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목회자가 부럽습니다_이상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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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목회자가 부럽습니다

 

< 이상업 목사, 성은교회 >

 

“자신의 한계와 그릇 인정하고최선 다하는 목회자 되길”

 

 

얼떨결에 개척으로 시작한 목회 22년을 돌아봅니다.

 

목회자 모두가 다 나름대로 기가 막힌 시련과 위기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힘든 때가 있으면 좋을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근데 저는 오직 힘든 생각만으로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실패했다고 생각되는 처음 6-7년의 목회 사역은 더더욱 그랬습니다. 힘들게 한 가장 큰 이유는 그 누구도 아닌 준비되지 않은 저 자신이었던 것만은 인정하면서 말입니다.

 

두 번째 목회의 기회가 왔습니다. 감격하며 감사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개척보다 힘들 수도 있었으나 오직 감사뿐이었습니다. 7년의 골병(저는 탈진을 골병이라 합니다)으로 약해진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저의 모습을 그분이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2-3년 동안 부흥이 무엇인지 진짜로 경험하게 해 주셨습니다. 말씀이 왕성하다는 것, 교회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 한국 교회의 현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 속에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놀라고 감탄은 했으나 그 목회를 즐기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만족하며 감사로 충만해 있지도 않았습니다. 70-80평의 땅을 우습게보고 예배당 건축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당당함을 넘어서서 자고하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골병든 7년을 잊어버리고 하나님 없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은근히 교만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목회 현장과 저 자신에게 또 새로운 위기가 왔습니다.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아니 마음은 이미 도망갔었습니다. 좌절과 낙심과 번민으로 가득 찼었습니다. 부흥이 아닌 억지 성장마저도 추구할 의욕도 기회도 다 사라졌습니다. ‘언제든지 예배당 소유하는 것쯤이야’ 하는 생각은 안개처럼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땅값은 2배, 3배, 4배까지 올라갔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예배당은 좁아서 90평 임대 상가로 옮겼습니다. 1억 수 천을 들여 실내 장식을 하면서도 마음에 모든 의욕과 열정은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오직 힘들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교인들은 더 줄고 헌금은 반 토막이 되었는데, 철저히 골병든 저에게 목회 재미가 솟아오르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목회 14년 만에 처음 겪는 경험이었습니다. 외적으로 달라진 것도 없는데 참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솔로몬의 태평성대를 누리는 심정이 이런 것 이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감사가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삶을 다 돌아봐도 하나님이 주시는 재미, 성경적인 즐거움을 경험해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목회하고 있는 게 기적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저를 위한 최상의 선물은 목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교회와 저의 형편은 더 어려워져가고 있는데도 감사와 만족은 사라지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목회가 재미있었습니다.

 

옛날에 어떤 교수님이 ‘재밌냐?’고 물으시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목회를 재미로 하나’라고 말입니다. 경험을 못해 봤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입니다. 이 경험 이후부터 저는 이런 목회자를 가장 부러워하게 되었습니다.

 

교세가 크던 작던 목회를 최상의 선물로 알고 목회 자체를 즐기고 있는 목회자가 제일 부럽습니다. 만족치 못하고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끝없이 달려가는 열정의 목회자보다 자신의 한계와 그릇을 인정하고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는 그런 목회자가 더 부럽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긍정의 힘’과는 너무 상반된 생각일까요?

 

성공이나 출세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지라도 목회하는 자체만 생각해도 황송한 심정으로 감사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하며 살아가는 그런 목회자가 가장 부럽습니다.

 

시시때때로 성장의 욕심과 힘든 현실 때문에 미혹을 받아 흔들리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목회를 즐기며 감사할 수밖에 없는 마음으로 가득 찬 그런 목회자가 가장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