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는 나의 내비게이션(Navigation)이시니_허태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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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는 나의 내비게이션(Navigation)이시니

허태성 목사_강변교회

“이상하게도 기도를 하고 나면 문제가 풀리고 있었다”

지나온 모든 날들이 다 의미가 있었고, 모든 해(年)가 다 다사다난(多事多
難)했지만 나에게 있어서 2007년은 결코 잊지 못할 해였다. 

목회 20년 만에 휴식의 기회 갖어

은곡교회에서 한 달 모자라는 8년 간의 목회생활을 마감한 나는 신학교에 입
학한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동안의 안식월을 보내기 위해 가족들
과 미국 여행길에 올랐다. 
8월 18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나의 가족은 첫 기착지인 달라스 공항에서부터 
혹독한 미국 입국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공항직원은 일반 관광비자로 전 가
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장기여행을 하겠다고 들어오는 나를 믿어 주지 않았
다. 
내가 목사라는 것을 밝히고, 안식년을 받아서 좀 쉬면서 여행을 하려고 한다
며 입국목적을 설명했지만 그는 나의 가족을 2시간씩 별실에 붙들어 두면서 
집요하게 심문을 했
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2학년인 아들과 고 3인 딸을 미
국에서 공부를 시키지 않고 그냥 여행만 한다고 했으니 아마 내가 공항직원
이었더라도 한 번쯤 의심했을 것이다. 
쉽게 미국 땅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던 나는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
다. 주님께 기도하지 않은 죄를 회개하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겨드리는 기도
를 하고 나자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순간 그 공항직원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신
의 말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나는 당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믿는다.” 그러고 나서 입국해도 좋다는 도장을 찍어 주었다. 
겨우 짐을 찾아서 미시시피 주도(州都)인 잭슨으로 가는 국내선을 타기 위
해 정신없이 탑승구를 찾아 갔다.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서 가까스로 출발 
10분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탑승구는 닫혀 있었다. 
할 수 없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비행기는 남은 좌석이 없었다. 또 다시 2시간을 더 기다려서 거의 저녁
때가 되어서야 
비행기를 타고 잭슨공항에 도착하였다. 저절로 쉽게 되는 것
은 하나도 없었다. 
그 여정 가운데 나는 또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도하고 나면 문제
가 해결되었다. 비록 목회는 잠시 내려놓고 쉬고 있었지만 미국에서의 생활
은 나에게 또 다른 영적 훈련의 기간이었고 영적 성장의 기회가 되었음을 고
백하며 감사를 드린다.
미국에서 머무는 동안에 나는 추수감사절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마침 크리
스챤 사립고교에서 청강생으로 공부하던 딸이 1주일간 학교가 휴무에 들어간
다고 해서 그 기회를 이용하여 미국 여행을 해보리라고 마음을 먹고 렌트카
에 약간의 식료품과 간단한 조리 기구를 싣고서 미국 종단길에 올랐다. 
미시시피주 잭슨을 출발하여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샬럿을 거쳐서 계속 북
쪽으로 달렸다. 워싱턴 DC에 이르기까지 보았던 광활한 초원과 그 엄청난 단
풍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그 길을 달려보고 싶다. 
뉴욕, 필라델피아 등을 방문하며 여러 목사님들과 평소 알고 지내던 성도들
을 만나며 사랑의 교제를 나누었다. 잭슨을 떠난지 1주일 만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지나 캐나다 토론토까지 올라갔다. 그 때까지 
여행에 별다른 어려움
이 없었다. 문제는 토론토에서 주일을 보내고 월요일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
오던 길에 발생했다. 
토론토를 떠나 캐나다 런던에서 한 가정을 심방하느라고 해가 넘어가고 있
는 시간에 국경 근처에 이르게 되었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갑자기 폭설로 
돌변하였다. 처음 지나가는 길인 데다가 내린 눈으로 길은 미끄러웠다. 게다
가 연료마저 거의 바닥이 나서 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아내와 자녀들은 나의 얼굴을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미국에서 구입한 내비게이션이 나에게 주유소
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가로등도 없는 2차선 도로를 한 
참을 달렸다. 그런데 정말 그곳에 주유소가 있었다. 
디트로이트 근교에 살고 있다는 한 형제의 집 주소를 입력하였다. 물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인도하는 대로 나는 밤길을 달
렸다. 이번에도 좀 까다롭게 질문을 했지만 무사히 국경을 통과하여 미국에 
들어와서 형제의 집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형제의 집에서 1박을 하며 교제를 나눈 후 이번에는 미국 대륙을 북에
서 남
으로 종단하여 다시 잭슨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날을 더 보내다가 짐을 
싸서 이번에는 플로리다 주의 여러 도시를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가며 여
행하다가 하와이를 거쳐서 그리던 고국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나는 지금도 종종 그 무모했던 여행을 떠 올린다. 무엇이 그 여행을 가능하
게 했을까?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와 돌보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둘째는 내
비게이션이 있어서 오직 그 지시를 따라서만 갔기에 미국을 마음대로 여행
할 수 있었다. 그 후로 나는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여호와는 나의 내비게이션이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오직 주님만 순종하며 살아갈 것

얼마를 더 가야할지 알지 못하는 나의 인생길, 무슨 일을 만날는지 알 수 없
는 나의 목회길에서 나는 오직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믿음으로 순종하
며 갈 것이다. 아무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