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안녕히 주무셨어요?_이재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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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이재헌 목사·대구동흥교회

십 수년이 지난 오래 전으로 기억이 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신앙 생활을 시작하여 때늦음을 후회하며 열심을 내고 있
는 한 할머니에게 세례 문답을 했던 적이 있다. 그리 많은 학식을 가진 분
도 아닌데다 연세까지 많이 드셨기에 별다른 질문을 하기도 어려웠기에 아
주 기본적인 몇 가지를 질문하기로 생각하며 첫 질문을 시작했다.

80세 할머니 세례 문답 기억나

“할머니, 예수님 믿으시죠?” “그럼요, 믿고 말구요.” 할머니의 대답은 
의외로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럼, 그 예수님이 어디 계시죠?” 질문을 던지
면서도 한편으로 연세 드신 어른이 혹 당황스러워 하시지는 않을까 염려를 
하며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어서 나오는 할머니의 답은 의
외로 편안하게 자신의 신앙 고백으로 이어졌다. 
“예, 난 잘 모르긴 하지만 목사님이 설교하실 때 말씀하신 대로 예수님은 
늘 내 옆에 계신 것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구요. 난 성경도 잘 읽을 줄도 모
르고 말도 잘 할 줄도 모르고 해서 쉽게 생각하고 있어요. 난 혼자 살고 있
는데 그래서 아침에 잠에서 일어나면 옆을 보고 ‘예수님, 안녕히 주무셨어
요?’ 하고 인사하고 밥 먹을 때는 ‘예수님, 식사하십시다’ 하구요, 장에 
갈 때는 ‘예수님, 우리 장보러 갑시다’ 하고 말하면서 예수님하고 같이 살
고 있지요.” 
간결하면서도 너무나 확실한 답변 앞에 나는 더 이상 물을 질문을 찾지 못했
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신앙이 어디 있겠나? 어떤 논리적이고 학적인 답변
보다도 가장 정확하고 분명한 신앙의 고백이라고 여겨졌다. 할머니의 답변
을 놓고서 학문적 논리로 분석하고 신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수많은 말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구주되신 예수님을 향한 분명한 믿음의 
고백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너무 논리적이고 또 너무 신학적인 우리의 사고가 목회 현장에서 우
리를 경직되게 만드는 것을 느낀다. 신학적이고 논리적인 접근과 분석과 해
설이 신앙의 깊이를 더하며 목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간
결하면서 순수한 믿음이 훨씬 더 강렬하게 사람의 심령을 
움직이는 힘이 있음을 보게 된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항상 쉽고 일상적인 것이면서도 영혼을 움직이는 능력의 
말씀이었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많은 경우 우리가 가진 
하나님에 관한 지식이나 그것을 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설교나 훈련의 내
용들에서는 그 순수함과 간결함보다는 지적, 언어적 화려함이나 심도 깊은 
학문적 사고의 유혹에 빠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심지어 목회자로
서 성도들을 생각하며 목양하는 일 자체에만도 수많은 생각과 이론들로 인하
여 어려워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간단한 원리나 내용을 가지고서 아주 수준 높은 이론이나 강론을 만들어 내
는 것은 놀라운 기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주 어려운 주제를 누가 들어
도 쉽게 이해 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으로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은 한 단계 
더 높은 고도의 기술이라 생각한다. 인류 역사에 유일하며 불변하는 진리의 
말씀이며 가장 많은 연구 논문과 학문적 주장의 근거가 된 성경을 가장 쉽
게 이해할 수 있는 말과 설명으로 성도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소중한 직무를 

n맡은 목회자로서 이 큰 실력을 갖고 싶다. 

“예수님, 안녕히 주무셨어요?”라고 인사하는 할머니 성도의 단순함이 목
회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기를 소원한다. 아니 나 개인의 생활과 믿음의 
모습이 이렇게 간결, 단순해지고 싶다. 머리에서부터 손발 모두가 좀 더 단
순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교회를 섬기며 성도들을 섬기고자 기도의 손을 모은
다.
갖가지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들을 가진 전자 제품보다는 간단명료하게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은 단순히 
신제품 개발을 위해 애쓰는 사업가들의 귀에 유익한 소리만은 아니라고 본
다. 

단순 명백한 고백 실감나

설교자를 바라보며 그 입에서 선포되는 말씀을 주목하는 대중의 눈과 귀도 
동일하게 단순해지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것이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
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18:3)는 
말씀이 곧 이 때를 위한 말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