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신뢰도 조사 결과를 보고_성주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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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신뢰도 조사 결과를 보고

< 성주진 목사, 합신교수 >

“성도의 삶과 신학을 풍요롭게 하는 가르침 실천에 옮겨야”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발표한 ‘201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의 종교별 신뢰도가 가톨릭(29.2%), 불교(28.0%), 기독교(21.3%)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기윤실은 “한국 교회의 낮은 신뢰도는 매우 심각하다”면서, “비기독교인의 한국 교회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한국 교회 성장에 중요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무종교인의 종교별 신뢰도는 가톨릭 32.7%, 불교 26.6%, 그리고 기독교 8.6%였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무종교인의 종교별 신뢰도이다. 물론 이 여론조사는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그들의 인식을 조사한 것이다. 또한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가 교회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객관적인 조사 결과는 사람들의 생각을 살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에 필요한 자극과 도전을 준다고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무종교인의 낮은 신뢰도는 한국교회가 복음의 씨를 뿌려야 하는 땅이 상당히 ‘척박한’ 토양임을 일깨워 준다.

기독교를 상대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무종교인들도 나름대로 기독교를 접해 본 경험을 토대로 신뢰도 질문에 답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경험이 있든지, 언론매체를 통하여 왜곡된 인상을 가지게 되었든지 간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개선이 필요한 척박한 토양에 파종해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이들을 위해서는 복음의 ‘선포’와 ‘권유’ 뿐만 아니라 ‘현존’(presence)을 통한 전도가 절실함을 알 수 있다. 현존이 복음의 증거를 받아들이게 하는 영적 토양을 조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존전도는 결국 삶의 현장에서 소금과 빛으로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일이다. 복음에 합당한 삶에 특별한 비법과 기술이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고백과 일치하는 삶을 격려하고 도울 수 있는, 보다 실제적이고 심도 있는 ‘생활훈련’이 필요하다. 어떤 교회들처럼 결혼, 가정, 직장, 경제생활을 포함한 구체적인 생활훈련 프로그램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대인이 영위하는 삶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생각할 때 이를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기거나 목사님이 설교에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때로는 크리스천 전문가의 참여도 필요할 것이다. 한 교회가 감당하기에 벅차다면 가까운 교회들이 함께 생활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사실 삶의 문제와 생활훈련에서 개혁주의 교회는 좋은 전통과 신학적 유산을 가지고 있다. 실제적인 삶을 강조하는 청교도만 보더라도 그들은 은혜에 기초한 삶의 열매를 강조하면서 삶의 열매를 보고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 있음을 말하였다. 하나님이 그리스도와 연합된 자에게 순종할 수 있는 ‘기질’(disposition)을 주셨기 때문에 삶의 모든 영역에서 순종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칼빈이 말한 ‘율법의 제3용도’ 역시 성도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구약의 율법(토라)이 옛날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했던 법이나 사람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몽학선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에게도 삶의 안내자가 되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율법 이해는 현대 그리스도인 역시 당시의 하나님백성이었던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생활 훈련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개혁주의는 성도의 삶과 신학을 풍요롭게 하는 자산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사실 한국교회는 장점이 많이 있다. 하나님의 은혜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일꾼들이 도처에서 수고하고 있다. 앞서 인용한 조사도 일반 시민들이 한국교회의 섬김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스컴이 좋아하는 몇 사람의 아이콘이 없다고 아쉬워만 하지 말고, 몇 사람이 아닌 온 성도가 각각 그리고 다함께 하나님 나라의 제사장이라는 사실을 감사하고 이를 삶과 사역에서 실천하기를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