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김, 큰 기쁨_김용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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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김, 큰 기쁨

<김용진 목사, 도산제일교회, 경남노회장 >

 

작은 섬김은 잔잔한 감동을 주고 큰 기쁨이 되어 다시 돌아와

 

얼마 전 아내와 함께 거제시 동부면에 있는 어느 교회의 바자회에 간 적이 있다. 지난해에 제법 쓸 만한 것을 많이 건졌기 때문에 기대에 부푼 아내는 같이 가자고 졸라댔다.

별로 힘이 없는 나는 할 수 없이 순종하는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혹시나 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같이 갔다. 일찍 가야 좋은 것을 고를 수 있으니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가자고 해서 조금 서둘렀더니 마침 푸짐한 점심식사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같은 상에서 마주 앉아 식사를 하던 목사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를 마칠 무렵 그 중 젊은 목사님 한 분이 옆에 있는 목사님에게 설거지를 같이 하자고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마침 식당 옆 수돗가에서 설거지 준비를 하고 있는 그 목사님들을 보게 되었다.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상 도망갈 수가 없어서 그쪽으로 다가가서 같이 설거지를 하겠노라고 하고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 대열에 합류했다.

여 집사님 한 분이 초벌 설거지, 목사님 두 분이 2차 설거지, 나는 마지막 헹굼작업을 했다. 비록 급조된 팀이었지만 팀워크가 좋아서인지 짧은 시간에 즐거운 마음으로 많은 양의 설거지를 해낼 수 있었다.

처음에 설거지를 하자고 했던 목사님은 산청의 에스라하우스에서 성경통독반 사역을 돕다가 부산의 성도들이 해운대에 교회를 세워 놓고 예배도 드리고 성경통독반도 인도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곳에 가서 사역을 하고 있었다. 요즘과 같이 교회 개척을 하기 힘든 때에 해운대에, 다 준비된 예배당에 청빙을 받아 사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이분들과 함께 설거지를 하는 동안 바자회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교회에는 지금 연세도 많으시고 몸이 약해지셔서 교회를 나오지 못하시는 이덕선 집사님(86세)이 계신다. 그분은 교회 나오실 때마다 늘 고민을 하셨다. 교회 갈까 말까 하고 고민하시는 것이 아니라 교회 갈 때 무엇을 가지고 갈까 하고 고민을 하시는 것이었다.

때로는 이른 봄 아직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쪽파나 마늘쫑을 뽑아 오시기도 하고, 가을에는 고구마나 농사지은 쌀을 가져 오시기도 했다. 명절 때 딸이나 며느리가 양말을 사다드리면 교회 오실 때마다 하나씩 가지고 오셔서 “사모님 양말 신으세요” 하면서 선물로 주시는 것이었다.

그런데 새 양말을 다 나누어주고 없어지게 되자 신으시던 양말 중에서 가장 깨끗한 것을 빨아서 신문지에 곱게 싸서 선물로 건네주시는 것이었다. 작은 선물이지만 참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그렇게 감동적인 선물을 본 적이 없다. 선지자의 이름으로 선지자를 영접하는 자는 선지자의 상을 받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된다.

예수님께서도 이 땅에 오신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고 하셨다. 목사로서 좀 더 섬기지 못하고 섬김을 받는데 익숙한 내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전도의 비결은 긍휼과 용서와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고 하신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작은 섬김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또다시 큰 기쁨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다.

촛불과 같이 자신을 태워가며 주위를 밝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밝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