 대안이 좀 더 구체적이라는 것은 바로 그의 철학이 역사를 중심으
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칸트의 철학이 전통적 기독교를 세우기는 커
녕 기독교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처럼 헤겔의 철학 역시 전통적 기독교를 파
괴한다고 하겠다.
헤겔은 칸트의 본체적 (noumenal)/현상적 (phenomenal) 세계의 구분을 거부한
다. 
한마디로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본체적 세계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것에 대해 말조차도 할 수 없다는 것
이다. 그러므로 본체적 세계란 철학의 체제에 전혀 어떤 역할 조차 할 수 없
다고 비판한다. 또한 만약에 우리가 본체적 세계를 거부한다면 남는 것은 현
상적 세계 뿐일 것이다. 본체적 세계가 부정된 후 남은 현상적 세계는 단순
한 현상적 세계가 아니라 그것은 바로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헤겔은 주장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연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초자연
적인 것 내지는 본체적인 것, 예를 들어, 신(神), 자유, 물자체(物自體) 등
의 본체적인 것들이 현상 세계 (헤겔에게는 ‘역사’)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비록 헤겔은 계몽주의적 합리주의는 거부했지만 새로운 개념의 합리주의 
(rationalism)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전의 합리주의처럼 실재 
(reality)를 어떤 자연의 구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사고(思考)의 구조
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실재적인 것은 합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실재
적이다” 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말은 또한 인간
의 합리적 사고 구조가 단지 
허구적 추론이 아니라 바로 이미 존재하는 절대적 구조와 상응되는 것이며 
이 절대적 구조 (실재 전체)의 부분으로서의 표출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
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비록 칸트의 본체론적 세계는 우리가 말할 수
도 알 수도 없지만) 바로 절대적 지식이 분명 주어졌다는 신념에 기인한 것이
다. 우리가 부분적으로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 부분적인 지식은 독립된 
지식이 아니라 바로 존재하는 총체적, 절대적 지식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절대적, 합리적, 총체적 구조로서의 실재(reality)는 바로 헤겔 철학
의 핵심인 “정신” (Geist)의 개념과 바로 직결된다. 그는 이성(reason)의 객
관적이고 과학적인 것에 동의하였지만 인간의 경험이 지식을 얻는 유일한 혹
은 중요한 길이라는 것에는 반대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실재는 동적
(動的)이고 진행적인 과정이라고 믿는다. 즉, 절대적인 합리적 사고의 구조
란 부동(不動)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계속적 과정으로 존
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실재의 부분인 우리의 사고 체계도 똑같이 동적이
고 이런 의미
에서 우리 사고의 체계나 실재의 구조는 궁극적으로 하나이며 
그 둘은 하나의 동적인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헤겔이 말하는 정신은 
한마디로 (인간에게 영혼이 있는 것처럼) 실재의 정신 (spirit)이라고 하겠
다. 그것은 존재하는 실체이며 움직이는 주체이며 운동이며 과정이라는 것이
다. 역사란 바로 이 정신이 과정을 통하여 객관적 형태를 띠며 완전한 자기 
실현 (자기 인식)에 도달하는 모습을 말한다. 이 역사속에서 진리는 따로 떨
어져 있는 사실들로서가 아니라 한 전체의 부분으로서 과정속에 포함되는 것
이라 가르친다. 이 정신이 바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 대신 헤겔이 만들어 놓
은 절대적 ‘관념’ (Idea)인 것이다. 이러한 절대적 정신이 역사를 통하여 자
기를 계시한다는 것이다. 이 역사속에 나타나는 예술, 문학, 종교, 과학들은 
바로 이 정신 (혹은 神)의 사회적 표출이며 이러한 표출을 통하여 자신을 실
현하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을 절대적 정신으로 동일시 하는 헤
겔에게는 기독교 (종교)와 철학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헤겔이 회복하
려는 기독교의 초월성은 다름 아닌 그가 만든 절대적 관념인 
‘정신’이 실현되
는 세계일 뿐, 우리가 믿는 삼위 하나님과는 전혀 다른 초월성이며, 오히려 
내재적 추론 (postulate)일 뿐이라 말할 수 있다.
(다음 호에도 헤겔 철학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