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_안두익 목사

0
25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 안두익 목사, 동성교회, 중서울노회 노회장 >

 

 

한때 장면 총리를 저격하고 사형 언도를 받은 분이 목사가 되어 28년간 한 교회를 사역하고 정년이 되어 은퇴하실 때 자신 안에서 겪었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이화수, 유지광, 이정재, 조봉암 같은 사람들과 같은 감옥에 있다가 다른 사람들은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그는 그곳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출소하여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청계천에서 개척을 하다가 난지도에서 빈민들과 함께 사역하는 가운데 정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하던 사역을 놓게 된다고 생각하니 며칠 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때 그의 외동딸이 아버지 옆으로 조심스럽게 와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아빠,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무대에 있을 때보다 무대에서 내려올 때야!”

 

그러나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 누구보다 인생을 한길에만 쏟은 사람들일수록 더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내려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겪어보지 않고는 실감할 수 없습니다.

 

노회장으로 섬기면서 노회 안에도 정년이 되어 은퇴를 하는 동역자들을 보게 됩니다. 당신이 한 생을 바쳐서 섬겨온 목회 현장에서 과오없이 하나님 앞과 성도들의 사랑 속에서 사역을 마친다는 것은 정말 그 목회자에게는 더 없는 행복이요 복일 것입니다. 더구나 좋은 후임자를 세워 다음 세대를 기약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한국 교회가 세상 사람 앞에 지탄을 받는 이 문제를 너무 잘 알면서도 왜 여기에 많은 교회가 자유롭지 못할까를 우리 역시 한번쯤 깊이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 교단도 30년의 세월이 흘러 왔습니다. 이제 교회마다 후임을 세워야 할 교회가 많아지리라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이때가 우리 교단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성숙한 모습으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옹골진 생각도, 또 반대를 위한 반대로 주님의 교회가 상처를 입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어느 한 사람만이 책임을 질 일이 아니라 목사와 장로, 모든 교우들이 진지하게 기도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말라기 선지자 이후 400년 만에 등장한 세례 요한은 당시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던 사람입니다. 그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사람들 가운데는 저분이 우리가 지금까지 기다리던 메시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세례 요한은 “나는 그의 신들메 풀기도 감당치 못하는 사람”(요 1:27)이라고 고백합니다. 심지어 자신을 선지자 이사야의 말씀대로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사명을 받은 소리꾼’에 불과하다고 자신을 낮추며 오실 예수님에 대해 증거합니다.

 

누구나 인기가 절정에 오르고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분수를 벗어나기 쉽습니다. 모두가 메시아로 보면 마치 그런 것처럼 행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한은 대중적인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자기 분수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떤 자리, 어떤 환경 앞에서도 “예수는 흥해야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는 이 삶의 목표를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그는 자신이 있어야 할 때, 그리고 자신이 내려와야 할 때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어느 누구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도 이와 같아야 할 것입니다. 내려놓는다는 것. 그것은 주님의 가장 귀한 사역의 결론입니다. 십자가에서 그것을 우리에게 남김없이 보여주셨습니다.

 

내려놓음이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붙잡는 것입니다. 내려놓음은 비움입니다. 우리의 욕망, 야심, 뜻을 비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원하심에 우리 자신을 채우는 것입니다. 그럴 때 일어나는 놀라운 사실은 참된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려놓는 것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내려놓는 것만큼 유연해지며, 풍요로워지고, 여유를 갖게 되고, 위로부터 부어주시는 평강을 경험하게 됩니다.