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열심으로 돌아가자_신명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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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열심으로 돌아가자

 

< 신명섭 목사, 총회교육부장, 청목교회 >

 

 

얼마 전 C국에 단기 선교를 다녀왔다. 그곳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곳에 가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주로 20대에서 30, 40대까지의 학생들이 모여 복음 사역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경건 시간과 오전과 오후 각각 3시간 반의 성경공부, 그리고 저녁의 개인 큐티 시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들의 열심 때문이다.

 

아직은 신앙의 성숙도와 말씀에 대한 지식의 부족함, 그리고 예배모범에 대한 무질서가 있지만 그래도 주님을 향한 사랑과 열심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를 더 많이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아 있다.

 

오늘의 한국교회를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보여주었던 열심이 우리에게도 있었는데 하고 말이다. 물론 우리에게 열심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솔직히 그 열심이 많이 식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들보다 좋은 환경과 조건 가운데서 마음껏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받을 수 있는 환경속에서 말이다.

 

이번에는 계시록 강해를 부탁받고 강의를 하였는데 아시아 일곱 교회 중에 에베소교회를 향한 주님의 말씀이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에베소교회는 주님의 칭찬을 받았다. 주님의 사역을 위한 수고와 인내와 그리고 거짓 교훈을 물리치고 말씀을 사수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 그러나 에베소교회는 주님의 책망을 듣는다. 곧 처음 열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주님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헌신과 수고를 가지고 있다. 거짓 교훈이 많이 나타나서 신자들을 유혹하지만 그런대로 잘 분별하고 말씀을 사수하고 있다. 체계가 있고 질서가 있다. 세계의 교회들로부터 칭찬과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 계시록에 나타나는 에베소교회의 모습은 아닌지?

 

에베소교회가 진리에서 떠난 것이 아니었다. 신앙 생활을 그만 두거나,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그만 둔 것도 아니다. 교인 수도 늘어나고 시설도 전보다 좋아졌을 것이다. 당시에는 사이비 이단들이 들끓고 있었다. 올바른 신앙을 위협했다. 세상 풍조가 거세가 밀려들어왔다. 그러나 에베소교회는 이런 도전속에서도 올바른 신앙을 잘 고수했다. 그런데도 처음 사랑, 처음 열심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정통과 교리와 체계는 있었으나 뜨거운 가슴이 없었다는 말이다. 주님의 사랑에 대한 감격을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초심을 잃고 뜨거운 가슴과 생동적 활력을 잃은 에베소교회의 모습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은 아닌가? 주일 예배 설교가 30분에서 조금만 지나면 시계를 보면서 빨리 끝나기를 기다린다. 말씀을 너무 많이 들어서 말씀에 대해 식상해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송이꿀처럼 받아먹던 초심은 어디로 갔는가? 울고 웃기는 재미있는 설교나 복 받고 잘된다는 식의 설교에나 관심을 가질 뿐 말씀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자신의 가슴을 치며 뉘우치며 말씀대로 살기로 결심하던 열심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의 기도는 어떤가? 하나님에게 문안드리고 ‘오늘도 무사히!’ 정도로 대충 때우는 기도가 아닌가? 한밤중에 산 속에 들어가서 소나무 붙잡고 울부짖던 초심은 어디로 갔는가? 새벽에 울며불며, 밤중에 크게 부르짖던 기도는 어디로 갔는가?

사랑 없는 예배, 사랑 없는 충성, 사랑 없는 봉사…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정말로 신자가 주의할 일이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집에 좋은 대형 TV가 있고 좋은 컴퓨터에 오디오, 냉장고, 자동차, 무엇보다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까지 있는데 사랑이 식어지니 부부가 매일 싸우는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부부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살면 평생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사랑, 처음 열심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주님의 일을 잘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고 낙심하여 물고기나 잡으려고 간 베드로에게 ‘네가 날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셨다. 그리고 처음 사랑을 잃어버린 에베소교회를 향하여 말씀하셨다. “그러나 너를 나무랄 일이 하나 있다. 네가 나를 처음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네가 처음으로 나를 사랑하던 그 시절을 돌이켜 보라. 그래서 그렇게 달라진 이유를 찾아 깊이 뉘우치고 처음 사랑으로 돌아가 그전처럼 힘써 노력하라.”

   

지금이라도 한국교회는 늦지 않았다. 처음 사랑과 열심을 회복하자. 초심으로 돌아가자. 그럴 때 한국교회는 주님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