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르라” 외칠 수 있는 목자_이재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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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르라” 외칠 수 있는 목자

이재헌 목사/ 대구 동흥교회

요즘 우리 주변에는 어느 때보다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이 자칭 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겠노라고 이런 저런 공약
과 자신의 능력을 알리기에 분주한 것을 보게 된다. 

자칭 지도자라고 나서는 사람들

사실 지도자는 스스로 나서서 선전하고 공약을 하면서 되는 사람이라기보다
는 하나님에 의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인정되고 만들어지는 사
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도자는 자신을 위하여 존재하는 사람이 아
니라 그를 따르는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필요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떤 농촌 교회에서 목회를 할 때에 함께 했던 아주 특별한 한 성도가 생각
난다. 그 분은 맹씨 성을 가진 연세가 조금 드신 집사님이었는데, 어린 나이
에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분이었다. 거의 한 평생을 빛을 보지 못하고 
살아오신 맹 집사님은 자연히 일반인들처
럼 눈을 의지하여 보고 판단하고 행
동하지 않고 소리와 감각과 직감에 의해서 판단하고 움직이는데 이미 익숙해
져 있는 분이었다. 
좁은 시골길과 논길은 물론 동네 어느 곳도 그 분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었
고 심지어 손의 감촉만으로 밭에 나가서 잡초를 뽑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
을 지닌 분이었다. 교회에서도 보통의 경우에는 일반 교인들이 그 분을 돕
고 부축해 드리는 형편이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모든 교인들이 그 분을 따라
야 할 때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시골 지역에는 가끔씩 정전이 되곤 했는데 바로 그때는 모두가 
맹 집사님의 손을 찾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집사님은 정전에 상관없이 평
소 하던 대로 자신의 길을 가실 뿐이지만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 분
의 도움 없이는 당황하며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여 헤맬 수밖에 없었다. 어
둠 속에서 맹 집사님의 손을 잡고만 따라가면 바르고 안전한 길과 모든 장애
물을 거뜬하게 피해 갈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람들도 쉽게 손을 내밀지 못했다. ‘보는 사람도 힘든데 보지 않
는 사람이 어떻게,,,’ 하지만 어둠의 순간에 맹 집사님은 모든 성도들에게 

고의 지도자였다. 그 분의 손만 잡고 이끄는 대로 가면 아무 문제없이 어
둠을 헤쳐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지도자 후보들이 자신을 믿고 따라 오라고 부르짖는 이 시대에 유난
히도 그때의 맹 집사님이 그립다. 정말 안심하고 그 손을 잡고 따를 수 있
는 지도자가 과연 누구일까 쉬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불 
확신과 선뜻 손을 펼쳐 잡지 못하는 조심스러움이 내가 섬기는 교회의 성도
들이 나를 향한 마음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뇌리를 스쳐 지나
간다. 
목양이나 목회라는 단어가 이미 우리를 지도자의 위치에 서게 하였다. 그런
데 특정한 몇몇 목회자 주변에는 그의 손을 잡기 위해 줄을 지어 선 수많은 
영혼들을 볼 수 있는 반면 또 어떤 목회자 주변에는 그렇지 못하고 썰렁함
이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떤 차이 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지도
자의 능력과 아울러 그가 선 위치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돌격 앞으로!” 외치며 자기 병사들을 전장으로 내모는 지휘관의 군대보
다는 “나를 따르라!” 외치며 그들을 인도해 가는 지휘관의 군대가 훨씬 힘
이 
있고 그들에게 승리가 주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내가 그
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고전 11:1)고 
외치며 영혼을 인도하던 바울의 모습을 그려본다. 하나님의 손에 사로잡힌 
이 위대한 지도자를 누가 따르지 아니할 수가 있겠는가? 하나님이 원하시며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는 바로 이런 지도자일 것이다. 
소위 운명을 점치며 사주팔자를 본다는 자들이 한결같이 다른 사람의 인생
에 대해서 이런 저런 조언과 간섭은 아끼지 않는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다.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늘 불안 속에서 허덕
이는 어리석은 자들이 남을 향하여 비판과 손가락질은 한다는 것은 자가당착
이 아닐 수 없다. 정작 자기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 남들의 뒷자리에 
서서 목청을 높여 떠드는 모습을 바라보면 참으로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제 자신 앞가림도 못하는 지도자

묵묵히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이후에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 13:15) 말씀하신 우리 주님의 음성이 
바로 영적 지도자
라고 서 있는 나를 향한 말씀임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