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껄 까까’_이은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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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껄 까까’

이은상 목사/ 동락교회

신년벽두가 되면 세인들의 입가에 멈추질 않는 혀끝소리가 있습니다. 그것
은 바로 ‘껄껄(!), 까까(?)’입니다. 전자는 지나간 한 해를 후회하는 한숨
의 소리이고 후자는 앞으로 펼쳐질 한 해를 두려워하는 염려의 소리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정말 후회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도자
로서 부모로서 신자로서 ‘이렇게 할껄 저렇게 할껄’ 하는 아쉬움이 그치질 
않습니다. 또한 새해를 내다볼 때 여전히 앞이 캄캄합니다. 그래서 ‘요렇게 
할까 조렇게 할까’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에 대한 지나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염려가 현재
의 삶을 저당 잡는다는 것입니다. 후회와 염려라는 감정이 현재를 사로잡아 
결국은 삶의 침체로 빠뜨린다는 것입니다. 감정의 노예가 되어 밥맛을 잃기
도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쇠약함을 경험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후회와 염려
라는 질병은 신자들도 예외가 
아닌 듯합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은 심정’에 사로잡히는 
주된 시기가 바로 연말연시인 것 같습니다. 지나친 경우 주일학교교사나 집
사, 성가대, 구역장과 같은 봉사직은 물론 신자의 거룩한 삶에 대한 투쟁마
저 포기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새해가 되면 멋진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후회와 염려라는 감
정의 부스러기들부터 정리해야할 것입니다. 물론 지난 과거를 거울삼는 정당
한 후회와 또한 현실에 근거한 앞날에 대한 논리적 계획은 필요합니다. 그리
스도인이라고 그저 ‘주님 잘못했습니다’하는 습관성 얼버무림이나 아니
면 ‘주여 믿습니다’하는 무계획성 맹신은 버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극단적 
후회와 염려라는 감정의 노예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가령 탁구공이 여
기에 있습니다. 어디가 처음 시작일까요?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점하나 찍고 ‘여기가 시작이다’ 라고 하면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
금 사용하고 있는 양력달력이 이와 같은 이치입니
다. 양력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라는 자연현상을 기준으로 만든 것입니다. 고대에서는 춘분이 들어 있
는 3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았답니다. 그것을 로마의 율리우스가 지금처
럼 1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끊임없이 돌고 도
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어디에 놓고 일년의 시작이다 라고 말하기가 참 어
려운 것입니다. 기준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서 한 해의 시작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새해를 준비할 때 1월1일이라는 기준점에 너무 매이지 말라는 것입니
다. 새해가 왔다고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무언가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 무언가 획기적인 계획이 없으면 마치 한 해를 완전
히 망칠 것과 같은 불길한 예감은 버려도 좋은 망령된 마음인 것입니다. 오
히려 예레미야 선지자처럼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 라며 해가 바뀌어도 변
함 없는 주님의 자비와 긍휼하심을 찬양하도록 합시다.

둘째로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해야 합니다. 포도원 주인의 비유는(마20:1-
16)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만일 장
터에서 놀고 있던 자들이 오전 9시에 일거리가 없다고 다 집
으로 돌아갔다면 그들은 그 날 품삯을 받지 못하고 하루를 공쳤을 것입니
다. 그러나 나중까지 기다린 결과 처음 된 자들과 동일한 품삯을 받았습니
다. 

우리는 기회가 지나갔다고 포기하지말고 새롭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
해야 하는 것입니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될 수 있습니다. 2003년도에 이루
지 못한 일이 2004년도에 더 크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앞날에 대해서 두
려워하지 마시고 새해에도 하나님의 품삯을 기대하며 씨를 힘껏 뿌리십시
오. ‘껄껄껄, 까까까’ 하는 한숨소리는 멈추시고 ‘이것이 잘 될는지 저것
이 잘 될는지 혹 둘이 다 잘 될는지(전11:6)’ 기대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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