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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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심합도
박용진(풍성한의원 원장)

천지만물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수명이 있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천명이
라 하며 현대의학에서 관찰한 바로는 모든 생물은 대체로 완전히 성숙하는데 
필요한 기간의 5배를 살수 있다고 한다. 강아지도 2년 반이나 3년이면 완전
히 성숙하여 15년 정도가 수명이고 계속 성장하는 소나무, 은행나무등은 수명
이 거의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도 20-25세에 완전히 성장하므로 120여세가 
정해진 수명이라 할 수 있다. 성경에도 120세로 되어 있고 한의학에서도 120
정도 말하고 있다.

人者物之靈也 壽本四萬三千二百餘日
그런데 대체로 사람은 그 정해진 수명대로 살기 어렵다. 물론 환경의 영향
도 있고 도시의 복잡한 생활이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
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養生以不損爲延年之術
양생법은 몸에 손해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장수의 기술이라 하였다. 닭
이나 개, 혹은 소나무나 은행나무는 스스로에게 도움되는 일 외에는 하지 않
는다. 닭
은 모이를 찾아다니며 개는 먹을 것을 찾고 몸에 넘치는 에너지를 적
당한 운동으로 방출시키며 소나무나 은행나무는 양분이 있는 곳을 향해 뿌리
를 뻗어 나간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일 외에 너무 
많은 일들을 한다. 물론 산 속의 도인처럼 아무일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건
강에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어찌 보면 우주의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
다. 사람에게 주어진 지혜와 지능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양생이라 할 수 있
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좋다고 하는 약을 찾고 음식을 찾고 정력에 좋다하
여 여러 가지 못 먹을 것을 먹는 것들은 오히려 양생이 아니고 손해되는 일들
이다.

人無心則生道合 有心則與道違
인간이 영물이어서 다른 동물과 달리 나를 변화시킬수 있고 환경을 변화시
킬수 있고 만물을 다스릴수 있지만, 주어진 환경에 주어진 능력에 주어진 건
강에 과분한 야심을 가지고 몸을 혹사한다면 이는 하늘이 주신 천명을 거스리
는 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