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북경의 살며 생각하며| 살殺-생生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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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북경의 살며 생각하며
살殺-생生 편지 

“정보홍수, 그 안에서 죽고 사는 사람들”

김북경 목사_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총장

‘편지’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쁜 소식보다는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마
음 간절하다. 그래서 새벽을 깨우는 까치 소리가 귀찮더라도 참아준다. 합격
통지서, 연애편지, 세금환불 통지서, 생일 파티 초청장, 청첩장들은 하루를 
즐겁게 해주는 소식들이다. 반면에 짜증나게 하는 편지들도 있다. 세금통지
서, 불법주차벌금 통지서, 법정 출두명령서 등등.

편지 없는 세상 생각도 못해

요새는 이메일이 생겨서 편리한 점이 있다. 나이가 먹어 가면서 손이 떨려 
글씨가 엉망이 된다. 그런데 전자편지는 키보드를 또닥거리면 글씨가 평준화
되어 나온다. 나는 몇 년 전에 컴퓨터가 대중화될 때 컴퓨터는 안 만지기로 
작정했었다. 목회에서 은퇴할 때도 되고 해서 새삼스레 컴퓨터를 배울 필요
를 못 느꼈던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종이문화에서 전자문화로 전환하는 번거
로움 때문이
기도 하였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 딸이 한국에 가면
서 두고 간 컴퓨터를 심심풀이로 만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이
제는 컴퓨터 없이는 못 살 것 같다. ‘거북이’ 편지를 안 쓴지도 오래 됐
고, 이제는 ‘토끼’ 편지에 익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전자메일은 순식
간에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통쾌함이 있다. 

순식간에 전 세계를 누비는 ‘이메일’

그러나 편지 내용의 질이 속도라는 형식에 짓눌려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펜을 들어 하얀 종이에 글을 쓰고 있노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
게 되고 정성이 들어가며 영감까지 생겨날 때가 있다. 그러나 키보드를 두드
리고 있노라면 필요한 정보만 넣게 되기 쉽다. 인간이 떡만 먹고 살 수 없듯
이 필요한 정보만 먹고 살 수 있을까? 
또 한 가지. 정보의 홍수가 나서 정신을 못 차릴 때가 있다. 
나의 한 친구는 이메일 홍수에 견디다 못해 문을 닫는다고 최후 통첩을 내고
는 화면에서 사라져 버렸다. 
최후 통첩을 받은 또 한 친구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건 자살행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