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석의북카페| 하나님 나라와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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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와 비유

홍창표 지음, 합동신학대학원출판사, 2004. 404쪽. 14,000원.

<서평: 오광만 교수>

예수께서 갈릴리 농촌에서 당시 대중적인 언어였던 아람어로 말씀하셨다는 것
은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예수께서 하신 말씀
을 현대 서구 문화의 관점으로 읽고 이해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예수님의 비
유가 오랫동안 예수님의 말씀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으로 많은 사람
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저마다 해석하는 내용이 달랐고 비유에서 예수님의 의
도와 비유의 메시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비유 해석 지침으로 제시된 안내서들도 비유 해석방법이 다양하고 복잡하여 
독자들이 그 중에 어느 방법이 바른지 선택하기도 어렵고, 설령 선택하였다
고 하더라도 실제 그가 비유를 읽으면서 적용하기가 어려운 책들이 대부분이
었다. 

이런 것을 극복하고 독자들을 그 때 그 장
소로 안내하여 비유의 의미를 설명
해준 비유 연구서가 출판되었다. 홍창표 교수의 ‘하나님 나라와 비유’가 바
로 그것이다. 이 책은 10년 전에 같은 제목으로 출판되었던 것인데, 이번에 
독자들이 더욱 쉽게 읽을 수 있게 본문의 문체를 다듬고 각주도 새롭게 정리
하여 새로운 판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책은 균형 잡힌 비유 연구서이다. 전체 4부로 구성이 되어, 전반부(1-3부)
에서는 최근의 비유 해석에 영향을 미친 여러 방법론을 소개, 분석하면서 그 
방법의 허점을 비판하였고, 후반부(4부)에서는 실제로 비유를 해석하였다. 
저자는 1부(15-47쪽)에서 비유의 의미와 목적을 설명한다. 비유는 구약의 마
샬처럼 비유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성격을 지니는지를 설명하고, 예
수께서 비유를 말씀하신 목적을 비밀의 계시와 관련하여 설명한다. 

2부(49-105쪽)는 역사적으로 비유해석에 영향을 준 비유 해석의 역사를 다룬
다. 홍 교수는 이곳에서 비유해석이 풍유(allegory)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이
유와 풍유적 해석이 극복된 계기 그리고 비유해석에 관여되는 요소들을 설명
한다. 특히 현대 비유해석에 막대한 영향
을 미치고 있는 학자들과 해석 방법
론(율리허, 다드, 예레미야스, 신해석학, 구조주의 수사비평 등)을 분석하
여, 그들의 강조점과 결정적인 약점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3부(109-127쪽)는 홍창표 교수가 이 책에서 비유를 해석하면서 채용한 해석
학 원리를 소개한 부분이다. 홍 교수의 비유 해석법은 “천국 문화적 해석
법”이다(126쪽). 이것은 비유 이해에 동양의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케네
드 베일리가 ‘시인과 농부’(오광만 옮김. 서울: 여수룬, 1998)에서 천명한 
문화적, 문학적 방법론과 예수님의 교훈의 핵심을 하나님 나라로 이해한 게할
더스 보스의 하나님 나라 이해를 접목시킨 방법론이다. 홍 교수는 보스가 하
나님 나라의 중심 사상을 구원 능력의 범위와 의의 범위와 복의 상태라고 주
장한 것을 그의 하나님 나라 이해로 삼았다(111쪽).

이 책의 3분의 2 분량을 차지하는 4부(129-366쪽)는 예수님의 개별 비유를 해
석한 부분이다. 홍 교수는 총(마흔 일곱 개의 본문에 나오는) 서른 개의 이야
기 식 비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 책의 목표가 이 비유들을 세밀하게 주석하
기보다는 “주로 비평학자들을 비평하는 데 주
력하려 한다”고 천명하였다
(131쪽). 하지만 그는 모든 비유를 동양의 문화로 설명하고, 거기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을 잊지 않는다. 

비유들은 등장하는 인물들이 왕이나 아버지 또는 주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꾸며져 있고, 이들 대부분은 하나님을 가르치고 있어서 “군주의 비유들”이
라는 제목을 붙일 만하다. 저자는 열아홉 개의 비유를 군주의 비유들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들 비유는 비유의 중심 주제인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속
성을 가르친다.

그밖에 제자도와 기도를 가르치는 비유 다섯 개, 하나님 나라의 절대적인 가
치를 다루는 비유 두 개, 자비와 심판에 관한 비유 두 개, 마지막으로 은혜
를 가르치는 비유 두 개 등이 동양문화적 관점에서 설명되었다.

이 책에 제시된 것처럼 비유가 하나님 나라를 가르친다는 것과 비유를 동양문
화에 비추어 이해할 경우, 독자는 그 동안 자신이 선입견을 가지고 비유를 이
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실례로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의 경
우, 많은 사람들이 그 중심 사상을 “너도 선을 행해라”는 것을 결론으로 알
고 있을 것이지만, 저
자는 그렇게 하는 것은 정확히 예수께서 질문한 율법사
에게 도전하신 내용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 있는 사람에게는 그가 
율법에서 가르치는 것을 실행할 이웃을 찾는 것은 스스로 의로움을 획득하여 
구원을 얻으려는 것이다. 저자는 예수께서 “인간으로는 불가능하다.……다
만 하나님만이 인간을 의롭게 하시며 은혜로 영생을 베푸신다”는 사실을 알
리는 데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의 목적이 있다고 지적한다(276-77쪽). 이것은 
독자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저자의 비유 해석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의 지극
히 일부분이다.

저자의 비유 해석의 많은 부분이 케네드 베일리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 책은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비유 연구서 중
에 단연 독보적인 책이다. 동시에 이 책은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하
지만 주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의 보배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감상
할 수 있는 값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