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전통을 접목시킨 에너지 절약
박종훈 목사_궁산교회
요즘 하루가 갈수록 치솟아 가는 국제 유가의 소식에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
를 보는 것 같다. 이미 소비의 맛을 보고 누리는 현실에서 무조건 절약하라
는 정부의 정책도 사실 한계가 있다.
앞길 난감한 고유가 시대
지금 현재는 우리만 사는 시대가 아니고 이 지구상에는 과거에도 에너지를
사용하고 살아왔다. 특히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보면 현대
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농촌에서 살면서 전
통과 현대의 편리한 시설을 접목하며 나름대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을
몇 가지 실천하고 있다.
이제 농촌도 현대적인 편리함과 구조에 맞는 집을 신축하거나 개축하는 경우
가 허다하다. 이 과정에서 기름보일러와 수세식 화장실이 필수적이다. 그러
므로 편리하지만 에너지는 더 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이제는 수입
해서 사용하는 난방유를 아껴야 하는 이유로 겨울에는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현실이다.
구들방의 절절 끓는 추억을 아는 필자는 전통이 사라지는 지금의 모습을 안
타깝게 여기며 새로운 시도를 했었다. 전에 살던 옛날 가옥을 철거하면서 구
들장을 따로 모았었다. 그리고 벽돌 슬래브 양옥집을 신축하되 별채로(손님
방) 방 하나를 전통 구들방을 놓았다. 그러면서 신축한 집의 화장실로 연결
하는 온수파이프를 따로 설치해서 구들방 아궁이에 연결했다.
농촌 지역이라 자연적으로 나오는 땔감을 가지고 불을 지피면 우선 방의 난
방이 기름보일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하다. 아궁이에 땔감을 피
우면서 솥을 올렸다. 옛날에는 음식을 삶고 조리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편리한 입식부엌에서 가스를 사용하여 조리한다.
아궁이는 불을 지피면서 물 세 말 정도 들어가는 크기의 솥을 데워 순전히
온수만 활용하도록 했다. 여기서 나오는 온수는 가정 모터로 물을 뽑아 올
려 미리 설치한 온수 파이프를 통해 목욕실에서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게 되
도록 장치를 하였다.
아궁이 쪽에서도 쉽게 물을 솥에 넣을 수 있도록 수도꼭지를 설치해서 물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보충하도록
만들었다. 한 번 물이 끊으면 계속해서 불을
지피면서 물을 공급하여 다량의 온수를 확보하게 된다.
추운 겨울에는 날마다 불을 지펴서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지만, 지금은 일주
일에 한번 5인 가족이 충분히 집에서 목욕하고도 남을 만큼 사용하고 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대중목욕탕에 가기가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과
정에서 기름보일러의 온수는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한 온수가 공급된
다.
약간의 기술적인 시설이 필요하지만 이렇게 십 여년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
다. 이처럼 전통의 방식과 현대의 기계를 활용하면 이외에도 에너지를 절약
하는 지혜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비상시에도 전통 구들장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동네에서 종종 구 가옥을 허물고 새 집을 지으면서 나오는 구들장을 대부분
땅에 묻어 버려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다. 다시 새로
운 구들장을 산에서 채취하는 것은 현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자원을
재활용하며 조상들이 물려준 세계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자연 친화적인 구
들장을 이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안목
이 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시골의 단독 주택을 신축할 때 도시의 아파트와는 달리 외부가 노
출되어 단열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지금은 다양한 단열재가 나오지만 미흡
한 여러 면이 있다. 이런 경우도 전통방식을 도입하면 외적 아름다움과 실
제 단열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옛날 건축 주재료는 흔히 구할 수 있는 황토이
다.
하지만 흙은 마르는 과정에서 수축되어 틈새가 생겨 외풍이 심한 집에서 살
았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며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실제 건축을 하
였다. 내벽은 보통 하는 식으로 시멘트벽돌로 쌓고, 단열재를 넣고 그 뒤에
돌멩이와 황토를 이겨 돌담 마냥 쌓았다. 그냥 빨간 벽돌집보다는 햇빛의 변
색이 없고 자연적인 미와 우리 정서에 맞는 집이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
경하곤 한다.
옛날 전통집은 항상 주위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활용했다. 여기에 현대적
인 단열재와 창문을 활용하면 뛰어난 보온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한 여름
에 뜨거운 햇빛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담쟁이덩굴을 옥상 난간에 올렸다. 햇
볕을 간접 차단하는 효과와 건물의 온도를 내리는 것은 물론, 건물의 수명
도 늘리며 전원
주택의 미를 한껏 살린다. 더불어 건물 주위로 나무가 둘러있
어 여러 모로 에너지를 절약하며 다양한 유익을 가져다준다.
같은 마을에서도 다른 집과 비교하면 난방비가 훨씬 적게 든다. 일년에 가정
용 보일러 난방유를(3드럼) 한 번 채우면 일년을 지낸다. 여기에 그치지 않
고 주위 자연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본 원리를 가지고 관심과 좋은 정
보를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최근에는 새로 보완된 태양열 난방기를 옥상에 설치하여 더욱 난방유를 절약
하고 있다. 외적으로 에너지를 최대한 자연에서 끌어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사용하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에너지 개발 여지 많아
우수한 친환경적 건축 재료가 개발되면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축기술이 필요하다. 이 일은 어느 한 개인의 차원이 아닌 정부와 회사와 주
민들의 인식과 투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리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