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일년이무’(一年二無)_허태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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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이무’(一年二無)

< 허태성 목사, 강변교회 >

 

우리에게 2016년은 없습니다. 다만 2015년이 주어져 있을 뿐입니다

 

 

2015년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누구나 새해를 맞이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각오로 출발을 합니다. 그러나 막상 연말이 되어 되돌아보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그저 한 해가 빠르게 흘러갔음을 탄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올해만은 제발 그러지 않게 되기를 소원하며 조용히 두 손을 모아 기도합니다.

‘주님, 저를 지혜 있는 자가 되게 하사 세월을 아끼게 하옵소서!’(엡 5:15-16). 그러나 언제 이런 기도를 안 했던가요? 매년 기도를 하면서 출발하지만 계획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기도가 약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기도를 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도와주지 않으셔서 그런 것일까요?

본래 계획을 세워도 안 되는 것이 정상인가요? 혹시 계획만 세워놓고 기도만 조금 하는 시늉을 했던 것은 아닐까요? 조금만 어려운 장벽이 보이면 너무 쉽게 포기했던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아예 계획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들이 제게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는가를 물어 볼 때가 있습니다. 제가 요즈음 하는 운동은 강변교회 옆에 있는 양재천 산책로를 걷는 것입니다. 요즈음은 날씨가 추워서 못하고 있지만 아내와 같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지난 가을까지 계속해 왔습니다. 내년 봄이 되면 다시 자전거를 타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제가 무슨 운동을 좋아하느냐고 묻습니다. 체력이 강하지 못한 제가 몸에 맞는 운동으로 찾은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탁구인데 이것도 못한지가 여러 달이 지났습니다. 또 하나는 볼링입니다. 볼링은 20년 전에 서울에 오게 되면서 김명혁 목사님께 배운 것인데 이 운동은 많은 시간과 경비가 들어가야 하기에 1년에 한 두 번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제가 해 본 적도 없고 당연히 할 줄도 모르는 데 아주 관심이 많은 운동이 있습니다. 바로 야구입니다. 그러나 지난해는 시간을 내지 못해서 야구장에 한 번도 가지를 못했습니다.

제가 야구를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선수나 팀이 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팀을 맡아 경기를 지휘하는 감독을 보면서 묘한 동병상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특히 2014년에는 9개의 프로팀 중에서 무려 6명의 감독이 교체가 되었습니다. 경기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감독은 거의 다 이긴 경기를 완전히 매듭지으려고 마무리 투수를 교체했다가 오히려 패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순간의 판단과 선택이 얼마나 뼈아픈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온 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그것이 남의 일같이 여겨지지 않습니다. 하긴 초대교회 시절에는 목사를 감독이라 불렀으니(딤전 3:1) 제가 감독에 대하여 갖는 관심과 애정이 전혀 세속적인 것은 아니겠지요.

 

제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감독이 있습니다. ‘야신(野神)’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성근 감독입니다. 이 분은 현재 73세로 최고령의 현직 감독입니다. 잠시 프로야구를 떠났다가 지난 해 말에 만년 꼴찌 팀인 한화의 지휘봉을 잡은 분임을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과연 올해 어떤 성적을 낼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하위팀인 SK를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려놓은 전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는 지금도 이런 말을 합니다. “우승 확률이 0.1%만 있어도 도전하겠다.” “나는 ‘이 정도면 됐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야구든 인생이든 만족하는 순간 끝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야신’이라는 존경스런 별명으로 부르는 것에 대하여 “나는 신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니다. 모자라면 한없이 모자라고 무식하면 한없이 무식한 사람일 뿐이다.” 제가 알기로 그분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목사인 제가 그의 정신세계를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요즈음 청와대를 비롯한 여러 곳을 방문하여 리더십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다음과 같은 3가지 점을 강조합니다. “세 가지다. 먼저 조직에 플러스가 되면 본인에게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상식적인 의식을 가지고는 남을 극복하지 못한다. 비상식속에 상식이 통한다. 마지막으로 준비가 중요하다. 불가능은 없다. 나 김성근이 야구에서 욕을 먹는 이유는 내가 살겠다는 의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과 맞춰 살지 않았다. 맞춰 살 수가 없었다.”

마치 이순신 장군의 말을 듣는 것과도 같고 과장하여 말하면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한 기자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소원이 무엇입니까? 그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기를 “죽을 때까지 야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러분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그의 야구 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말이 있습니다. 일구이무(一球二無)입니다. 다음 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첫 공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음 공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여 던지고 치라는 말이지요. 우리는, 아니 저는 ‘올해 못하면 다음 해에 좀 더 여건이 좋아지면 하지!’라는 생각으로 게으름을 부리다 보니 50대 중반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강변교회가 정한 65세 은퇴까지 꼭 10년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표현으로 말하면 그저 1년이 제게 있을 뿐입니다. 저에게 2016년은 없습니다. 다만 2015년이 주어져 있을 뿐입니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지요.

목회자들의 총감독이신 예수님께서 더 이상 저에게 목회 마운드를 맡겨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셔서 제게서 공을 거두어 가시면 저는 언제든지 라카룸으로 들어가야 하니까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종목에서 운동하고 계십니까? 일년이무(一年二無)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올해에는 최선을 다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