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이 신앙을 파괴하지 않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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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 신앙을 파괴하지 않도록 하라

 

신학은 하나님을 아는 것과 하나님의 백성으로 사는 일과 관계있다. 이 말은 신학이란 하나님의 말씀이 담지하고 있는 진리에 대한 가감 없는 바른 진술과 오늘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현실과 삶에 대한 진술을 동시에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영원이 시간과 맞닿는 자리에 신학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학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없고 시대의 제약을 일부러 걷어찰 필요도 없다. 오히려 시대의 문제를 부둥켜안고 시대와 더불어 몸부림쳐야 한다. 이것은 신학으로 하여금 시대성의 제약에 따르는 겸손과 함께 시대적 과제를 목표로 하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도록 도전한다. 이것은 미국 칼빈신학교의 멀러 교수가 말한 “영원한 진리에 대한 시대적 재진술”이라는 신학의 목적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신학이 가지는 시대성의 한계와 시대성이라는 목표는 자칫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모든 시대,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선포하는 불변하는 진리를 왜곡하며 변개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신학이 ‘시대의 아들’이 되는 순간인 것이다. 곧 ‘영원에 잇대어 오늘을 살아가야할 신학’이 ‘시대의 이름으로 영원을 도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순간, 시대에 대한 적실성이라는 명분으로 성경이 포함하는 변하지 않는 진리는 재해석되고 변질되고 만다.

그래서 “신학이 당신의 신앙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조심하라”라는 문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명심해야할 권고로 남아 있다.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진리를 난도질하며 시대정신으로 불변하는 진리를 파괴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신학이 영원을 도발하며 진리를 변개하는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현대의 신학적 경향은 이미 영원을 시대성에 가두어놓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변하는 시대적 가치로 이리저리 마음껏 요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학은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신학의 시대적 과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신학은 바로 그 시대의 문제와 도전에 대한 응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신학이 ‘진리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신학이 우리 시대의 언명(言明)으로 표현되어야 하고 또한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과 현실을 부둥켜안아야 하지만 그것이 영원한 진리를 파괴하는 방식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시대성의 이름으로 콘텍스트가 텍스트를 뒤엎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