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로 쏠림현상 어떻게 할 것인가?
< 나종천 목사, 한사랑교회 >
“교회는 부흥이라는 미명으로 개 교회 이기주의 포장하지 말아야”
쏠림현상이란 서로 경쟁하는 시장에서 초기에는 비슷한 시장 점유율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갑자기 시장 점유율에 차이가 생기게 되고 우위를 차지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 혹은 일부 특정 부분에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강동구에 있던 교회 중 최근 60개의 교회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강동구의 대형교회로 중소형교회 교인들이 쏠려갔다. 아니 쏠림이란 표현보다는 대형교회들이 빨대를 이용해서 빨아드리는 이 기가막힌 현실을 어떻게 교회는 설명해야하는가?
한국교인 10명 중 7.6명이 옮겼다는 통계가 나왔다. 교인들의 이동은 작은교회의 불가항력적 한계가 되어 버렸다. 작은교회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교인들이 교회를 옮기는 ‘수평이동’이 꼽힌다.
60년대 이후 경제 발전에 따라 농촌의 교인들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래서 농촌 교회를 모판으로 하여 도시 교회는 성장을 하였다. 80년대 이후 대기업의 성장과 같이 도시 교회에도 교인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종교적 매력을 끌만한 프로그램과 유명세 있는 목회자의 흡인력으로 도시 개척 교회를 모판으로 대형 교회들이 탄생하였다.
정교하게 종교 상품화된 신앙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교회에 다니던 교회에서 만족을 누리지 못한 직분자들이 모여들어 만 명, 이만 명 되는 대형 교회를 이루었다. 도시 개척교회나 중소형 교회에서 양육된 사람들이 꽃꽂이되어 도시 대형교회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수많은 주변 개척교회들이 뿌리째 말라버려야 했다.
소위 자본과 품질, 마케팅 경쟁력에서 밀린 가내 수공업처럼 경쟁력에 밀린 도시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눈물로 문을 닫고 서부를 찾는 개척자들처럼 신도시를 향해 떠나지만 2000년대에 우리 사회에서 심화되는 가난의 대물림처럼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교회성장연구소(소장 홍영기 목사)가 교인 1088명을 대상으로 수평이동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76.5%(749명)의 교인이 교회를 옮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평이동의 방향이 주로 미자립교회로 대표되는 개척 및 소형교회에서 중대형교회, 초대형교회로 흐르고 있음이 드러났다. 조사를 진행한 교회성장연구소는 수평이동 현상으로 인해 작은교회는 더욱 작아지고, 큰교회는 더욱 커져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특이한 점은 수평이동 비율이 높음에도 교인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진 것으로 교회성장연구소의 조사결과 드러났다. 교회를 옮긴 경험이 있는 교인들에게 교회이동에 대한 평소 생각을 물은 결과 73.3%의 교인들이 “교회이동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향후 수평이동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86.5%의 교인들이 부정적 답변을 했다.
교회는 결코 생존 경쟁의 장이 아니다. 서열화된 교회와 교인이 있을 수 없다. 교인들은 고객이 아니라 모두 천국에 가서 함께 살 가족이다. 교회 대형화는 교인을 가족이 아닌 고객 혹은 종교 소비자로 만들어 버렸다. 농어촌 교회도 한 가족이고 주변에 문을 닫고 있는 도시 개척교회도 주님의 피 값으로 사신 교회이다. 도시 중 대형교회는 쓰러져 가는 모판이 되어 주었던 농어촌 교회와 도시 개척 교회를 세워 주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 탓이라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
바울은 쓰러져 가는 어려운 교회를 세워 주기 위해 힘을 다해 수고하였다. 자신의 교회를 더 살찌우게 하기 위한 종교 상품으로서의 선행이나 구제가 아니라 진정 하나님의 나라 백성으로서의 나눔이 실현되어야 한다. 언젠가 다 놓고 떠날 날이 있다. 부흥이라는 미명으로 개 교회 이기주의를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 앞에 가서 결산 받을 날이 반드시 있다. 교회는 주님의 피로 값 주고 사신, 주님을 머리로 한 한 몸의 지체이다(고전 12:24,25).
제97회 총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교단의 정체성과 신학 그리고 개혁주의 뼈대를 우리 헌법이 고스란히 담고 있다. 쏠림현상으로 한국교회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이때에 헌법 교회정치 제3장 교인 제4조 교인의 이명을 잘 숙지했으면 한다.
교인의 이명은 당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루어야 할 내용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한 몸의 지체이기 때문이다. 한 몸의 지체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리고 그 지체가 이명하여 다른 교회로 옮겨 갈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는 개혁주의 신학의 중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우리 교단만이라도 교인의 이명을 헌법대로 잘 지켜서 조금이나마 혼란스러운 한국교회의 작은 버팀목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