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은 그 자체가 은혜다
우리는 종종 언약을 말할 때 하나님과 인간의 쌍방적 요소를 들어 수평대등한 구조로 착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언약이 언약 당사자간의 쌍방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약은 근원적으로 은혜의 성격을 띤다.
타락 전 하나님께서 아담과 맺으셨던 행위언약도 역시 마찬가지다. 행위언약이든 그 이후 인간의 범죄로 맺으셨던 은혜언약이든 간에 언약 자체가 가진 속성상 언약은 성격의 차이가 다소 있을 지라도 모두 다 은혜의 차원에 속한다.
사실 무로부터 창조된 보잘 것 없는 존재인 인간과 만물의 영원한 조성자이신 하나님과의 언약 자체가 은혜이다. 언약과는 상관없이 인간이 피조물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모든 만물이 그러하듯이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께 순종할 책임을 가지기 때문이다.
너무 간극이 커서 감히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런 하나님께서 미미한, 지극히 작은 존재인 인간에게 다가오셔서 언약을 맺어주신 것만으로도 피조물인 인간은 오직 하나님께 순종하며 그분만을 자신의 영원한 복과 유일한 상급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런 하나님의 낮아지심을 생각할 때, 언약적 존재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은혜인지를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보잘 것 없는 존재인 피조물로서, 하물며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벌레만도 못한 우리를 언약백성 삼으신 것은 얼마나 큰 은혜인가!
언약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택정함을 받은 사실과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공효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 오늘도 보혜사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시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무한 감사를 하나님께 돌려 드려야 한다.
미천한 우리를 자녀 삼으시고 친히 백성으로 삼으신 하나님께 우리의 삶 전체를 통하여 영광을 올려드려야 한다. 이것이 인생의 첫 번째 존재 이유가 아닌가?
그래서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1문에서 “사람의 첫째 되는 가장 중요하고 고귀한 목적은 무엇입니까?”라고 묻고 “사람의 첫째 되며 가장 중요하고 고귀한 목적은 하나님께 영화롭게 하는 것과 그분을 영원히 마음을 다하여 즐거워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부활하신 주님을 축하하기에 앞서 우리의 존재 위치와 의의가 어디에 있는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