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석의 북카페| 용기 있는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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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교회들

 

< 조주석 목사, 영음사 편집국장, chochuseok@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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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는 기독교, 데이비드 웰스 , 부흥과개혁사, 2010년, 370쪽|

 

“교회는 세상문화 아닌 오직 성경 위에 세워지는 법”

 

“로이드 존스의 책들을 통해 성경과 교회사를 보는 안목을 얻었고, 최근 데이비드 웰스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세상과 교회를 보는 눈을 얻게 되었습니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하는 목사가 누군지 금방 눈치 챌 것이다. 천성을 향해 가는 나그네로서 신앙의 시야를 좀 더 크게 확보하려는 나로서는 그 백금산 목사의 말에 공감한다. 이처럼 책이란 잘 만나면 우리의 시야를 확 열어줄 수가 있다.

 

데이비드 웰스는 문화신학 4부작인 <신학실종>, <거룩하신 하나님>, <윤리실종>, <위대하신 그리스도>를 완성했다. 이들 네 책은 15년 동안에 걸쳐 집필한 것으로서 1,600쪽(번역서) 분량의 방대한 책이다.

 

이 책에서 진리, 하나님, 자아, 그리스도, 교회라는 이 다섯 가지 주제들이 다루어지고 그것들은 하나의 큰 주제를 그려낸다. 20세기 중반 이래로 진행된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의 전체상이다. 이런 저술 작업을 다 마치고 나서 저자는 그 책들의 압축판 내지 안내서 아니면 개론서쯤으로 여겨질 본서를 출판한 것이다.

 

웰스는 이 책들을 통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지적해낸다. 교회는 세상과 벗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상이란 어떤 것인가. 야고보 선생의 지적대로 말하라면 세상과 벗이 되고자 하는 자는 하나님과 원수가 되는 일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따르면 세상이란 교회의 원수이다. 이 외에도 교회의 원수는 육신과 마귀라는 게 더 있다고 고백서는 말한다. 교회는 이것들로 인해 역사 속에서 변질되고 타락하고 소멸되는 길을 걷기도 하는 까닭에 원수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오래 전부터 교회의 원수의 하나인 세상의 실체가 무엇인지 좀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이러한 마음은 가졌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특히 오늘의 맥락에서 그게 이런 거로구나 할 만한 그림이 뚜렷이 그려지지 않았다.

 

뭔가 잡힐 듯 말듯 한 나에게 본서는 환한 빛을 비추었다. 아 바로 이런 거로구나. 세상이란 문화다. 그렇다! 세상이란 문화다!! 웰스는 19세기의 미국에 등장한 근대 문화를 세상성이라 규정하고 그것이 어떻게 교회를 위협해 왔는지 다각도로 그려낸 것이다.

 

왜 문화가 교회의 원수라는 것인가. 문화란 우리와 늘 밀착되어 있는 것이요 호흡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가 문화를 등지는 반문화적 존재가 될 수는 없을 터. 허나 웰스의 말대로 세상이 문화라면 그 문화는 교회의 원수가 될 텐데 그것이 어떻게 해서 교회의 원수가 된다는 말인가. 그는 이 문제를 다른 어떤 신학자보다도 신학적으로 깊이 파헤친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복음주의는 두 가지 결함을 안고 출발했고 근대 문화로 인해 복음주의 지형도는 셋으로 분할되었다. 고전적 교회와 마케팅 교회와 이머징 교회로 재편된 것이다. 이들 교회 중 마케팅 교회와 이머징 교회는 현대 문화와 거리를 두지 않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머징 교회는 사람들을 교회로 모으기 위해 많은 것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강대상도 없애고 의자도 바꾸고 음악도 바꾸고 악기도 바꾸고 예배당 건물 자체도 영화관처럼 리모델링했다. 그뿐 아니다. 기독교 신앙을 현 세대의 취향에 맞추려고 여론조사, 마케팅, 장사의 요령을 동원하기조차 했다.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교회로 많이 몰려든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렇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배후에는 성공을 향한 집념이 강하게 깔려 있다.

 

이런 문화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교회의 원수가 되는가. 문화적인 것들이란 단지 어떤 것에 쓰이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데 그것들을 수단으로 보지 않고 성공을 가져올 보증수표나 능력으로 본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가 수단을 절대적 능력으로 대하는 순간 그 수단은 하나님의 자리를 위협하게 되어 있다. 문화 자체가 원수가 아니라 그 문화를 절대적 능력으로 바라보는 순간 그것은 하나님을 대신하게 된다. 구원 역사 대대로 늘 경계해 왔던 세상의 정체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웰스의 깊은 신학적 성찰은 성경적 진단이 아닐 수 없다.

 

교회는 문화 위에 세워지는 게 아니다. 문화 위에 세우면 교회는 간음한 여인으로 변한다. 교회는 오직 성경 위에 세워지는 법이다. 세상 문화가 아니라 하나님이 교회를 세우신다. 문화든 사람이든 다 쓰임 받는 것에 불과할 따름. 교회는 늘 자주 이것을 혼동해 왔다. 이러한 교회가 위험한 교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