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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모략

<서평 조주석 실장/ 합신출판부 press@hapdong.ac.kr>

달라스 윌라드/윤종석 옮김/신국판 양장/복 있는 사람/556면/2000년 7월

복음은 화재보험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복음이 결정적 위기만 담보한다면 절
반의 기쁜 소식일 뿐이다. 그래서 기독교는 현재 ‘소비자 기독교’로 많이 
기울어진 상태이다. 이런 특징이 미국의 우익 그리스도인들에게서 흔히 발견
되는 지점이다. 슬프게도 서서히 우리의 현실에서 그런 징후가 보인다는 점이
다.

이런 현실을 무척 안타까워하는 학자가 있다. 남캘리포니아대학교 철학부 교
수인 달라스 윌라드이다. 그가 쓴 <하나님의 모략>(The Devine Conspiracy, 
ⓒ 1998)은 이런 고민과 극복 방안을 응축시켜 놓은 보기 드문 책이다. 이 노
고를 치하하여 크리스챠니티 투데이는 199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였
다. 그리고 이어 2003년 도서상(영성 분야)에 그가 쓴 <마음의 변혁>
(Renovation of the 
Heart, ⓒ 2002)을 또 올려놓았다. 현재 7개 국어로 출
간 내지 번역 중에 있다.

“하나님의 모략은 복음에 관한 책이다.” 이 천국 복음은 우리 인간 생활에 
명확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확신이 강하게 배어난다. 천국 복음은 
단지 죄 용서라는 칭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복음을 설명할 때 이 부분을 뛰
어넘지 못하면 복음은 축소의 길을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복음은 칭의의 복
음을 넘어 천국 삶의 복음이다. 하나님을 향한 불타는 사랑과 기쁨과 헌신을 
빚어내며 하나님의 성품을 이웃에 고스란히 드러내게 한다. 기독교 복음은 그
런 능력을 분명히 지니고 있다.

본서는 상당히 마태복음적이다. 저자는 먼저 마태복음 4:17-25을 근거로 미국
의 기독교 현실을 진단하고(1-3장), 마태복음 5-7장을 토대로 천국의 삶이 무
엇인지 제시한다(4-7장). 즉 천국이 우리의 마음에 어떻게 세워지고 구체적 
행동으로 드러나야 하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이렇게 한 다음 마태복음 
28:19,20을 근거로 제자도가 무엇이며 그 교육 과정이 어떠한지 자신의 경험
과 결합시켜 친절히 풀어낸다(8,9장). 그리고 끝으로 믿는 자들이 들어갈 세

계에 대한 소망도 빼놓지 않는다(10장). 그렇다면 이런 논의는 행함으로 믿음
이 온전케 된다는 야고보의 복음 정신과 상통한다 하겠다. 
두 가지를 더 상세히 언급하고 싶다.

하나는 제자도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제자도를 이렇게 이해한다. “예수의 
제자도는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381쪽)라
고 말한다. 그것은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로 생각하면 율법주의에 빠질 우려
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제자도에는 지향해야 할 목표도 있고, 금해야 
할 사항도 있다. 전자는 하나님 사랑과 구습 벗기(427쪽 이하)이며, 후자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외형적 동조와 정확한 교리와 교회에 충성하기와 특
별한 체험이라고 한다(426쪽 이하). 이러한 나열에 좀 아니다 싶은 마음도 들
었지만 꺼리는 마음은 거의 들지 않았다. 제자도는 영적 훈련 틀도 갖춰야 한
다. 훈련이라는 말이 조작적 인위적이라는 말로 이해된다면 성령의 역사가 들
어설 자리는 없겠지만 윌라드는 이 말을 삶의 일부, 곧 자연스런 삶의 훈련으
로 제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8복 논의가 아주 새롭다는 것이다. “8복에 대한 윌
라드의 이야기
는 … 우리의 통상적 생각을 많은 부분 뒤집어 놓으며 그야말로 말문이 막히
게 한다. 이 한 부분만으로도 이 책 전체의 가치를 가늠하고도 남는다”(리차
드 포스터). 그래서 과연 이 해석이 정말로 맞을까 하는 유보적인 생각이 들
었다. 만약 그의 논의가 해석학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는다면 8복에 대한 전
통적인 해석과 이해는 상당 부분 수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 문맥적 역사적 
해석에 더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어 더욱 당혹스럽다. 

복음 진리가 그믐달처럼 가물가물 하는 시대에 하나님은 교회가 아닌 대학의 
교수를 쓰시어 당신의 파수꾼으로 삼으셨다. 하나님의 경영 방식이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주 그리스도께 충성하는 제자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사
건들이 여기저기 많이 터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