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정당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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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정당 있어야 하나

김영재 교수

정치에 특별히 관심을 많이 가진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오늘의 혼탁한 정치 
현상을 보다못해 한국에도 기독교 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그런데 많은 목회자들도 이에 동조한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한기총에 속한 
과반수의 교단 지도 목사들이 찬성한다고 한다. 기독교인 역시 참정권을 가
진 시민이므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뿐더러 원한다면 당연히 정치활동
을 할 수 있다. 기독신자들은 각자가 일하는 영역에서 믿음으로 살아야 하므
로 정치 분야에도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당연한 일이
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독교 정당을 원하는 이들은 유럽의 경우 기독교 이름을 띤 정당이 있으므
로 우리도 기독교 정당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도 기독
교 이름을 가진 정당을 가진 나라는 별로 많지 않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유럽의 상황은 우리의 상황과는 
판이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기독교 민주당과 기독교 사회당 등이 있으나 기독교라는 이름
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국민의 80% 이상이 신, 구 교회에 속해 있으므
로 어느 정당이든 구성원의 대다수가 기독교인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국민들
은 정치 문제를 두고는 정강과 정책에 관심을 둘 뿐 도대체 종교를 의식하지
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 나라와 같은 다종교 국가에서는 기독교 정당의 ‘기독교’라는 
이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즉 종교적인 특색을 표출하는 정당이 된
다. 그 당원은 기독교인일 것이고 지지자 역시 기독교이기를 기대한다. 그리
고 사람들은 기독교 정당의 배후에는 교회가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므
로 교회는 기독교 정당과 영욕을 같이하게 마련이다. 

더 심각한 일은 다종교 국가에서 기독교 정당이 생기면, 불교 유교 등 다
른 종교에서도 정당을 가지려고 할 것이다.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을 말하는 
이들이 이단적인 종파에서 정당을 조직할 조짐이 있으므로 서둘러야 한다고 
한다. 그럴 경우 정계는 종교 정당들 때문에 더 혼란스럽게 될 뿐이다. 

우리 한
국에는 많은 교파들이 있고 교회가 부끄럽게도 수많은 교단으로 분
열되어 있어서 교회가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통일된 목소리나 결집된 힘을 과
시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를 대표하고 대변하는 
정당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설사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교회가 민
주주의 사회에서 특정한 정당의 후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는 하나님
의 나라를 선포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오래 참으심과 구원의 복음을 전파하며 
만민을 전도의 대상으로 하고 온 국민을 다 포용하고 끌어안아야 하는 기관이
다. 

오늘날 모든 나라 사람들이 희구하는 자유, 평등, 민권 등의 사상은 성경
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성경이 그러한 사상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
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당신의 형상을 따라 지으실 때 그러한 본능적인 욕구
와 사상을 이미 그 마음에 심으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상의 발전 과정
과 그것을 정치적으로 쟁취하는 과정에 기여한 사람들이 반드시 다 기독신자
도 아니었다. 일반 은총의 삶에 유익한 성경의 교훈이 기독교인들의 독점물
일 수는 없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나누며 더불
어 도모해야 하는 것
이다. 그러므로 종교를 불문하고 뜻 있는 국민이면 누구나 다 함께 참여하
는 ‘기독교적인 정당’은 환영하나 기독교인들만의 ‘기독교 정당’은 전혀 바
람직하지 않다. 정치는 자연은총, 즉 일반은총의 분야이고 과업이지 특별은
총의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흔히 칼빈이 제네바에서 신정정치를 실현하게 했다고 하나, 그것은 역사적
인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신정정치라는 개념을 잘 못 이해하고 하는 말이
다. 신정정치는 군주정치 혹은 민주정치에 대치될 수 있는 정치 이념이나 제
도가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정치적인 개념이 아니고, 보이는 세계와 보이
지 않는 세계를 다스리시며 사람과 만물을 구원으로 완성하시는 하나님의 주
권적인 통치를 말하는 종말론적인 개념이다. 

세상에는 신정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대행자가 없다. 신정정치를 보여주
신 유일한 대행자인 예수 그리스도는 권력을 추구하지 않고 사람들을 존중하
며 사랑하고 섬기신 이며, 당신 자신을 희생하심으로 우리의 구원을 성취하
신 고난의 종이시다. 목회자와 전도자의 과업은 하나님의 통치하심이 교회 
즉 
성도들을 통하여 실현되도록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
들은 각자의 삶의 분야에서 생활인으로 또는 전문인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교회가 교회로서 해야 하는 일은 구원의 복음을 전함과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
을 실제로 돌보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다. 교회는 일찍부터 그렇게 함
으로써 복지 사회를 지향하는 현대 국가들을 선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