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
독일 사람들은 평생에 해야 할 일이 세 가지 있다고 한다. 그것
은 첫째로 자식을 하나 낳는 것, 둘째로 나무를 한 그루 심는 것,
셋째로 책을 한 권 남기는 것이란다.
자식을 낳는 것은 후손을 두는 것이다. 말하자면 역사를 계승시
킬 인적 자원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식을 낳은 것으로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후손들을 위해 환경적
대책까지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를 심고 책을 남기
는 것이다. 나무는 그 후손들이 장차 살아가기 위한 삶의 터전을 확
보하는 것이며 책은 삶의 지혜를 확보한 정신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개혁교회는 교회의 3대 표지로 사도성, 역사성, 보편
성을 표방해 왔다. 사도성은 복음의 근거와 내용을 중시한다. 역사
성은 그 복음을 수호하고 계승시키는 수직적 관계를 중시한 것이다.
보편성은 그 복음을 전파하고 확장시키는 수평적 관계를 중시한다.
여기에서도 복음을 수호하고
다음 세대에게 계승시켜야 한다는 정
신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부터 복음은 수많은 외적 침입과 도전을 받아왔다. 그때마다
개혁자들은 열정적으로 복음을 지켜왔었다. 뿐만 아니라 복음은 그
대적들을 정복하고 복음의 순수성을 유지해 왔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개혁자들의 활발한 문서 활동 때문이었다. 사도들이 기록한 복
음서나 서신서가 없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이 시대에까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초대교회 교부들 역시 활발한 저
술 활동을 통하여 복음을 수호했고 전파했다. 종교개혁자들 역시 문
서 활동을 통하여 왜곡된 복음 해석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최근 개인용 컴퓨터의 획기적인 발달로 인해 정보의 획득과 전달
이 무척 쉬워졌다. 반면 양질의 정보보다는 불량 정보의 유통도 그
만큼 활발하다. 심지어 악성 정보까지도 아무런 제재 없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사이비, 이단 집단들
은 이처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매개체들을 이용해 그들의 사설(邪
說)을 정통적인 복음인 것처럼 위장, 선전하고 다닌다는 점이다.
총소리 없는 종교 전쟁
이 인터넷 뿐 아니라 문화 전반계에서 강
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복음을 파수하고
후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선배들이 그랬
던 것처럼 교회들이 문서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목회자들은 심혈을 기우려 매주 설교 원고를 작성한다. 그
러나 그 원고는 한번 설교되어지면 책상 속에서 잠들고 만다. 이런
원고들을 모아 1년에 한번씩 책으로 출판한다면 그 양질의 정보는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목회자들이 처음부터 출판할 것을 염
두에 두고 설교를 기획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이 세대의
문화를 주도할 뿐 아니라 후세대들에게도 가치 있는 정신적 유산을
남겨주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목회자라면 일생동안 의당히 한 권의 책이라도 출판
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