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거짓처럼 설교해서 되나요?_이재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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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거짓처럼 설교해서 되나요?

이재헌 목사_대구 동흥교회

설교자의 한 마디 한 마디 외침에 사람들의 얼어붙었던 마음이 눈 녹듯 녹아
나고 회개의 눈물을 쏟아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교회를 섬기며 말씀에 수종드
는 모든 목회자들이 갖는 동일한 소망일 것이다. 선포되는 말씀을 듣고서 삶
의 기준과 방법,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죄악의 담을 넘어 구원의 성 안으로 들
어오는 무수한 영혼들을 바라보는 것은 말씀을 선포하는 자들에게 주어진 최
고의 행복이면서 또 가장 큰 기도의 제목이기도 하다. 

즉각적 반응 기대하는 설교자

그러기에 말씀을 들고 강단에 설 때마다 이런 감동과 역사를 기대하며 기도하
는 것이 모든 설교자의 공통된 모습이다. 하지만 혼신을 다하여 진리를 선포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영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차갑게 굳어 있는 
성도들의 모습을 볼 때 밀려오는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 또한 모든 설
교자들이 함께 느끼는 고통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주변에는 거침없이 쏟아지는 유창한 말들과 청중을 사로잡는 유머와 제
스처로 이른바 스타가 되어있는 설교자들이 대중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본다. 복음의 대중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반가운 현상이지만 또 다
른 한 면에서는 대중의 호감을 쫓아가며 외형적인 화려함으로 포장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우를 떨쳐 버리기가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이 웃고 박수
를 치고 눈물을 닦아 내기도 하지만 과연 진정한 영적 변화의 모습이 그 속에
서 일어나고 있는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목사님이 연극배우인 성도로부터 연극 초대장을 한 장 받았다고 한다. 
평소에 즐겨 연극을 감상하는 분은 아니지만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의 성도가 
직접 출연하는 연극인지라 시간을 내어 관람을 하게 되었다. 연극이 진행되
는 동안 목사님은 알 수 없는 열등감과 부끄러움에 견딜 수가 없었다. 이유
인 즉 그 많은 관객들이 배우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절대적인 반응을 보이며 
환호하고 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속으로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목사님은 연극이 끝나자 곧 바로 그 성도를 찾아
가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다. 
“성도님이 한 연극은 한 사람의 작가가 만든 이야기 아닙니까? 그런데 그 꾸
며낸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이렇게 환호를 하고 눈물도 흘리니 도대체 어떻
게 된 겁니까? 내가 강단에서 설교할 때는 진실만을 말하는데도 이런 반응을 
본 적이 없고 오히려 졸음을 참지 못하는 성도들이 너무나 많으니 이것이 도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방금 무대에서 내려온 성도는 아직도 마르지 않은 땀을 닦으면서 이렇게 말했
다. 
“목사님은 진실을 가지고 마치 거짓말처럼 말씀하시는데 저희는 거짓말을 가
지고서도 마치 진실처럼 말하잖아요.”

설교자는 진리만을 말하도록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성급한 영적 변화
의 열매를 기대하며 숙성되지 못한 대중들의 인스턴트식 기호에 치중하여 그 
값지고 소중한 진리를 대수롭지 않은 부스러기나 마치 생명 없는 조화의 아름
다움에 바꾸어 버리지는 않는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 

전혀 진리가 아닌 허상(fiction)을 아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꾸미고 가꾸어
서 마치 대단한 진실(true, fact)인 것처럼 아름답게 진열해 놓은 진열대 앞
에서 온통 정신을 빼앗
겨 버리고 환호하는 세상 사람들을 본다. 비단 개인만
이 아니다. 온 사회와 대중이 그러한 외형적 매력에 빠져들면서 마치 집단 체
면 상태로 다가가는 듯한 모습이 우리 주변에 편만한 것을 본다. 
그 엄청난 사회 체면은 서서히 허상을 진실로 탈바꿈 시켜 나가고 있는 듯 하
다. 그들에게 더 이상 진실의 근원은 의미가 없어지고 단지 가시적이고 현실
적인 아름다움과 풍요로움, 환희만이 최고의 가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외형주의 가치관이 진리의 말씀까지도 포장하여 대중의 기호에 맞게 차려 내
고자 하는 유혹이 설교자를 사로잡는 다면 진리는 계속적으로 가식과 위선의 
포장 속에 갇혀 버리고 말 것이다. 결국 생명은 아무런 힘도 나타내지 못하
게 될 것이다. 

가식과 위장은 생명력 없어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하여 끝없이 유혹하는 세상을 향하여, 진실을 진실답게 
선포할 수 있는 설교자로 서기 위하여 몸부림치며 기도하는 것이 생명을 가
진 진실을 선포하는 한 사람의 설교자로서 가져야 할 가장 우선된 일임을 새
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